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보, 3보 전진을 위해서는 1보 후퇴를 할 필요가 있다.

초보가 아니라 전문가라면 더 그렇다.

싸움을 잘 하는 선수들은 먼저 상대 펀치를 한 대 맞아 본다.

그리고 상대 선수의 힘을 파악하고 자신이 필요로 하는 전술로 상대를 제압한다.

세상의 모든 일이 다 그렇겠지만 어떤 사안에서든 일희일비하는 인물은 미래가 없다.

특히 지도자의 경우는 그렇다.

지도자가 이리 갔다가 저리 갔다가 행선지가 불명확하면 그를 따르는 사람들, 지지자들은 불안해 한다.

믿음과 신뢰는 시간이 흐를수록 깨지기 마련이다.

안철수 의원의 국민의당은 한때 기세를 올렸지만 지금은 지지율이 떨어졌다.

그 이유는 정치물을 조금이라도 먹은 사람들은 안다.

신당이 추구하는 노선의 애매모호성, 당내 안철수 그룹과 탈당 의원간 불협화음설, 국회 교섭단체 구성에 얽매이는 듯한 당 지도부 분위기.이 외에도 지지율 하락의 이유는 여럿 있겠지만 이 같은 문제점은 결국 안철수 의원에게로 귀결된다.

안철수 본인의 최근 여러 결정들에 미흡한 점이 없었는지 돌아봐야 한다.

국민들은 안철수 하면 성공한 기업인, 돈이 많은 정치인이라고 인식한다.

국회 교섭단체 구성을 통해 얼마를 받느냐 하는 이런 문제에는 크게 관심이 없다.

오히려 보조금 문제가 나오면 나올수록 안철수 의원의 진심은 ‘속물’로 변질될 수도 있다.

보조금의 규모보다는 신당에 어떤 정치인들이 모여들고, 과연 그 정당으로 정권을 잡을 수 있느냐 그런 점에 국민들은 관심을 가질 것이다.

안철수 지지자였다가 지금은 조금 실망을 느꼈다는 모 의원은 “대통령이 된다면 자신의 이상과 꿈을 실현할 수 있는데, 왜 교섭단체 구성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나라에서 받는 수 십 억원을 포기하더라도 올바른 정치, 뚜렷한 목표만 정립하면 국민들의 지원금이 훨씬 많을 것이라는 뜻이다.

적어도 돈에서는 자유로운 안철수라면, 새 정치를 위해 마음 맞는 정치인과 함께 미래를 도모했어야 한다는 것.어찌됐든 안철수 의원은 지금은 호남 중심의 신당을 주도하고 있다.

당내 지지그룹도 호남에 쏠려 있고 호남이 주축이다.

따라서 안 의원의 정치 미래는 호남의 지지를 받아야만 가능하다.

안 의원은 긴 호흡으로 4.13 총선 이후를 내다봐야 한다.

안 의원은 ①총선을 통한 국회 교섭단체 구성을 1차 목표로 ②제1야당이 되겠다는 게 2차 목표 그리고 ③대통합을 통해 정권을 잡는다는 것을 3차 목표로 삼아야 한다.

이 중에서 가장 기본인 총선 후 1차 목표 달성 여부는 전북에 달렸다.

광주전남은 현역 의원 상당수가 더민주를 탈당했고 양당이 치열한 경합을 펼치고 있다.

반면 전북은 더민주 소속 현역 의원들이 9명이나 있다.

광주전남에서 절반을 건지고 전북에서 절반을 건지겠다는 생각을 하면, 국회 교섭단체 구성이라는 1차 기본 목표는 한층 손 쉬워진다.

그러나 전북에서 패하면 안철수의 이상과 꿈은 한 순간에 사라질 것이다.

전북의 정동영과 손을 잡는 것은 당내 역학구도상 1보 후퇴하는 것일 수 있고 안철수 그룹에선 반대 의견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안철수도 3보 전진하고 정동영도 2보 전진하는 최선의 방안은, 손을 잡는 것이다.

당내 정동영 비토 그룹이 있다면 그들을 설득해서라도 DY와 같이 하는 게 본인을 위해서나 당을 위해서도 좋을 것이다.

안 의원은 지금 다시 한번 당의 나아갈 길, 그리고 왜 신당을 창당했는지를 돌아봐야 한다.

목표 달성을 위해선 한 번의 성의와 양보가 필요하다.

/서울=김일현기자 khe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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