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홀로 7분…실력파 출전자 5명은 합쳐서 1분40초

음악 채널이 엠넷이 ‘댄스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표방하며 선보인 ‘댄싱9’이 정식 출전자라기 보다는 찬조 출연자에 가까운 팝 아티스트 낸시랭(37·박혜령) 때문에 비난을 자초했다.

27일 오후 11시부터 방송된 '댄싱9'은 지난 20일 제1회에 이어 제3차 관문인 드래프트 과정을 내보냈다. 1, 2차 예선을 통과한 출전자들을 대상으로 한 마지막 예선이다.

이날 방송은 낸시랭으로 시작됐다. 제1회 말미에서 옷 벗는 모습을 모자이크 처리해 시청자의 흥미를 한껏 자극했던 바로 그 출연분이다.

낸시랭은 프랑스 루이16세의 비 마리 앙트와네트(~1793)의 의상에서 착안했다는 로코코풍 하얀색 의상을 차려입고 왼쪽 어깨에 마스코트인 고양이 인형 '코코샤넬'을 걸친 채 등장했다.

낸시랭은 태극기와 프랑스 국기 ‘라 트리콜로레’를 들고 나와 프랑스 국가 '라 마르세예즈'에 맞춰 앞으로 걸으며 깃발을 흔들기 시작했다.

이어 낸시랭은 갑자기 뒤돌아 옷을 벗기 시작했다. 가수 서바이벌 오디션 ‘슈퍼스타 K’를 연출하며 '악마의 편집'으로 인기를 끈 연출자 김용범 CP의 편집은 이번에도 빛을 발했다. 옷 벗는 낸시랭을 모자이크 처리하면서 ‘레드윙즈’, ‘블루아이’ 양팀 마스터들과 다른 출전자들의 당황해 하는 표정을 사이 사이에 넣어 호기심을 극대화했다.

그러나 모자이크가 걷히자 노출은 없었다. 안에 입고 온 카키색 캐주얼 차림으로 다시 돌아선 낸시랭은 다시 두 나라 국기를 흔들었다. 이어 맨손으로 주먹 감자를 하는듯한 몸짓을 취했다. 그 다음 손바닥을 펼쳐 자신의 상징과도 같은 의성어 '앙'을 보여주는 것으로 ‘춤’을 끝냈다.

낸시랭은 마스터들과 대화할 때 오디션 참가 전에 현대무용가 김재덕과 함께 자신의 퍼포먼스와 현대무용을 섞는 작업을 했다고 밝혀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정작 무대에서 선보인 것은 현대무용은 물론, 어떤 춤도 아니었다. 특유의 퍼포먼스와 큰 차이가 없었다.

굳이 의미를 부여한다면 앙트와네트 왕비가 입던 옷을 벗어던지고 시민군을 연상시키는 카키색 옷차림을 한 것으로 볼 때 ‘프랑스 혁명’을 상징한다고도 볼 수 있다.

이날 낸시랭이 등장할 때부터 퇴장할 때까지양팀 댄스 마스터들은 결코 호의적이지 않았다.

낸시랭이 무대에 모습을 드러내자 “낸시랭이야”(‘레드윙즈’ 이민우) “낸시랭 아니죠”(‘블루아이’ 이용우), “맞아, 낸시랭이야. 고양이”(‘블루아이’ 박지은) 등 수군대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 것은 물론, 낸시랭 특유의 과시적인 자기소개를 접했을 때에는 “아, 미치겠다”(이용우), “반감이에요. 진짜”(‘레드윙즈’ 박지우), “저 친구는 저게 매력이잖아요”(이민우), “그래 저걸 좋아하는 사람도 있으니까”(‘레드윙즈’ 우현영) 등 비판적 반응도 이어졌다. 낸시랭의 공연 중 일부 마스터들은 웃음을 금치 못했으며, 현대무용가 우현영 마스터는 “이건 행위예술로 봐야 하는 거야. 춤으로 보지 말고”라며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 위해 애썼다. 낸시랭이 피날레로 선보인 ‘앙’도 호평을 듣지 못했다. “앙을 보는 순간 모든 환상이 깨졌다”(박지우), “앙을 암으로 읽었다”(이용우) 등 불만스러운 목소리가 계속 나왔다. 일반 출전자 같았으면 “불쾌했다”는 마스터들의 악평이 쏟아졌겠지만 유명인인 만큼 최대한 자제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더 큰 문제는 낸시랭의 출연 분량이다. 무대에서 마스터들과 대화하는 장면과 옷 벗기 전까지의 춤 장면 등은 제1회에서 한 차례 전파를 탄 데 이어 제2회에서도 무려 세 차례나 반복됐다. 여기에 제작진과의 인터뷰, 옷 벗은 뒤에 이어진 ‘춤’, 마스터들의 심사평, 탈락한 뒤 무대를 내려가면서 한 “아무도 저를 선택하시지 않았기 때문에 저는 자연스럽게 집으로 가겠습니다”라는 말, 경연장 외부 계단을 내려가는 장면 등 낸시랭의 모든 것을 아낌 없이 보여줬다. 이날 총 방송 시간 99분 중 낸시랭의 몫은 도합 7분이 넘을 정도였다.

‘댄싱9’은 이날까지 3차 관문인 드래프트를 모두 보여줘야 했다. 그러나 낸시랭에게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하면서 방송 시간이 부족해진 탓인지 화려한 수상 경력의 현대무용수 최낙권(25), 가수 박재범(26)에게 댄스를 가르친 스트리트 댄서 이일영(28), 고교 교사 겸 스트리트 댄서 김동민(28) 회사원 겸 스트리트 댄서 범상길(29) 한국 무용수 이민주(26) 등 실력파 출전자 5명은 홀대를 피할 수 없었다. 그들이 열정과 노력으로 펼쳐보였을 수준 높은 공연은 하일라이트에 간단한 심사평, 드래프트 통과 사실을 짜깁기한 1분40여 초 분량으로 간단히 처리돼 버렸다.

결국 “우리나라는 춤추는 사람에 대한 존경심이 없다. 대중문화에서 춤이 한 몫을 차지하지만 춤추는 사람들은 전면에 나와서 박수받을 수 없는 환경이다. 춤추는 사람들에게 재능을 인정 받는 스테이지를 만들어주겠다는 사명감으로 ‘댄싱9’을 만들려고 한다”던 김CP의 안타까움 섞인 약속도 이날 만큼은 허언에 그쳤다.

이날 낸시랭은 ‘춤’을 추는 동안 태극기와 프랑스 국기 ‘라 트리콜로레’를 두 차례나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이날 방송은 인터넷 등을 통해 프랑스에서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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