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부터 가요계가 후끈 달아올랐다. 겨울 추위가 무색한 걸그룹들의 '섹시 대전'이 한창이다. '걸스데이' '달샤벳' '레인보우' 등 지난해 선정적인 분위기로 주목받은 그룹들이 농도를 더욱 업그레이드했다.

지난해 '기대해' '여자대통령'을 통해 성적인 매력을 폴폴 풍긴 '걸스데이'가 3일 세 번째 미니앨범 '섬싱'으로 먼저 치고 나왔다. 프로듀서팀 '이단옆차기'(박장근·마이키)가 프로듀서를 맡은 타이틀곡 '섬싱'으로 1998년 엄정화(45)의 '초대', 2000년 박지윤(32)의 '성인식'을 이으련다고 나섰다.

걸스데이 리더 소진(28)은 "'섬싱'의 무대는 은근하지만, (섹시함을) 강하게 느낄 것"이라면서 "표현하기는 어려운데 과하게 섹시하지는 않은데 우리만의 은근한 섹시함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춤은 은근하지 않다. '기대해' 당시 바지 멜빵을 풀었다 다시 매는 안무로 유혹한 이들은 '섬싱' 도입부에 바닥에 눕거나 엎드려 엉덩이를 살살 흔든다. 왼쪽 옆이 트인 치마를 입고 앉아 허벅지도 훤히 드러낸다. 의상 역시 몸매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실루엣이다. '섬싱'은 이에 힘입어 4일 멜론과 엠넷 등 주요 음원차트에서 상위권에 랭크됐다.

걸스데이의 바통은 달샤벳이 이어 받는다. 달샤벳 역시 걸스데이와 함께 지난해 급부상한 그룹이다. 두르고 있던 치마를 후렴구에서 날개처럼 양 옆으로 펼치는 춤이 인상적인 '내 다리를 봐'로 시선을 붙들었다. 노래 제목처럼 다리를 강조한 섹시 콘셉트다.

작곡가 신사동호랭이(31)와 손잡고 8일 내놓는 미니앨범 'B.B.B'(Big Baby Baby) 또한 섹시 콘셉트다. 다만 노출을 절제한, 여성스럽고 성숙한 섹시함을 선보이겠다고 한다.

달샤벳의 매니지먼트사 해피페이스엔터테인먼트는 "이번 앨범 최고의 변신은 의상이다. 바디 컨셔스(Body conscious)룩으로 상의는 재킷, 하의는 긴 팬츠다. 노출이 없는 것이 특징"이라면서 "몸에 붙는 실루엣으로 세련되고 여성스러운 이미지를 완성했다"고 알렸다.
 

7인 걸그룹 '레인보우'의 섹시 유닛 '레인보우 블랙'은 이달 말 출격한다. '19금' 섹시를 메인 콘셉트로 삼았다. 2009년 EP 앨범 '가십 걸'로 데뷔한 레인보우는 2010년 안무 도중 상의를 반쯤 들어올려 배꼽을 드러내는 댄스곡 'A'로 섹시함을 인정 받았다. 2011년 발랄함을 전면에 내세운 첫 번째 프로젝트 유닛 '레인보우 픽시(pixie)'를 선보인 바 있다.

매니지먼트사 DSP미디어는 "레인보우 블랙은 레인보우 픽시가 보여주지 않은 관능적이고 품격 있는 섹시함을 선보일 것"이라고 소개했다. 6일부터 4일간 레인보우 유튜브 채널을 통해 4명의 멤버를 차례로 공개한다.

이들 세 팀의 공통점은 '우아한 섹시'다. 자신들을 '은근'(걸스데이), '세련되고 여성스러움'(달샤벳), '관능적이고 품격있는'(레인보우블랙)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셋 모두 티저 사진 등에서 블랙 컬러를 강조하고 있다.

걸스데이 멤버 유라(22)는 가슴골과 배꼽이 드러나는 상의에 망사 스타킹 차림의 사진으로 지난 2일 인터넷을 달궜다. 달샤벳은 여섯 멤버들이 좁은 욕조 안에 들어가 여러 포즈를 취하며 팬들을 자극했다. 레인보우블랙은 심지어 '도둑촬영'(도촬) 콘셉트를 차용했다. 다리와 가슴 등 멤버들의 신체 일부를 은밀하게 촬영한 사진에 팀 이름인 'B.L.A.XX'를 새겼다.

해외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미국 팝슈퍼스타 마돈나(56)를 비롯해 바베이도스 출신 팝스타 리아나(26), 미국 팝스타 비욘세(33) 등의 노출은 국내 걸그룹 이상이다. 물론, 노출이 전부는 아니다. 탄탄한 음악성이 바탕이다. 섹시함을 떼낼 수 없는 노래를 부르고 있다. 진정한 섹시함은 단순노출이 아닌 당당한 태도와 자신감이라는 것을 가창력에 기초한 거침 없는 무대매너로 입증한다.
 

데뷔 3~5년에 불과한 한국의 걸그룹과 그들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다. 주로 랩을 담당한 걸스데이 멤버 유라가 새 앨범에서 보컬을 늘리고 달샤벳 멤버 수빈(20)이 'BBB'에 그룹 '비투비' 멤버 정일훈(20)이 피처링한 첫 자작곡 '그냥 지나가'를 수록하는 등 점차 실력을 쌓아가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단기간에 음악성을 끌어올려 인정받는 것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걸그룹은 우선 쉽게 또는 강하게 팀의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섹시함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가요계 관계자는 "기존에 발랄함을 내세웠을 때는 별다는 주목을 받지 못하다 지난해 섹시함으로 인기를 끈 걸스데이와 달샤벳의 사례를 무시할 수 없다"면서 "걸그룹의 자극적인 티저 사진과 방송 심의를 교묘히 비껴가는 새로운 자극의 섹시 콘셉트는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걸스데이 멤버 혜리(20)는 쇼케이스 마지막에 "섹시하게 봐주세요"라고 청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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