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우리나라 흡연율 높다" 흡연자 "부족한 세수 메우려는 꼼수, 효과없다. 필사람은 핀다" 비흡연자 "간접흡연 줄어든다면"

▲ 11일 서울 서초구 내 흡연구역에서 한 흡연자가 담배를 피우고 있다. 이날 정부는 담뱃값을 내년부터 2500원짜리 담배 한갑 기준 2000원 인상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담뱃값이 2000원 인상된다는 정부 발표 소식에 시민들은 흡연자와 비흡연자로 나뉘어 극명한 입장차를 보였다.

정부는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경제관련장관회의를 통해 담뱃값 인상, 비가격 정책, 금연치료 집중 지원 등을 포괄하는 '금연종합대책'을 추진키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내년 1월1일부터 담뱃갑을 현행보다 2000원 인상하고 소비자물가 인상률을 반영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더불어 담뱃갑에 경고그림 표기, 포괄적 담배 광고 금지 등 비가격 정책도 병행된다.

우리나라 성인 남성 흡연률은 44%, 청소년 흡연률도 20%를 육박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인 반면 담뱃값은 2004년 이후 10년간 동결돼 OECD 34개 국가 중 가장 낮아 이 같은 인상안을 결정했다는 것이 정부 측의 설명이다.

그러나 흡연자들의 생각은 달랐다.

이번 담뱃값 인상 정책의 배경을 '흡연율 감소'보다는 '세수 확보' 차원으로 보고 있었다.

직장인 박모(30)씨는 "흡연자의 건강을 이유로 담뱃값을 인상하겠다고 하는데 이런 이유라면 그동안은 왜 안올렸는지 모르겠다.

부족한 세수를 메우려는 꼼수로밖에 안 보인다.

당장 담뱃값을 올린다고 해서 금연율이 얼마나 오를지 모르겠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주부 김모(34·여)씨는 "담뱃값 인상으로 흡연율 줄이려는 건 효과가 없다고 본다.

어차피 필 사람은 사서 핀다.

결국 정부에게 이익이 돌아갈 뿐"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비흡연자들은 '간접흡연' 측면에서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이모(36·여)씨는 "비흡연자라서 담뱃값 인상에 대해 큰 관심은 없다"면서도 "담뱃값을 더 올려서 흡연자가 줄어들고 길거리에서 담배냄새를 안 맡을 수 있다면 이번 인상안에 찬성한다"고 말했다.

대학교 직원인 정모(43)씨는 "상대적으로 지갑 사정이 좋지 않은 대학생들은 아무래도 담배를 끊으려고 할 것 같다"며 "교내 환경도 지금보다 쾌적해질 것 같다"고 전망했다.

 

 


▲ 정부가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담뱃값 2000원 인상을 보고한 11일 오전 서울역 흡연구역에서 시민들이 담배를 피우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우리나라 흡연율이 OECD 국가 수준으로 떨어져야 한다는 데는 공감했지만 담뱃값을 2000원 인상하는 부분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렸다.

김한기 경실련 경제정책국장은 "원칙적으로 담뱃값 인상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소득세나 법인세 등은 인상하지 않고 담뱃값만 인상하는 것은 저항 없이 세수부족을 메우려는 정부의 꼼수로밖에 안 보인다.

현재 세수 부족 현상은 MB정부의 부자감세가 원인인데 소득세나 법인세를 인상하려면 저항이 심해 부담을 서민층에게 전가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경제학적으로 담뱃값의 경우 가격탄력성이 높지 않다.

가격을 올리는 만큼 금연율이 올라가지 않는다는 뜻이다.

국민건강증진이라는 공익적 효과가 적다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지난해 담배 판매로 걷힌 국민건강기금이 이자까지 합쳐 2조원가량 되는데 이중 실제 금연사업에 쓰인 것은 1.2%에 불과하다.

60%가 건보재정 적자 메우는데 사용됐다.

기금을 목적에 맞게 쓰지도 않은 정부가 국민건강증진을 명분으로 담뱃값 인상을 추진하는 것은 모순"이라며 "정부가 담뱃값 인상의 명분을 가지려면 소득세나 법인세 등도 인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영훈 바른사회시민회의 경제실장은 "이번 담뱃값 인상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흡연율을 떨어뜨리려는 것"이라며 "원론적으로 정부 정책이 세수 확보 측면보다는 금연정책을 강화하겠다는 부분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기 때문에 강력하게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가 담뱃값 인상을 세수 확보 측면에서 추진한다는 주장도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면서도 "흡연율을 떨어뜨리기 위해선 가격정책이 보다 더 강력한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에 부작용을 고려하더라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그 동안 담뱃값 인상 수입이 흡연자들을 위한 금연사업으로 들어가는 부분이 미흡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 부분에 대해선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담뱃값 인상 정책으로 담배 사재기가 성행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A편의점 직원 김모(25)씨는 "최근 확실히 담배를 보루째 구매하는 손님들이 많아졌다"면서 "담배 제조사가 사재기 단속에 나선다고 하지만 실효성이 있을진 모르겠다"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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