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대란 해법의 키 '상생의 손'

전주시내 곳곳에 쓰레기가 쌓여 있다.

수거해가지 않은 쓰레기 더미 주위로 터져버린 쓰레기까지 뒤섞여 비바람에 흩날리고 있다.

이는 생활쓰레기 처리시설에서 반입 쓰레기에 대한 성상검사를 강화해 청소차량의 대기시간이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쌓여가는 쓰레기는 고스란히 시민들의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전주시의회는 그 동안 현금으로 지원됐던 폐기물시설 관련 직접보상액을 마을공동사업 등으로 지원하는 개정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대해 주민들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뚜렷한 해법도 찾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서로 양보하면 해법이 보일 수도 있다.

이번 주와 다음주가 쓰레기 문제 해결의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심화되고 있는 쓰레기 처리 실태와 문제점, 해법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주


▲<현장>보름 넘게 쌓여가는 쓰레기  

겨울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는 22일 오후 전주시 효자동 서부신시가지 인근. 상가를 끼고도는 인도에는 겹겹이 쌓인 쓰레기가 널브러져 있었다.

봉투 째 가지런히 놓인 쓰레기도 있지만 곳곳에 흩어진 쓰레기가 볼썽사납다.

쓰레기 더미 옆에는 정렬되지 않은 음식물수거용 쓰레기통이 불규칙하게 세워져 있다.

일부 행인들은 쓰레기로 가로막힌 인도를 피해 차도로 내려와 걸었다.

한 행인은 “쓰레기가 이렇게 쌓이고 있는데도 수거를 하지 않는 이유를 알 수 없다”며 “벌써 보름 넘게 쓰레기가 쌓여 미관을 해치는데다 악취에도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식당을 운영하는 상인 김모씨(55)는 “건물 주위에 쓰레기가 쌓이다 보니 손님도 줄어들고 있다.

가뜩이나 매출이 오르지 않아 골친데 쓰레기 문제까지 겹쳐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며 “이렇게 가다간 온 신시가지가 쓰레기 천지로 변할지도 모를 정도”라고 우려했다.

전주시내에는 서부신시가지뿐만 아니라 곳곳에서 쓰레기 더미를 목격할 수 있다.

중화산동 모텔 밀집지역에도 미처 수거해가지 않은 쓰레기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었다.

최근까지 산더미처럼 쌓인 쓰레기는 일부 수거된 듯 하지만 아직도 곳곳에 흩어져 있었다.

모텔 주변을 걷던 한 행인은 "하루가 다르게 쌓여 가는 쓰레기에 놀랄 뿐이다"며 "전주시와 시의회, 처리시설 주민들의 갈등으로 왜 애꿎은 시민들만 피해를 입어야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전통시장 주변이나 일반 주택가, 원룸촌도 사정이 심각하다.

전주 중앙시장 인근을 비롯해 덕진구 금암동 상가 주변 등에도 곳곳에 쓰레기가 쌓여 있었다.

전북대 인근 원룸촌에는 분리수거대 주변에 쓰레기를 가득 채운 봉투가 겹겹이 쌓여 있다.

쓰레기 옆을 지나가던 한 시민은 “쌓여있는 쓰레기 더미에 비까지 내려 거리가 엉망이다”며 “쓰레기를 수거하지 않다 보니 갈수록 쌓일 수 밖에 없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는 반대로 관광객이 많이 찾는 전주 한옥마을이나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시내 중심도로 등에는 쓰레기가 거의 없었다.

시내 중심도로변과 관광객이 몰리는 지역만큼은 깨끗한 상태를 유지한다고 하지만 이마저도 미봉책에 불과하다.

이처럼 쓰레기가 계속해서 쌓여가는 것은 전주시 상림동 ‘전주권 소각자원센터’에서 상상검사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전주권 소각자원센터(소각장)에는 약 60% 정도의 쓰레기만 반입되고 있었다.

지난달 까지만 해도 하루 평균 150대 정도의 차량이 몰렸지만 쓰레기 성상검사가 강화되면서 반입차량이 크게 줄어들었다.

전주시내 하루 생활폐기물 쓰레기 발생량은 170톤. 소각장의 쓰레기 처리용량은 하루 400톤에 달하지만 실제 반입량은 하루 발생량의 60%인 102톤 정도에 불과하다.

감시원들이 쓰레기 성상검사를 강화하면서 소각장 진입 차량 1대 당 평소 5~10분 정도면 소요될 성상검사 시간이 20~30분 이상씩 지연되면서 되돌아가는 차량들이 발생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시는 삼천2동 쓰레기 수거차량 차고지 임시 야적장에 쓰레기를 반입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법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 전주시 폐기물 처리시설의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이 열린 22일 전주시청 브리핑룸에서 전북환경운동연합 등 시민사회단체들이 전주 쓰레기 대란을 해결하기 위한 민간주도 사회적 협의기구 구성을 제안하고 있다./김현표기자

▲조례안 통과와 쓰레기 대란까지  

쓰레기 문제는 지난 9일 전주시의회가 완산구 상림동 전주권 소각자원센터(소각장)와 완주군 이서면 이성리 전주권 광역폐기물 매립시설(매립장) 주민들에 대한 현금지원을 중단하는 내용의 일부 개정 조례안이 가결되면서 심화되고 있다.

앞서 지난달 30일 시의회 복지환경위원회는 제336회 정례회 상임위원회 제2차 위원회를 열고 전주시가 올린 폐기물처리시설 설치촉진•운영 및 주변지역지원 등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 조례안을 수정 가결했다.

다만, 복지환경위는 조례 시행일 이전의 종합리사이클링타운 출연금 가운데 ‘주민편익 노후보장금’은 예외로 한다는 부칙을 신설했다.

이에 따라 종합리사이클링타운에는 총 사업비 50억원 가운데 운영비 2억5,000만원과 마을공동소득사업 명목의 토지매입비 일부인 23억7,500만원을 뺀 나머지 주민편익 노후보장금 23억7,500만원을 현금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시의회 상임위 통과 이전부터 불만이 쌓여왔다.

개정 조례안의 핵심은 환경부 ‘폐기물처리시설 설치촉진 및 주변지역지원 등에 관한 법률(이하 폐촉법) 제13조로 주변영향지역 지원은 공동사업을 원칙으로 하고 시장이 인정한 ‘가구별 지원’으로 명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개정 조례안은 8명의 시의원들이 의원 발의했으며 가구별 지원의 의미를 ‘현급지원’이 아닌 ‘사업지원’이라고 보고 ‘지원할 수 있다’를 ‘현금 지급은 안된다’는 내용을 담았다.

 ‘현금지원 불가’라는 개정 조례안이 상임위를 통과함에 따라 3곳의 폐기물처리시설 주민지원협의체 대표(위원장)들은 공동대응을 선언했다.

그 뒤 지난 5일부터 반입 쓰레기에 대한 성상검사를 강화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폐기물처리시설 주민지원협의체는 환경부의 ‘폐촉법’에 따라 각각 매립장 9명, 소각장 6명, 리사이클링타운 5명의 감시원을 두고 쓰레기 성상검사를 강화해 왔다.

성상검사는 폐기물처리시설 주민지원협의체에서 운영중인 감시원이 청소 차량에 실려온 쓰레기 성분을 확인하는 과정으로 이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당시 종합리사이클링타운 주민지원협의체 진재석 위원장은 “주민감시요원 복무규정에 따라 시에서 위촉장을 준 감시원들은 적정한 폐기물이 들어오는지 감시하는 임무를 갖고 있는 만큼 제대로 성상조사를 해 제대로 분리되지 않은 ‘불량 쓰레기’를 가려내겠다”고 말했다.

감시원의 성상검사 강화로 쓰레기 반입차량의 대기 시간은 지연될 수 밖에 없게 됐고 기다리다 못한 쓰레기 차량들은 되돌아 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 현실화 됐다.



▲쓰레기 대란의 원인과 대책은?  

쓰레기 대란의 근본 원인은 전주시와 폐기물시설 주민지원협의체 사이에 맺은 협약서에 있다.

전주시는 쓰레기 처리시설 주민의 보상 차원에서 지난 2004년 완주군 이서면 매립장, 2006년 전주시 상림동 소각장을 짓기 위해 주변 영향지역 주민들에게 일부 주민지원기금을 현금으로 지원하는 협약을 맺었다.

이에 따라 시는 지난 13년 동안 매립장 주변 21개 마을 주민과 소각장 주변 41가구 주민들에게 각각 86억원, 106억원(직접보상액)을 지급해 왔다.

문제는 전주시의회에서 그 동안 지원됐던 직접보상(현금) 대신 마을 공동사업이나 목적사업으로 전환해 지원하기로 조례안을 개정한 데 있다.

여기에는 현금지원에 따른 마을주민들간의 심각한 갈등과 반목을 어떻게 해서든 개선해 보자는 의도가 담겼다.

환경부도 지난 2013년 주민들에게 현금을 지급하고 있는 전국의 해당 자치단체에 ‘현금을 지급하지 말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개정 조례안 가결 움직임이 보이자 소각장과 매립장 주민지원협의체는 철저히 분리되지 않은 ‘불량 쓰레기’ 등 불법폐기물의 반입을 선별하기 위한 감시 활동을 강화했고 이후 조례안이 상임위를 거쳐 시의회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전주시내에 쓰레기가 쌓여가자 주민과 시•의회 사이에 ‘논리 싸움’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시의회는 개정 조례안을 가결 처리했고 주민들은 ‘신뢰를 저버렸다’며 반발했다.

주민지원협의체 관계자들은 “전주시가 협약서를 일방적으로 파기한 것은 주민과 약속을 저버린 행위”라며 맞섰다.

또 “이달 말까지 해결책을 내놓지 않으면 법적 대응도 불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례안 통과 이후 주민과의 대화도 긴박하게 돌아갔다.

해당 부서 간부들과 시장까지 나서 주민들과 대화를 벌였으나 진전이 없는 상태다.

최근 주민들은 이달 말까지 해결책을 내놓지 않으면 법적 대응도 불사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주민과 시•시의회 사이에 상생을 위한 해법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 소각장, 매립장, 리사이클링타운 연합 주민지원협의체 위원장들은 22일 전주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매립장 안병장 위원장은 지난주 김승수 전주시장과의 만남에서 오간 얘기를 바탕으로 “다음주까지 협의조정 진행이 미진할 경우 더 강경하게 나갈 수 밖에 없다.

시장님이 시의회와 원만히 협의해 나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안 위원장은 또 현금지원 중단 유예를 조건으로 내건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받아들일 수 있다”고도 말했다.

전주시와 시의회, 주민지원협의체 측은 현금지원을 중단하는 개정 조례안이 시의회를 통과함에 따라 올 연말까지는 어떤 방식으로든 상생조정안을 찾아야 할 처지에 놓였다.

조례안은 이미 통과됐지만 현금지원 중단 유예를 2~3년간 유보하는 내용의 ‘부칙’을 명시한 뒤 재의를 요청하는 적극적인 협의조정도 해법을 풀어가는 한가지 방식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전북환경운동연합과 전북녹색연합, 전북참여자치시민연대, 한국여성소비자연합전북지회 소비자정보센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전북지부 등 5개 시민사회단체도 전주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사회적 협의기구 구성을 제안했다.

이들은 “최근 통과된 조례안 만으로 전주시 폐기물처리시설의 근본적인 문제와 현안 갈등을 해결할 수 없다”며 여섯 가지 핵심쟁점을 제시하고 전주시, 환경시민단체,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논의할 수 있는 사회적 협의기구 구성을 주장했다.

/이신우기자 l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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