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이승철(48)이 내년 데뷔 30주년을 맞는다. 본업 외 사회 활동에도 열심이다. 김천소년교도소 재소자들로 이뤄진 합창단 '드림스케치', 대한민국 하위 3% 학생들로 꾸려진 합창단 등을 이끌고 통일 염원 프로젝트인 '온(On)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8월14일에는 독도에서 '그날에'를 발표했다. 사실상 이 일로 일본 입국이 거부된 것이 알려지면서 새로운 '독도 지킴이'로 떠오르기도 했다.

이승철은 25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자연스레) 임무가 주어졌다"면서 "제게는 중요한 포인트"라고 강조했다. "가수로서 노래하는 것도 중요해요. 그런데 사회적으로 조금이나마 도움을 줄 수 있는 위치에서 책임이 정해진 것 같아 기꺼이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슈퍼스타K' 산증인

음악채널 엠넷 '슈퍼스타K'(슈스케)는 국내 오디션 프로그램 원조다. 지난해 시즌 5까지 내림세였다. 지난 22일 곽진언의 우승으로 막을 내린 시즌 6은 비교적 성공했다는 평가다. 이승철은 '슈퍼스타K' 얼굴이다. 시즌 1부터 시즌 6까지 빼놓지 않고 심사위원 자리에 앉았다.

"무엇보다 우리 '슈스케'가 명예 회복을 해서 천만다행"이라고 웃었다. "시즌6의 삼각편대(톱3 곽진언·김필·임도혁)는 앞으로도 나오기 힘들지 않을까 생각해요. 노래를 잘할 뿐만 아니라 상품성, 음악성도 있죠. 싱어송라이터 자질도 충분합니다. 그 자체가 많은 시청자에게 공감을 산 거죠."

결승전 당시 곽진언이 선보인 자작곡 '자랑'에 대해 높게 평가했다. "(처음 들려준) 자작곡으로 감동을 주기가 어렵죠. 저도 곡을 쓰지만, 오디션 참가자가 많은 사람의 반향을 일으키는 훌륭한 곡을 썼습니다. 싸이에게도 문자가 왔더라고요. '자랑' 듣고 울었다고요. 하하하."

'슈스케' 출연자들과 또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인 SBS TV 'K팝 스타' 출연자들이 모두 참여하는 '리그 콘서트'를 열었으면 했다. "대승적인 차원에서 K팝이 더 잘 될 수 있죠. 그렇게 가요계가 풍성해졌으면 해요."

◇전국투어 새 브랜드 '울트라캡쏭'…데뷔 30주년 월드투어

이승철은 바쁜 일정에도 1년에 20~30차례 콘서트를 연다. 올해도 지난달 25일부터 전주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을 시작으로 새 전국투어 브랜드 '울트라캡쏭'을 돌고 있다. 29일 의정부 실내체육관을 비롯해 12월6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 12월20일 부산 벡스코, 12월 24~26일 서울 코엑스, 12월31일 대구 엑스코 무대에 오른다.

"가수가 앨범을 내면 공연을 해야 합니다. 앨범을 발표하고 콘서트를 통해 평가를 받아야 공연 문화가 정립되죠. 그래야 음악으로 경쟁하는 모습이 만들어진다고 봅니다."

내년 데뷔 30주년을 맞아 3월부터 세계 30개 도시를 도는 월드투어를 펼친다. "가수 생활을 그만둘 때까지 콘서트를 할 겁니다. 조용필 형님도 그렇게 하시잖아요."

이번 투어에는 '슈스케 6' 생방송 무대에서 뛰어난 활약에도 시청자 문자 투표에 밀려 탈락한 톱11 이해나가 게스트로 나선다. "신인을 캐스팅하는 것이 그들에게 터닝포인트가 되더라고요. 해나 씨는 단순히 참여하는 게 아니라 함께 콘서트를 만들어가는 중요한 역입니다."

이승철은 지난해 발표한 정규 11집 '마이 러브'에 동아방송대 실용음악과 학생들과 협업한 곡을 싣기도 했다. 내년에 발매 예정인 데뷔 30주년 기념 앨범에도 실용음악과 학생들의 곡을 싣는다. 현재 150곡가량 받았다.

데뷔 30주년은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조용필 선배님은 데뷔 45주년, 패티김 선배님은 데뷔 50주년이에요. 30주년을 기념한다는 것이 쑥스럽기는 하죠."

세계 무대에서 K팝 활약상을 보면 세월이 변한 것이 실감이 난다. "(미국 거물 프로듀서) 테디 라일리가 한국에 3년 동안 곡을 만들어 주고 있고, 제 곡도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이 1절씩 따라부르는 영상이 있어요. '세상이 정말 좋아졌구나'라는 감회가 들죠. (이승철이 데뷔한 록그룹) 부활 첫 콘서트는 저희가 악기 나르고 풀 붙여 포스터를 붙이고 했거든요. 30년만 늦게 데뷔했어도… 하하하."

◇새로운 독도 지킴이

이승철은 최근 새로운 '독도 지킴이'로 떠올랐다. 지난 9일 일본 공항에서 입국이 거부돼 억류되는 봉변을 당한 이후다. 앞서 8월14일 독도에서 탈북청년들의 노래모임인 탈북청년합창단 '위드 유' 단원 42명과 '그날에'를 부른 것이 문제가 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원래 '그날에'는 KBS가 내년 광복 70주년을 맞아 제작 중인 특집 다큐멘터리(2015년 1월 8~9일 방송 예정)가 다룰 예정인 이승철의 '온(On) 캠페인'을 위해 만들어진 곡이다. 그러나 일본은 독도에서 이 곡을 선보였다는 이유로 이승철과 그의 아내 박현정씨를 공항에 4시간가량 억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인 입국 불가 명단) 관리를 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되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직업란에 CEO라고 적었는데 출입국사무소에서 유명한 가수 아니라고 하더라고요. 사전 조사를 다 한 거죠. 2년 전 15번이나 일본을 오갔는데 아무런 제재가 없었다고 하니 그때는 '인터넷이 없어서 몰랐다'고 말도 안 되는 해명을 내놓았죠. 내년에는 월드 투어 때 미국뿐 아니라 일본 도쿄, 오사카도 포함됐어요. 공연에 대한 비자 신청을 다시 해볼까 생각 중입니다. '그날에'는 독도에 대한 노래가 세계 평화를 기리는 노래죠. (일본이) 섣부르게 판단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독도 일에 열사가 돼서 강한 운동을 하겠다는 건 아니다. "음악으로 (그런 일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봐요. 그래서 크게 부담이 되지는 않아요. '온 캠페인'을 위해 (아일랜드 록밴드 'U2'의 보컬) 보노에게 편지를 보냈어요. 미국의 유명 가수 7~8분에게도 편지를 보냈죠. 저희(이승철과 탈북 청소년 합창단)가 UN이나 하버드에 가서 노래한 것도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관심을 끌어내기 위해서죠. 보노 역시 그런 사회적인 일에 관심이 많고요. 우리나라에도 세계적인 스타가 있잖아요. 김연아 씨, 박찬호 씨. 싸이도 있고요. 한국 판 '위 아 더 월드'를 만들고 싶어요."

이승철은 12월3일 홍콩에서 열리는 엠넷 연말 시상식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즈'(마마)에서 홍콩 어린이 합창단 50명과 '그날에' 영어 버전을 부른다.

◇신해철 추모하는 대형 콘서트 계획

이승철은 지난달 사망한 가수 신해철의 사망 원인을 밝히기 위한 부검을 이끌어낸 사람 중 하나다. 이승철을 비롯한 가수들이 유족에게 이를 요청했다. 유족들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부검이 진행됐다.

"가수들이 (그런 일로) 한데 뭉친 건 처음이라는 생각이에요. 이제 가수들은 물러섰습니다. 가족들의 몫이므로 일임을 했죠."

대신 내년 5월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신해철 추모공연을 열 계획이라고 귀띔했다. "상징적인 의미의 콘서트입니다. 5~6시간 공연할 거예요. 막연히 슬퍼하기보다는 '그가 있어서 행복했다'는 콘셉트죠. 신 나는 록음악도 들려드리고요. 내년 2월 이 공연 관련해 기자회견을 할 거예요. 단발성이 아닌 연례행사로 만들고 싶어요."

◇한눈팔지 않고 자리 지켰다

30주년을 앞두고 이승철은 "열심히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면 아름다운 모습을 만들지 않을까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한눈팔지 않고 열심히 하면 언젠가는 좋은 일로 마무리되더라고요. 많은 일이 있었지만, 변명보다는 노래로 대변했어요. 그런 모습을 팬들이 원하시는 것이죠. 스타로서 살아갈 때 힘든 일이 많죠. 그래도 가수는 노래로 승부를 봐야죠. 말로 하는 변명은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사회적인 일들로 음악성이 오히려 묻힐 법도 하다. "뜻밖에 가창력이 뛰어난 가수 중에 히트곡이 없는 사람들이 많아요. 저는 제가 부르고 싶은 음악보다 사람들이 듣고 싶은 음악을 하고 싶어요. 그게 대중 가수들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음악이라는 것은 또 답이 없더라고요.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 같이 뜻하지 않게 전 국민의 사랑을 받는 노래도 있고요. 욕심을 부르기보다는 힘을 빼고 자연스럽게 부르는 것이 가장 좋은 것 같아요."

그래서 단 한 사람이라도, 팬이 있다면 무대에 서 있을 힘이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노래 부르는 사람에게는 그게 가장 큰 거죠. 나를 바라봐주는 사람이 없으면 노래를 못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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