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의 한 대선 주자가 과거 흉악범을 즉결 처형한 사실을 인정하며 대통령이 되면 적극적으로 사형을 집행하겠다고 밝혀 인권단체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13일 필리핀 ABS-CBN 방송 등에 따르면 내년 5월 대선에 출마한 로드리고 두테르테 다바오시 시장은 최근 한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과거 중국인 소녀를 유괴, 성폭행한 남성 3명을 자신이 총살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두테르테 시장은 1988년 시장으로 당선된 지 3개월이 지났을 무렵 이 같은 일이 있었다면서 당시 인질의 안전이 확보된 것을 확인한 뒤 사살했다고 덧붙였다.

두테르테 시장은 지난 주 취재진과 지지자들에게 시장 재임 기간 중 700명의 범죄 용의자들이 처형된 것으로 추정된다는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의 발표에 대해 틀린 수치라며 1천700명으로 정정하기도 했다.

실제 그만한 처형이 있었는지 확인은 안 됐지만 두테르테 시장이 강력 범죄에 대한 강경 대응으로 인기몰이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두테르테 시장은 지난 5월 "대통령이 되면 모든 범죄자를 처형할 것"이라고 말한 데 이어 11월에는 "마약상을 수용할 장례식장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론조사업체 SWS가 11월 말 실시한 한 대선 후보 여론조사에서 두테르테 시장은 지지율 38%로 1위를 기록했다.

이 여론조사가 다바오시에 있는 한 사업가의 의뢰로 이뤄졌고 질문에 두테르테 시장이 출마했다는 점을 명시해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됐지만 조사 결과는 현지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한편 필리핀 인권위원회는 두테르테 시장의 흉악범 처형 발언이 문제가 되자 특별조사팀을 구성, 진위 확인에 착수했다.

치토 가스콘 인권위원장은 "누구도 법 위에 있을 수 없고 대통령도 마찬가지"라며 법무부와 경찰이 두테르테 시장을 조사할 것을 촉구했다.

이에 앞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1990년대 후반 이후 두테르테 시장이 이끈 암살단이 1천 명 이상의 범죄 용의자를 처형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이는 인권 침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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