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카리스마-기다리면 단단해진다-탈권위적 위트가이

어수선한 시국이다.

일각에서는 대한민국 최대 위기란 말도 나올 정도다.

일개 단체의 수장이 아닌 한 나라의 대통령이 제자리를 찾지 못한 채 갈팡질팡이다.

비상식적인 일들이 불거지면서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은 혼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 사람의 생각과 행동은 그가 속한 집단과 조직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리더가 그런 상황일 경우 그 심각성은 두 말 할 나위가 없다.

현재 대한민국의 리더가 그렇다.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리더는 국민들 설득을 시키지도 못하며, 혼란에 빠진 국민들은 주말이면 촛불을 들고 밖으로 향한다.

지난 주말에는 전국에 약 260만명의 국민들이 집결해 리더의 부재를 안타까워했고 그 행렬의 마침표는 아직도 감감무소식이다.

하지만 성난 민심을 가라앉힐 고민이 없어 보인다.

별다른 고민 없이 국민들을 성나게 했으니 해결방안 역시 뾰족한 수가 없을게다.

리더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 지 대한민국 국민들은 현재 몸으로 직접 체험하며 학습 중이다.

학습기간이 언제 끝날지 현재로선 기약이 없는 상태다.

전북현대 최강희 감독은 올해 화려한 축구인생을 보내고 있다.

비록 K리그에서 정상에 오르는 것은 실패했지만 누구도 그를 탓하지 않는다.

오히려 10년 만에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정상을 차지하며 독특한 리더십이 회자되고 있을 뿐이다.

K리그 감독상은 놓쳤지만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올해의 감독상을 수상하며 더 큰 의미를 가져왔다.

아시아 최고에 감독상을 수상했지만 평탄했던 한 해는 아니었다.

구단이 심판 매수 의혹에 연루되면서 홍역을 치렀다.

명문구단을 이끈다는 죄로 타 구단의 각종 시기와 질투도 감내해야 했다.

하지만 전북현대 그리고 최강희 감독이 현 자리에 오르기까지는 그의 탁월한 리더십이 크게 한 몫 했다는 평이다.

거친 운동선수들을 다독거리며 때론 강한 채찍을 통해 오늘의 영광을 만들었다.

최강희 감독의 리더십은 한 마디로 조용한 카리스마다.

굳게 다문 입에 20년 넘게 고집한 2대8 형태의 가르마가 이 점을 대변한다.

특히 스타플레이어가 아닌 대기만성형으로 자란 본인의 경험이 선수 지도에 그대로 반영된다.

선수 행동 하나 하나에 일일이 지적하지 않는다.

지켜볼 뿐이다.

학생도 아마추어도 아닌 프로선수이기 때문에 모든 것을 선수 본인에게 맡기는 것이다.

하지만 기대 이상의 변화가 없을 시 선수와 일대일 면담을 가진다.

선수가 편지로 어려움을 호소하면 편지로 응답한다.

무조건적인 승리보다 따뜻한 곳으로 선수들을 인도하는 것이 최 감독의 주 임무다.

선수들과 공감대를 얻는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란 판단에서다.

이런 리더십은 선수영입에도 그대로 활용된다.

2005년 전북에 첫 부임할 당시 욕심이 많았다.

하지만 입맛에 맞는 선수가 없었다.

좋은 선수에 대한 욕심이 강한 터라 인재육성에 우선 고민했다.

선수 영입에 필요한 예산도 구단의 주머니사정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선수라도 너무 비싸면 과감하게 포기할 줄 아는 스타일이다.

새로운 선수가 들어오면 계약 전에 면담에 들어간다.

선수의 가정사와 성장과정을 묻는 것도 빼놓지 않는다.

‘왜 너를 영입했는가’에 대한 당위성을 설명하고 선수에게 신뢰감을 형성하는 게 최 감독이 해야 할 일이다.

‘내가 데려왔으니 나간다고 하지 않는 이상 너를 믿겠다.

’ 이 말 한마디가 선수에겐 믿음과 신뢰감을 불어넣게 된다.

이동국과 최태욱이 가장 대표적인 경우다.

이동국의 경우 당시 스트라이크로서 실패한 선수란 인식이 강했다.

유럽 프리미어리그에서 단 한 골만 넣는 등 별다른 결과 없이 귀국했다.

귀국 후 방황하는 이동국에게 손을 내민 것이 최강희 감독이었다.

전지훈련에서 한 골도 넣지 못하면서 다른 선수들의 의심도 컸지만 최 감독은 무조건 이동국을 믿었다.

그 해 이동국은 K리그 득점왕에 오르게 된다.

지도자로서 참고 기다린 보람이 선수에겐 신뢰감을 쌓게 되고 결국 좋은 결과를 얻게 된 것이다.

또한 부활을 간절히 원하는 이동국의 마음을 확실하게 꿰뚫어 본 최 감독의 천리안도 한 몫 했다.

최태욱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포항에서 이미 곤두박질한 상태로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다.

실력은 뛰어났지만 전성기는 지났고 몸싸움도 싫어했다.

최 감독은 최태욱을 합류하곤 내버려뒀다.

일정 거리를 둔 채 최태욱의 장단점 및 습관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몸싸움을 하라는 명령 외엔 변할 때까지 내버려뒀다.

그 해 최태욱은 K리그에서 해트트릭을 달성했고 심지어 상대 선수와 몸싸움을 벌이다 이마가 찢어지는 일도 생겼다.

공을 두고 치열한 싸움을 싫어하던 최태욱이 완전히 변한 것이다.

전북현대 관계자는 “지도자는 참고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선수와 감독 사이에 신뢰감이 올라가는 중요한 이유다”며 “묵묵히 바라보며 기다리는 최 감독이 없었다면 지금의 이동국도 없었을 것이다”고 밝혔다.

이같은 리더십은 올해 심판매수 의혹 사건이 터졌을 때도 마찬가지다.

선수들 사이 동요가 있을 법 했지만 최 감독은 끝내 말 한마디 하지 않았다.

하지만 선수 및 스태프 모두 잘 알고 있었다.

기다리면 단단해지고 단단할수록 최강의 명문팀이 된다는 것을 말이다.

그럼에도 최 감독은 소통을 시작하면 매우 적극적이다.

탈권위적인데다 위트가 넘친다.

훈련에도 항상 선수들과 함께한다.

감독에게 태클을 거는 선수가 있을 정도다.

하지만 넘지 못할 선을 스스로 유지한다.

그렇지 않으면 팀이 흔들리기 때문이다.

전북은 유독 노장선수가 많다, 수비수 평균나이가 32세다.

노장선수가 많을수록 경기력이 떨어질 수 있지만 최 감독의 생각은 정반대다.

젊은 선수들만 있으면 쉽게 흔들릴 수 있고 노장선수가 많을수록 자생력이 강해진다는 것이다.

한 그릇의 우유에 먹물이 떨어지면 바로 검은색으로 변하게 된다.

하지만 넓은 바다에 유조선이 침몰해도 자생력에 의해 치유가 된다.

최 감독이 팀과 선수들에게 원하는 것이 바로 이 점이다.

팬들도 그의 머릿속에 항상 자리를 잡고 있다.

중학생이던 팬이 이제는 아이를 안고 경기장에 나타난다.

바쁜 와중에도 시간을 내 팬들과 자리를 함께한다.

간혹 홈페이지엔 ‘최감독입니다’란 글이 올라온다.

팬들을 위해 최 감독이 직접 작성한 글이다.

이런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팬들과 교감하고 팬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얻어내게 된다.

최근 거액의 돈을 제시하며 중국 구단의 스카우트 제의를 단번에 거절한 것도 팬들과의 신의를 지키기 위함이다.

전북현대 관계자는 “경기 자체에만 몰두하는 것이 감독의 역할은 아니다.

선수들과의 관계는 기본이고 구단과 팬들을 위해서도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며 “감독의 리더십이 부족할 경우 경기력은 물론이고 구단과의 불화, 팬들의 무신경이 발생할 소지가 크다.

K리그 승리와 ACL 정상등극은 운으로 얻은 것이 아님을 최강희 감독에게서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형태를 변혁적 리더십이라 부른다.

일반적으로 리더십은 조직의 유지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구성원들을 유도하는 능력을 말한다.

독재자처럼 ‘나를 믿고 따라라’는 슈퍼 리더십이 있고, 뒤로 물러난 채 구성원들의 욕구를 위해 헌신하는 서번트 리더십도 있다.

홀로 주문을 외어가며 목표를 달성하는 셀프 리더십도 종종 볼 수 있다.

리더십의 유형에 따라 조직의 형태가 바뀌며 결과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만큼 리더의 리더십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김이림 이미지경영연구소장은 “리더십은 여러 유형으로 분류가 되는데 그 유형의 따라 결과물이 달리 나오게 된다.

확신하면 끝까지 유지하되 작은 범위 내에서는 변화를 주는 것이 리더가 해야 할 일이다”며 “구성원에 대한 비난과 채찍보다는 소통과 자신만의 철학을 가지고 조직을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한 리더십의 원동력이다.

이런 원동력이 있어야 구성원들에게 동기부여가 돼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원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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