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봉헌

/변호사

최근에 법조비리의 의심을 받는 사건이 발생하여 세상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개인의 인생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는 법률문제가 청탁과 로비에 의하여 결과가 좌우된다면 그건 끔찍한 일이다.

한 사회의 근본이 무너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그만큼 그 사건이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지 않나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대다수의 법조인들은 격무에 시달리면서도 직무에 최선을 다하고 있고 공정성의 잣대를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남을 잘 못 믿는 사회풍토 때문에 법조에 대한 불신도 적지 않다.

그에 더하여 가끔 발생하는 법조비리 사건이 그러한 불신의 불길에 기름을 붓는다.

필자도 1989년 봄 수원지방법원 판사 초임발령으로 첫발을 내딛었으니  이제 법조인으로 활동한지가 27년이 다 되어간다.

그런데  되돌아 보면, 법률문제가  관련된 사람들의 인생에 너무나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과연 내가 제대로 해 왔는지 하는 두려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비단 법률문제에서만 그런 건 아니다.

10년 전 쯤 날아온 축구공에 눈을 맞아 크게 눈수술을 받은 적이 있는데 그 땐 의사가 정말 하나님 같은 존재였다.

서울 삼성병원에서 부분 마취 후 5시간 이상 수술을 하는데 의사의 성실성과 전문성에 따라 수술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그래서 그 후 한동안 전문가로서 나의 직분에 성실하였는가를 뼈아프게 자성을 해보기도 하였다.

지금도 그 동안 맡았던 사건들 중에 가끔 생각나는 사건들이 있다.

어떤 사건은 후회가 많이 되기도 하고 어떤 사건은 보람을 느끼기도 한다.

예비군 중대장으로 근무하던 남편이 우울증으로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다가 자살하였는데 남편이 새로 받게 된 업무가 어렵고 힘들어서 우울증이 재발, 악화되었고, 그 우울증으로 자살했으니 남편을 국가유공자로 인정해주고 유족연금을 달라는 소송도 그 중 하나다.

그 사건은 일심에서 패소하고 이심에서도 졌다.

자살한 사람을 국가유공자로 인정한다는 것이 군의 특성상 인정하기가 어렵다고 생각되어 상고 포기를 권유했지만 부인은 끝까지 상고를 고집하였고 결국 대법원에서 승소하여 남편의 한을 풀었다.

지금도 부인의 그 강인함은 어디서 나왔을까 생각이 든다.

민사사건도 한 개인의 인생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

크레인 같은 기계는 대부분 고가이고 전문적인 기술이 필요하므로 빌려서 사용한다.

그런데 그 크레인을 기사가 운행하다가 크레인이 무너진 사건이 있었다.

마침 보험을 들었는데 보험회사가 1억 5천만원을 보상 해주고 보험 회사에서 그 크레인을 임차한 사람의 회사를 상대로 구상금 청구 소송이 들어왔다.

크레인 기사가 임대인이 고용한 사람이고 크레인도 임대인의 소유이므로 오히려 임대인의 책임이 더 크지 임차인의 책임은 없다는 주장을 했으나 법원에서 이를 받아 들이지 않아 의뢰인인 임대차인이 패소했다.

필자는 대법원에 상고를 해서 다투어 보고 싶었는데 의뢰인이 상고를 포기하였다.

위 돈을 갚을 능력이 없어 의뢰인은 부도가 났다.

그런데 최근에 대구고등법원에서 유사한 사건에서 그 때의 임차인 측 주장을 받아들인 판결이 있었다.

상고를 했으면 어떤 결과가 있었을까 아쉬움이 남는 사건이다.

그렇지만 그러한 사건들이 수사기관이나 재판관이 한쪽 당사자의 로비를 받고 편파적으로 일을 처리했다고 느낀 적은 없다.

그렇지 않다면 아쉬움이 아니라 분노와 증오의 감정이 일었을 것이다.

법률문제는 항상 사실판단의 차이와 법적 해석의 차이에 따라 결과가 좌우된다.

따라서 매 사건 마다 치열한 변론이 펼쳐 지고 비록 100% 확신이 없더라도 결론을 내려야 하는 순간이 다가 온다.

그런데 이러한 중대한 일의 결과가 청탁과 로비에 의하여 좌우된다면 한 사회의 근본이 무너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그만큼 법조비리에 대해서는 엄중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실제 법조비리가 없어도 법조에 대한 불신만으로도 사회에는 큰 패해가 발생한다.

이러한 불신을 어떻게 해소할까?

작은 실천으로 의뢰인과 직접 대면을 하는 변호사로서 먼저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언행을 조심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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