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남 중 건축사 

건축에서 창의 기능적 역활은 빛을 들어오게 하고 환기를 시키며 밖의 풍경을 볼 수 있는 것이며, 외부 형태에서도 디자인 요소로 중요한 역할이다.

사람에게도 창이 있다.

마음의 창이 있다.

조직 내 인간의 갈등의 원인 규명에 유용하게 쓰이는 심리분석틀 중에 조 하리(Joe Hary) 가 만든 마음의 창이 있다.

사람들은 네 개의 영역으로 구분되어 있는 이 창을 통해 자신도 모르는 자신의 정체성을 알게 된다.

제1은 열린 창으로서 나도 알고 남도 아는 공공 영역 이다.

고향이나 가문, 학벌 경력 등으로, 공유하고 있으니 문제 될 것이 없는 부분이다 제2는 숨겨진 창으로서 나는 알고 있으나 남은 전혀 모르는 사적영역이다.

이는 어쩌다 드러날 경우 상대를 실망시키거나 놀래게 할 수 있다.

제3은 눈먼 창으로서, 나는 모르나 남은 아는 맹목(盲目)영역으로 가장 문제가 되는 부문이다.

제4는 암흑의 창으로서, 나도 모르고 남도 모르는 미지영역이다.

이는 신만이 아는 세계일수도 있으며, 명목상을 통해 참 나를 찾는 경지에 오를 때나 볼 수 있는 세계일 것이다.

입사동기생 중 차장과 대리가 있었다.

베풀지 않고 얻어만 먹는 대리에게 차장이 안타가워 충고했다.

‘월급의 1할을 1년만 써라, 과장되고 1년이면 오른 월급으로 쓴 돈이 회수되며, 2년차부터 흑자가 된다.

그러나 대리는 충고를 거절하였다.

얻어먹는 것 자체를 ’가지를 좋아해서 사준다‘고 착각하여 부끄럽게 생각하지도 않았고, 동료 선후배를 위하여 자기가 왜 돈을 써야 하는지에 대하여도 이해하지 못하였다.

열린 창으로 볼 때 누구보다 우수한 그는, 동료가 눈먼(Blind)창의 블라인드를 걷어내 줘도 보질 못하였다.

건축사들이 건설사에 설계업을 허용하려는 정부의 방침에 항의하기 위해, 건축사협회 중심의로 건축사들이 뭉친적이 있다.

이는 건축사가 전문인으로서 누구에게도 예속되지 않아야 한다는 전 세계의 열린 창 개념을 한국만이 눈먼 창으로 역행하려 한다는 점에서나, 중소사무소가 대부분인 건축사들의 생존권 확보 차원에서나 당연한 일이었다.

건축에도 영역별 마음에 창이 있다.

집을 짖고 자 하는 건축주의 창, 건축을 아름답고 살기 좋게 설계하는 건축사의 창, 그 건축물이 법적으로 합당하게 설계되었는가를 확인하는 공무원의 창, 공사비용에 맞게 설계도면대로 공사하려는 시공자의 창, 설계도면에 맞게 공사하는지 살피는 감리자의 창, 이각각의 영역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블라인드가 있다.

그래서 분쟁이 있고 소리가 커지는 것이다.

그 해결이 무어인지 생각을 해보면 참 싑다.

내 생각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참고, 상대의 말이 틀릴지라도 중간에 끼여 들지 않고 참고 끝까지 들어주는 것이다.

이것이 소통이다.

소통은 말을 유창하게 많이 하는 것이 아니라 눈을 맞추며 경청 하는 것이다.

새해는 건축계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서로의 마음의 창에 블라인드를 걷어내는 해가 되길 소망해 봅니다.

 

저작권자 © 전북중앙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