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으로 / '전북지방의 보호수와 노거수' 발간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 인근에 있는 옛 은행나무길(구 전주보건소 건물 옆) 도로변에는 약80여 년 된 은행나무 한 그루가 길가에 돌출돼 서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이 은행나무가 있던 자리에는 원래 수령 600여년이 넘는 거창한 은행나무 한 그루가 있었는데, 1910년 한일합방으로 일본인들이 대거 몰려와 하수구공사를 하면서 1929년 11월 8일 오시에 도끼로 찍어내고 말았다.

그런 후 약 2개월 후 은행나무 신령이 매일 밤마다 나타나 울어대고, 난데없는 큰 불이 일어나 주변을 초토화하는 일이 벌어졌다.

사람들은 신목의 조짐이라 하여 그 은행나무 벤 자리에 한 그루의 은행나무를 심고 신령을 달래주는 제사를 지내주는 등 신목에 대한 예우를 해주기 시작했고 현재 그 은행나무는 골목 수호신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바로 옆에 건물이 있는 탓에 도로 쪽 공간으로 비스듬하게 자라면서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다정한 인사를 건넨다.(수록내용 일부 발췌)  

전라북도 14개 시군에 각각 산재돼 있는 보호수 및 수령이 오래된 나무들을 정리한 ‘전북지방의 보호수와 노거수(老巨樹)’(신아출판사)가 발간됐다.

한국문화원연합회 전북연합회(회장 정창환)가 각 지역 문화원과 함께 만든 이 한 권의 책은 전북도내에 존재하고 있는 보호수(保護樹)와 노거수(老巨樹, 노수(老樹)와 거수(巨樹)의 합성어)를 조사한 것으로, 짧게는 300년 이상의 수명을 간직하면서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으로 또는 민속신앙의 대상으로 때로는 마을주민들의 쉼터로 우리의 삶과 밀접한 인연을 맺고 있는 나무들을 대상으로 3개월간의 조사기간을 거쳐 진행했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노거수의 신성한 기운에 대해 많은 전설이 전해져 오고 있다. 나라의 변고가 있을 때마다 울었다는 은행나무, 사람들의 소원을 들어준다는 느티나무, 말없는 믿음의 신뢰 속에서 마음의 중심을 깨닫게 해 주는 다양한 나무들을 통해 깨달음을 얻기도 했다.

또한 농촌마을 곳곳에 심겨진 노거수들은 수령이 오래 되고 모양새도 풍성해 사계절 풍요로움을 지켜주는 수호신으로 존경을 받아왔다.

이 책은 이렇게 중요한 역할을 해 왔던 나무들에 대해 전주지역을 비롯해 익산, 군산 등 도시지역 뿐 아니라 무주, 진안, 장수 등 도시외 지역에 존재하고 있는 나무들을 조사하고 그 내용을 수록하고 있다.

또한 수록된 나무들에 대한 특징 및 연혁, 전설 등을 기록해 놔 일반인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또한 나무들에 대한 각 지역별 기록들을 별도로 정리해 놓고 있어 나무 관리나 분포 등에 대한 지역별 특징들도 비교해 볼 수 있다.

책에 따르면 전주지역은 일제강점기 풍치를 위해 본격적으로 삼림령에 의거 나무가 보호되었으며, 당시 속성수인 아카시아, 포플러, 백양나무 등의 수종이 산과 들에 집중적으로 심어졌다.

특히 조선의 대표적 수종인 소나무를 망국수(亡國樹)라 칭하며 조림수목에서 제외된 사실들도 찾아 볼 수 있다.

또한 임실 향교은행나무는 1910년 경술국치 이후 은행열매가 잘 열리지 않아 애국나무라고도 불리는 전설을 알려주고 있으며, 도둑 잡는 것으로 유명한 순창 복흥면 동산리 느티나무 이야기까지 우리가 평소 접하기 힘들었던 전설 및 역사를 알려주고 있다.

정창환 회장은 “사람은 기록을 남기고 기록은 역사를 만든다는 말과 같이 우리와 희노애락을 말없이 지켜본 보호수와 노거수는 살아온 사람에게는 향수를, 살아갈 사람에게는 많은 이야기의 보고가 되리라 믿는다”며 “나무의 다양한 형태를 살펴야 하는데 조사기간이 짧은 것이 매우 아쉽고, 이번 조사에서 누락된 노고수는 다음 증보판을 발행할 때 삽입하고자 한다.

앞으로 보호수과 노거수가 더 많이 사라지거나 훼손되기 전에 하루빨리 집대성할 필요성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밝혔다.

/조석창 기자 js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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