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의 주인은 백성이고, 임금은 백성을 위해 존재하는 도구다."

600여년 전 죽은 정도전이 다시 죽었다. 2014년을 사는 시청자들에게 묵직한 메시지를 던지고 갔다.

KBS 1TV 대하사극 '정도전'이 '정도전'(조재현)의 죽음으로 50부작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모두가 알고 있는, 역사가 기록한 결말이다. 하지만 '정도전'은 죽어서 살았다.

이날 방송에는 '이방원'(안재모)의 회유에도 초연하게 죽음을 택하는 '정도전'이 그려졌다. '이성계'는 '정도전'의 죽음에 피눈물을 흘렸고 '이방원'은 용포를 걸쳤다. 드라마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죽은 '정도전'이 재등장해 시청자들을 향해 일갈했다.

"두려움을 떨쳐라. 냉소와 절망, 나태와 무기력을 혁파하고 저마다 가슴에 불가능한 꿈을 품어라. 그것이 바로 그대들의 대업, 진정한 대업이다."

지난 1월4일 시청률 11.6%로 출발한 '정도전'은 '정도전을 한 번도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다'는 우스갯소리처럼 꾸준히 인기를 모았다.

퓨전 사극의 홍수 속에 정통사극의 자존심을 지켰다는 평을 받았다. 특히 그동안 사극의 제작비를 높여왔던 전쟁 장면을 과감히 걷어내고 말로써 승부하는 정치사극의 새 장을 열었다는 평가다.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이라는 이력, KBS 2TV 정치드라마 '프레지던트'를 집필한 경력 등의 정현민 작가가 눌러쓴 극본이 역할을 했다. 타이틀롤인 조재현을 비롯해 '이성계' 유동근, '이인임' 박영규, '이방원' 안재모, '정몽주' 임호 등의 호연이 작품을 완성했다.

대리만족을 통한 쾌감이라는 드라마의 기능도 충족했다. 역성혁명(易姓革命)을 두고 의견이 엇갈렸지만 정몽주와 정도전은 '백성이 먼저인 나라'를 만들겠다는 신념이 같았다. 각기 다른 대의가 아닌, 이전투구를 벌이는 듯한 정치권을 바라보고 있는 대중이 '정도전'에 환호한 이유다.

마지막회 시청률은 19.0%(닐슨코리아)로 집계됐다. 성연령별로는 남녀 60대 이상이 가장 많이 봤다. 시청자 구성비 17%다. 지역별로는 대구·구미에서 25.3%로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자체 최고시청률은 19.8%로 5월11일 방송된 36회가 기록했다. 전작 '대왕의 꿈'이 기록한 최고 시청률 12.7%보다 7.1%포인트 높은 수치다.

'정도전'은 KBS가 제작비 압박과 시청률 부진 등을 이유로 대하사극을 1년에 한편만 내보내기로 한 후 첫 작품이다. 후속으로 조선 중기 명재상 류성룡(1542~1607)을 소재로 한 '징비록'(가제)을 준비 중이다. 내년 1월 방송 예정이다.

 

저작권자 © 전북중앙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