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전북의제21 기획연재 / 2.친환경 쌀농사

▲ 군산시 성산면 둔덕리에서 평생 벼농사만 지었다는 우리영농조합의 조재웅대표가 친환경 쌀농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두 번째 현장탐방의 목적지는 군산시 성산면 둔덕리다.

군산에서 벼농사만 평생 하셨다는 우리영농조합의 조재웅대표님(65)과 둔덕리 마을 모정 앞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언제부터 농사를 지으셨는지요?  

▲ 올해 65살인데 군대 다녀와서 바로 시작해서 벼농사만 평생하고 있어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잠시 서울에 있었는데 그 때는 지금처럼 서울이 번잡스럽지 않았는데도 도시는 사람 살 곳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바로 고향으로 내려왔고 군 제대 후 농사를 시작해서 지금까지 하고 있어요.

-친환경농업을 하시는데 어떤 계기가 있었는지요?  

▲ 젊을 때는 관행농법을 했고 말 그대로 그~냥 그~냥 농사를 지었어요. 그러다가 농민운동을 함께하는 지인이 “선생님은 책읽기를 좋아하시니까 한번 보세요” 하면서 책을 권해줬어요. “짚 한오라기의 혁명”이었나..자연농법에 관한 책이죠.

그 책을 읽고나서 아~나도 친환경으로 하면 좋겠다 맘만 먹고 있었어요 혼자서는 하기 힘드니까, 그러다가 2005년도부터 마을 분들과 함께 친환경농업을 시작해서 이제 9년차가 됩니다.

-어려운 점도 많으셨을텐데요, 지속하고 계시는 이유는?  

▲ 지금은 유기농업이 확산되어 여건이 많이 좋아졌지만 제가 느끼기에 그 당시는 일선 지도기관이나 행정에서 관심이나 인식이 많이 부족했어요. 논이 풀밭이 되고 그 전보다 인력이 많이 필요하니 힘들었지요. 그렇다고 시작하자고 먼저 제안한 회장이 제초제를 쓸 수는 없잖아요.(웃음) 지금 해야만하는 일인가를 생각해봤을 때 힘들어도 계속 하는 거죠. 예를 들어, 논둑을 막고 물꼬를 트는 일은 중요한 일이예요. 하지만 비가 많이 와서 둑방이 터지면 논에 물이 차는 것은 사소한 일입니다.

둑방을 잘 막고 터지지 않게 하는 게 제일 중요한 일이지요. 다만 둑방이 무너질 것을 알면서도 당장 우선은 내 물꼬에 피해가 없기만을 바라는 세상이라 안타깝지요.

-소비자와 소통은 어떻게 하세요?  

▲ 주로 학생들을 연 2,000명까지도 초청합니다.

당장 판매로 연결되는 건 아니지만 아이들이 농사짓는 것을 보는 건 아주 중요하지요. 미래에 나라를 이끌어 갈 사람들이 이 아이들인데 농사짓는 것을 체험해 본 아이와 공부만 한 학생이 당국자가 되는 것은 다르지요. 처음 논에 들어가는 게 무서워서 우는 아이도 있지만 결국에는 다 재미있어해요. 아이들이 와서 자글자글한 모습을 보면 참 기분이 좋고 재미있게 놀 것들을 두고 여기에 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요. 꼭 농사가 아니더라도 아이들이 1년에 한 두 번이라도 들판에 나와 자연을 접하면 좋겠어요. 학교나 기관에서 농사체험이라고 해서 조그만 화분에 모내기도 한다는데, 안하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의지를 갖고 밖으로 조금만 나가면 제대로 할 수 있지 않겠어요? 기꺼이 시간을 내서 함께 해 줄 할아버지, 할머니, 농민들이 얼마든지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교과과정으로 연계해서 체험활동을 하게 해도 좋겠어요.

-학교급식에 친환경쌀을 공급하고 계신다구요?

▲ 네. 외부에 팔기도 하지만 2007년부터 초등학교와 병설유치원에 친환경쌀을 학교급식으로 공급하기 시작했어요. 안타까운 점은 사립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은 친환경농산물이 공급되지 않아요. 어린아이들이니까 제대로 된 것을 먹는 것이 중요한데 이런 이야기를 농민들이 하면 더 많이 팔려고 그러는 줄 아니까 조심스럽죠. 요즘 먹거리로 인한 병이 많아지고 있잖아요. 섭생만 잘해도 건강을 유지할 수 있어요.

 

-친환경농업인으로 소비자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 요새는 생협도 많이 생기고 젊은 엄마들도 관심이 아주 많아요. 그런데 생산자를 수단으로만 여기는 경우가 있어요. 거래보다는 관계가 우선인데 특별한 것에 대한 본인의 요구만 충족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믿지 못하고 자꾸 의심하지요. 소비자가 왕이라면 그 소비자들의 건강한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농민들은 하늘같이 대해야되는 거 아닐까요. 인간답게 대접받으면서 사기를 치겠어요? 사회구조가 농민들까지도 장사꾼이 되게 하고 있는데, 친환경농산물은 자긍심을 갖지 않는 한 제대로 만들 수 없어요. 소득도 중요하지만 상투꼭대기에 돈이 있는 것은 아니죠. 생산자, 공급자, 소비자 모두가 중요하고 가치 있는 일이라는 믿음과 자긍심을 가질 때 지속가능한 농업이 될 수 있겠지요.

-언제까지 농사를 지을 예정이세요?  

▲ 우리 작목반에 80이 넘은 분들이 있어요. 공동체로 함께 하기 때문에 가능한건데 그런 면에서는 최대복지를 실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자고나서 할 일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복이예요~. 내가 먹는 것 뿐 아니라 다른 사람이 잡술 것을 생산하는 것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이예요? 농사는 계속 해야지요. -친환경농업이 확산되고 도농이 상생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옛 속담에 세 동네가 망해야 부자 하나가 나온다는 말이 있어요. 모두가 소득이 높은 부자가 될 수 없다는 겁니다.

산업화로 형편이 나아졌지만 제3세계는 여전히 약탈당하고 있잖아요. 아무리 유기농업을 한다 해도 기계에 의존하게 되는데 농사짓는 사람이 더 많아져서 기계도 함께 쓰고 적은 소득이라도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사회구조가 되야죠. 20%가 일하면 80%를 먹여살린다는 말도 있다면서요? 그러면 80%가 실업자가 되고 20%가 고소득자가 될 것이냐 또는 열흘에 이틀만 일하더라도 함께 일하고 마음의 여유를 갖고 살 것이냐의 문제지요. 그리고 지금은 너무 많이 쓰고 있어요. 소비를 줄여서 덜 써야 됩니다.

조재웅 회장님은 진지하면서도 긍정적인 분이셨다. 모내기 준비철의 바쁜 시간에 방문해서 죄송하다고 말씀드렸더니 웃으시며 답하셨다.

“엄청 실례지~ 지금은 누가 찾아와도 안 만나주는 때예요. 근데 우리 논에 물꼬는 좀 늦어지더라도 둑방을 잘 쌓는 일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니까 만나는거예요. 여러 사람이 생각하고 행동할 때 지금보다 신명나는 세상이 되지 않겠어요?” 친환경농업이 확산되고 도시와 농촌이 함께 잘 살기 위한 것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조미정(전북의제21추진협의회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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