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호르몬 안전성 검증 안됐음에도 불구

'소마트로핀(Somatropin)' 성분의 성장호르몬제제가 해외에서 암 발생과 사망 위험을 키우는 등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키는 것으로 밝혀진 가운데 국내에서 '키 크는 주사'로 오ㆍ남용되며 피해 사례도 늘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위키피디아 자료에 의하면 소마트로핀은 동물신체에서 자연적으로 분비되는 성장호르몬과 연관된 물질로서 사체에서 추출된다.

사람의 사체에서 얻는 호르몬은 HGH로 명명된다.

재조합 DNA 기술로 만들어진 성장호르몬은 소마트로핀이 속명(俗名)이며, 휴마트로프(Humatrope)가 브랜드명이다.

  키ㆍ목숨 맞바꿀 판?…해외 연구 '주목'  미국식약청(FDA)이 2010년부터 조사한 결과 인슐린 유사 성장 인자(IGF-1)의 생성을 돕는 성장호르몬을 어린 시절부터 투약해온 성인의 사망률이 일반인에 비해 30%나 높게 나타났다고 지난달 24일 월스트리트저널은 보도했다.

비슷한 사례로 프랑스에서 진행된 SAGhE(the Sante Adulte GH Enfant) 연구 결과에 의하면 어렸을 때 성장호르몬 치료를 받은 특발성 저신장 환자에게서 사망 위험이 비교적 크게 나오기도 했다.

여성건강계획(Women's Health InitiativeㆍWHI)이 2002년 진행한 대규모 임상시험에서는 에스트로겐을 복용한 50대 이상의 폐경기 여성들에게서 뇌졸중과 유방암 위험이 커진 결과가 나온 바 있다.

에스트로겐의 일종인 에스트라디올과 인슐린 유사 성장 인자(IGF-1)는 유방 상피의 성장을 통제할 뿐 아니라 유방암세포의 증식을 촉진해 암을 유발하기도 한다.

미국 레이놀즈 오클러호머 센터(Reynolds Oklahoma Center on Aging) 윌리엄 존탁(William Sonntag) 소장에 따르면 성장호르몬은 연골 성장에 기여할지라도 손목에서 손으로 들어가는 신경이 눌려 저린 증상이 나타나는 수근관증후군을 일으킬 수 있다.

당뇨병 위험이 커지고, 관절 주위의 부드러운 조직에 액체가 차면서 통증을 유발하는 부기(종창) 현상을 겪을 수 있다.

근육 증가의 효과도 사실상 물이 차는 것이기 때문에 근력이 없는 무용지물이다.

몸에서 면역 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림프계에 발생하는 악성종양인 림프종을 생성, 호지킨림프종(Hodgkin's lymphoma)을 일으키는 위험 요인이 되기도 한다.

성장호르몬의 실효성과 안전성에 대한 임상시험이 아직 완료되지 않은 가운데 미국식약청은 투여 대상을 육우에게만 허락하고 있다.

젖소와 돼지, 닭에게는 금지하고 있다.

  국내 오ㆍ남용 '심각'…부작용 증가세  성장호르몬의 부작용은 2008년 2건에서 2013년 9월 67건으로 늘어났으며 유해 사례로는 발진, 척추기형, 사각이상, 사경 등으로 보고됐다.

취재 결과 국내 일부 클리닉에서 부작용에 대한 안내가 태부족이거나 의학적으로 꼭 필요하지 않은 경우임에도 성장호르몬제제를 쓰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Y병원은 지난 2011년 내원해 상담한 환자에게 의학적으로 성장호르몬 치료가 꼭 필요한 경우는 아니지만, 원할 경우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설명한 사실이 드러났다.

Y병원 K모 교수는 "하위 3% 미만의 키가 예상되는 '병적 왜소증'이 아니지만, 또래보다 평균 신장이 작을 것이 예상될 경우 환자의 심리적 요소와 치료를 해도 효과를 거둘 수 있는지에 대한 전반적인 검사 결과에 따라 선택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H병원 관계자는 "부모 키의 영향으로 호르몬 양이 정상일지라도 신장을 늘리기 위해 성장호르몬제제를 투약하는 것이 대중적"이라며 "3년 이상 치료했을 때 말단 비대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국내 사례는 거의 없다"고 전했다.

T병원 관계자는 "미국에서 수입하고, 국내 D 제약으로부터 납품받고 있다"며 "다른 기업들의 성장호르몬제제를 쓰고 있기도 하다"고 밝혔다.

법무법인 S모 변호사는 "내 아이를 진료한 병원의 경우 이 같은 부작용을 설명하지 않고 장점만 알려줬다"며 "아무것도 모른 채 2년에 걸쳐 치료를 받게 했는데 효과도 기대만큼 만족스럽지 않다"고 전했다.

  외모 중시 폐해…돈벌이 수단 전락 '우려'  외모 지상주의 사회 속 키 작은 남자가 '루저'로 불리는 현상은 또래보다 왜소한 자녀를 둔 부모의 성장호르몬치료에 대한 관심을 부추기고 있다.

일각에서는 '호르몬 이상 치료제'가 '키 크는 주사'로 둔갑해 의사들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는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이목희 의원(서울 금천구)은 "정상인이 '키크는 주사'로 처방받고 있는 우리나라만의 현실을 감안한 역학조사를 조속히 추진하고, 지나치게 남용하는 의료행위를 규제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S모 전문의는 "대상자가 내 자녀일 경우에는 절대 투여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유나 칼슘 섭취, 운동을 통해 성장을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이 의원은 지난해 10월 31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를 인용해 최근 3년간 소마트로핀 처방이 총 4만8021건으로 2011년 1만4115건, 2012년 2만1381건, 2013년 상반기에만 1만2525건을 기록한 사실을 밝혔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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