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봉헌 변호사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은 서거 직전 우리 사회가 화합과 통합으로 가야한다는 유지를 남겼다고 한다.

온통 세상에 적대감과 증오를 부추기는 목소리가 가득 차 있으니 김 전대통령께서 걱정을 많이 하신 것 아닌가 생각된다.

깨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분열과 대립으로 치닫고 있는 이 나라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현직대통령은 야당과 여당, 국회, 심지어 국민을 향해서 까지 극단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는다.

민주노총을 비롯한 시위대를 이슬람국가 (IS)의 테러리스트와 비유한 것은 도가 넘는 발언이다.

여당에서는 친박과 비박 사이에서 “이제는 용서하지 않겠다.”는, 시중 술좌석에서나 나오는 막말이 난무한다.

야당도 그에 못지않다.

친노와 비노 사이의 간격은 서로를 도태시켜야 할 집단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할 정도로 멀고 험악하다.

한쪽은 친노 패권주의라고 비난하고, 다른 한쪽은 공천권을 나눠먹자는 구태세력이라고 비난한다.

그들 사이에 주고받은 “사퇴하지도 않으면서 사퇴할 것처럼 공갈치는 것이 문제”라는 언사는 들은 귀를 의심하게 한다.

원로 역할을 해야 할 분도 예외가 아니다.

한완상 전 통일부총리는 여당 유력정치인들에게 “치매 걸렸냐”고 비아냥거렸다.

막말이라는 전염병이 중세 유럽의 콜레라처럼 무섭게 유행하고 있다.

 이러한 막말은 우리 사회에 내재한 위험에 대한 중대한 신호이다.

필리핀처럼 서로를 못 믿어 구멍가게도 총을 든 경비원이 지키는 사회나 시리아처럼 내전으로 격화되는 사회로 전락할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부터는 분열과 대립, 적대감과 증오를 부추기는 모든 세력에게 엄중한 경고를 해야 한다.

그리고 화합과 통합의 가치가 최우선적 가치임을 자각해야 한다.

분열과 대립의 시작은 정치권의, 국민을 적과 동지로 구분하는 이분법적 정략에서 비롯되었다.

영남과 호남을 분리하여 장기독재를 하려는 음모, 민주화세력을 좌경 용공으로 몰아 탄압하던 수법이 그 단적이 예이다.

거기에다가 심각해지고 있는 양극화와 세대 대결이 더 해지면서 우리 사회는 폭발 직전이다.

당장은 이를 더 자극하면 선거에서 유리할 수 있다는 유혹을 느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는 위험천만한 생각이고 나라의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 반역적 생각이다.

화합과 통합은  합의와 통일이 아니다.

오히려 합의와 통일이 없어도 우리 사회가 잘 굴러갈 수 있다는 관용적인 문화이다.

다시 말하면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이 자신과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과 잘 지내는 것이다.

모든 사람이 다른 사람들의 다양한 삶의 방식을 현실 그대로 인정할 수 있는 마음의 공간을 갖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부터는 신사고의 지평을 여는 새로운 패러다임과 새로운 원칙을 세워야 한다.

 야당과 여당은 서로를 선악으로 보지 않고, 정치의 소비자인 국민들로부터 누가 더 지지를 받느냐로 경쟁하는 선의의 경쟁자이자 국정의 과제를 공동으로 수행하는 최고의 협력자로 보아야 한다.

국민들도 이 시대의 모든 문제는 제도 내에서 개혁으로 얼마든지 해결 가능하며 현실적으로도 그 길이 유일하다는 확고한 믿음을 가져야 한다.

그러한 면에서 의회와 정당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국민들도 가장 큰 관심을 의회와 정당이 제 역할을 하도록 감시하고 후원하는데 두어야 한다.

집회와 시위가 평화적이어야 할 이유도 거기에 있다.

집회나 시위도 언론과 마찬가지로 의회와 정당에게 국민의 뜻을 전달하는데 있으므로 폭력적이어서는 안 된다.

반면에, 국민들은 정당을 최종적으로 선거를 통해서 심판함으로써 주권자로서 역할을 확실하게 할 수 있다.

그러한 면에서 이번 12월 5일 종교인들이 차벽 대신 인벽을 만들겠다는 선언은 큰 의미가 있다, 평화의 길, 화합과 통합으로 가는 첫 발걸음이다, 그리고 곧 다가오는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분열과 대립, 적대감과 증오를 부추기는 모든 정치인을 심판해야 한다.

이 또한 화합과 통합으로 가는 길이며, 상생과 번영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드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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