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 복판인 광화문 거리는, 시민들의 함성소리로 귀가 아플 정도였다.

그러나 비판의 목소리, 성난 목소리보다 마치 축제와 같이 지금 이 순간을 즐기려는 들뜬 목소리가 훨씬 더 많았다.

박근혜 퇴진이라는 구호 또한, 시민들은 잔뜩 분노한 얼굴이 아니라 웃음기 띄운 표정으로 외쳤다.

과거, 1987년과는 확연하게 달라진 광화문 광장이었다.

19일, 강남의 결혼식장에 들렀다 광화문으로 향하는 지하철에는 이미 시민들로 꽉 차 있었다.

광화문으로 가는 시민들은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행복한 모습이었다.

어쩌면 불공정사회에 대한 속쓰림을 감추기 위한 것일 수도 있지만….한 손에는 촛불을 들고 다른 손에는 생수나 피켓을 든 수많은 이들이 오후 들면서 광장을 채웠다.

오후 4시쯤에는 광화문 집회 현장에 더 이상 들어갈 수 없을 정도의 시민들이 모여 있었다.

시민들은 구호를 외치고 문화 축제를 즐겼다.

참가자들은 함께 노래를 불렀고, 어떤 이들은 스마트폰으로 인증샷을 찍어 친구에게 보내기도 했다.

앳된 학생들, 교복을 입은 것으로 봐선 중학생 또래 친구들이 한 쪽에 모여 대통령 퇴진 구호를 외쳤다.

옆에 있는 어른들이 공정사회를 지켜내지 못한 ‘공범’일 수도 있지만, 어른-청년-아이 할 거 없이 모두가 촛불을 들고 한 목소리를 냈다.

광화문에선 지금까지 우리가 봐 왔던, 일반적인 집회 현장과 다른 점이 너무 많았다.

우선 손쉽게 볼 수 있었던 이들이 눈에 띄게 줄었다.

머리에 붉은 띠를 두른 이도 거의 없고 총파업 등의 조끼를 입은 이들도 많아 보이지 않았다.

과거에는 이들이 집회를 주도했지만 이번에는 자발적인 시민들로 광화문이 채워졌다.

인산인해의 광화문 현장에서 돋보인 것은 성숙한 시민의식이었다.

세종대왕상 앞에 자리한 집회 중앙무대 주변에선, 그리로 들어가려거나 밖으로 나오려 하는 이들로 거의 한 시간 이상을 서서 기다려야 했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불평, 불만을 토로하지 않았다.

들리는 목소리는 “앞에 길 좀 터 주세요”, “한 줄로 서 주세요”라는 것이었다.

시민들은 차분히 질서, 질서를 연호했다.

일부 집회 참가자가 과격한 발언이나 행동을 하려 들면 즉각 주변 사람들이 제지했다.

‘비폭력’, ‘평화집회’ 등의 구호로 그들의 행동을 머쓱하게 만들었다.

시민들이 성숙한 집회 문화를 보이면서 과격파들은 설 자리가 없었다.

결국 그들 역시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축제에 참여했다.

광화문에서 우리 사회는 무엇을 느끼고 있는가.불공정한 사회를 시민들 스스로의 힘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 누가 시키지 않아도, 등 떠밀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광장에 나와 “사회를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진 것. 또 시민과 경찰이 서로를 지켜줄 수도 있다는 것. 집회 내내 시민들의 얼굴에 희망과 자신감 그리고 웃음이 떠나지 않은 이유일 것이다.

집회를 마치고 돌아오는 광화문 옆 종로거리. 치킨 집에는 이미 수많은 집회 참여 시민이 치맥으로 서로를 격려하고 환호하며 ‘퇴진’ 구호 속에 잔을 들었다.

큰 딸과 함께 먹은 치맥이 이렇게 맛있을 수도 있구나, 그 때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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