국민행복기금 출범 앞두고 빚탕감 기대심리 크게 작용

지난달 집단대출 연체율과 신용대출 연체율이 동시에 상승하면서 은행들의 가계대출 연체율이 7년 만에 최고치 수준으로 치솟았다.

이는 지속되는 경기 불황의 여파도 있지만, 일각에서는 국민행복기금 출범을 앞두고 빚 탕감을 향한 채무자들의 기대심리가 크게 작용하면서 일부러 빚을 갚지 않은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 영향도 한몫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2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월말 현재 국내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1.04%로 전달 대비 0.05%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2006년 10월 1.07%를 기록한 이후 6년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우선 가계대출 연체율이 급등한 건 아파트 집단대출을 둘러싼 갈등으로 집단대출 연체율이 급격히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가계대출 중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0.96%로 2006년 8월 1.03%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중 집단대출 연체율은 전달 대비 0.01%포인트 오른 1.99%로 2010년 12월 통계 집계 이후 최고치다. 금융권 전체의 서민금융상품 역시 연체율이 상승하고 있다.

신한은행이 취급하는 바꿔드림론·새희망홀씨대출·희망대출의 지난달 연체율이 5% 선을 넘어섰다. 지난해 12월 4.58%였던 연체율은 행복기금 지원 내용이 구체화하기 시작한 올해 1월 4.88%로 0.30%포인트 증가했고 지난달에는 5.14%로 늘었다.

우리은행의 새희망홀씨대출 연체율도 지난해 12월 2.56%에서 지난달 3.19%로 크게 늘었다. 바꿔드림론 연체율은 같은 기간 14.04%에서 14.35%로 증가했다.

이처럼 서민금융상품의 연체율 상승 원인으로는 우선 경기 침체로 서민의 채무 상환 여력이 떨어진 점이 지목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국민행복기금이 대출자의 도덕적 해이를 불러일으킨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29일 출범하는 국민행복기금이 6개월 이상 연체자에 한해 신용회복을 지원하는 만큼 수혜를 보려고 일부러 빚을 갚지 않고 ‘기다려보자’는 대출자가 늘고 있다는 얘기다.

또 국민행복기금 지원 대상자들의 대부분이 저소득층이므로 일시적인 탕감을 받더라도 중도에 연체를 해 버리면 다시 채무가 부과되기 때문에 가계부채의 연착륙을 위해서는 채무탕감뿐만 아니라 자활을 돕는 정책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도내 한 금융 전문가는 “요즘 대출자들이 돈을 안 갚고 버티다 보면 정부에서 해결책이 나올 것이라며 배짱을 부리는 사례가 많아졌다”며 “이는 지금 대출금을 갚으면 정부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이상한 인식이 퍼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빚을 일시적으로 줄여준다고 가계부채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다”며 “대상자들의 일자리 확충과 생활재무 컨설팅 등 간접적인 구제 제도도 함께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캠코 전북본부가 추산한 국민행복기금의 전북지역 대상자는 4만 여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김대연기자 eod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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