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 수목관리 불량··· 도시의 품격 어디로

가로수는 ‘도시의 허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세먼지와 열섬현상, 소음 등으로 도시환경은 갈수록 열악해 지고 있다.

가로수를 심고 가꾸는 것은 도시의 품격을 높이는 일이다.

도시민의 삶의 질 향상과도 직결된다.

도시민일수록 더 필요한 것이 나무다.

그래서 가로수 정책은 신중해야 한다.

가로수가 주민들과 친근감을 유지하고 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상인들의 생업에 지장을 주지는 않고 있는지, 지역 실정에 맞게 적정하게 심어져 있는지 꼼꼼히 점검해볼 일이다.

현장에 나가 가로수가 시민, 상인들과 어떻게 공존하고 있고 상생해법은 무엇인지를 살펴봤다.
/편집자주

 

▲가로수와 상인 ‘상생과 갈등’  

“은행나무요? 철도 아닌데 무슨 은행나무 얘기를… 지지난해까지는 고약한 냄새에 으깨진 열매를 신발에 묻혀 가게로 들어오는 손님들이 한 둘이 아니었죠. 상가 간판을 가려 장사에 지장도 많았고요. 전주시에서 열매가 맺히는 암나무를 수나무로 바꾼 뒤로는 불편한 마음이 싹~ 사라졌지요”

23일 전주시 완산구 태평동 공구거리(대동로)에서 만난 신생볼트공구 이동걸 대표의 말이다.

이 대표는 전주시가 공구거리에 은행나무 수종 교체사업을 시행한 이후로 상인들의 영업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시는 지난 2014년 12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공구거리에 8,000만원의 사업비를 들여 34그루의 은행나무(암나무) 수종교체사업을 끝냈다.

열매가 열리는 암나무를 수나무로 교체하기 전 상인들의 애로점은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도로변으로 떨어진 은행 열매의 고약한 냄새를 매일 경험해야 하는 불편을 겪어야 했다.

손님들이 떨어진 열매를 밟고 상가로 들어올 때면 상가 내부가 온통 고약한 은행냄새로 가득했다.

사고 위험도 상존했다.

잘못 디뎌 은행을 밟았다가 미끄러져 넘어지거나 차도로 나가 은행을 줍는 사람들이 교통사고 위험에 노출되기도 했다.

은행나무 잎이 무성하게 자라는 계절에는 상가 간판을 가리기도 했다.

장사하는 사람들에게 은행나무 열매는 그야말로 ‘천덕꾸러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변했다.

수종 교체 이후 지긋지긋한 은행 냄새도 없어지고 손님들이 발에 은행을 묻혀 들어올 일도 없어졌으니 다행이다.

당연히 사고위험도 사라졌다.

공구거리의 은행나무 교체사업은 전주시 가로수 정책이 상인들의 요구와 맞아 떨어진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날 삼천동 거마산로 일대 삼천도서관 앞 막걸리 골목도 둘러봤다.

플라타너스 26주가 ‘흉물 아닌 흉물’처럼 서있다.

주민들은 수년 전부터 플라타너스(양버즘나무)의 무성한 잎들이 상가 운영에 방해가 된다고 민원을 제기해 왔다.

여름엔 방패벌레 때문에 장사를 할 수 없다며 여기저기서 불평을 털어놓았다.

잎이 너무 무성해 간판을 가리고 열매 등이 바람에 날려 상가에 피해를 주기 일쑤였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시에 수종 교체요구를 끊임없이 제기했지만 수용할 수는 없었다.

대신 가지치기 작업으로 상인들을 민원을 해결해줬다.

하지만 나무가지를 강전지하는 바람에 모양새가 ‘흉물’처럼 변하고 말았다.

나무가 제대로 살 수 없는 생육 조건을 그대로 받아들인 꼴이다.

때문에 양버즘나무의 가치는 그만큼 상실되고 말았다.

삼천동 막걸리 골목 일대에서 꽃 배달서비스를 하며 이름 밝히기를 꺼려하는 김모씨(54)는 “플라타너스 나무 때문에 불편한 점이 많았지만 지금은 가지치기로 별 문제가 없다.

하지만 여기저기 흉물처럼 잘려나간 플라타너스의 모습이 도시 미관상 결코 좋아 보이지만은 않다고 말했다”고 말했다.

전주천 동로를 따라 메타세콰이어 거리에도 나가봤다.

완산교~쌍다리(완산, 덕진의 경계)~덕진교를 잇는 전주천 동로 메타세콰이어(측백나무과의 나무) 220그루가 한쪽 면 인도에 즐비하게 심어져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반대 편에는 지난해 11월부터 가지치기를 마친 수양버드나무가 긴 행렬처럼 줄지어 있다.

수양버드나무 가지치기는 전주시가 전주천의 버드나무를 몸통만 남기고 줄기를 모두 베어버린 것과 관련해 환경단체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메나세콰이어 거리에서 중고에어컨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는 신성오 대표는 “메타세콰이어는 거대한 수종을 자랑하고 있지만 등치에 맞지 않게 별 쓸모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마른 나뭇잎이 바닥에 떨어져 나뒹굴 때면 도로와 인도가 온통 지저분해진다.

비대해진 뿌리 부분이 도로 경계석과 보도 블록을 들썩이게 해 여기저기 나뒹굴게 만든다”고도 말했다.

메타세콰이어는 미관상 보기에 좋을지 모르겠지만 가로수로서의 효용성은 떨어진다는 말이다.

사실상 일부 주민들은 거대하게 돌출한 뿌리 때문에 통행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뿌리가 인도블럭을 들고 올라와 보도에 불량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 때문에 주변 상인들은 다른 수종 교체를 요구하기도 했다.

메타세콰이어는 신 대표의 말처럼 모양새는 나지만 부작용도 많다는 시각이다.

시는 메타세콰이어 상층부 3m쯤까지 마치는 것으로 수종을 유지하고 있지만 너무 많은 전지는 수형을 변화시킨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해법마련이 시급하다.

삼천동 막걸리 골목의 플라타너스나 전주천 동로 메타세콰이어 거리 상인들의 수종 교체 요구에는 막대한 예산부담이 뒤따를 수 밖에 없다.

나무가 도시에서 살아가려면 수형도 중요하지만 도시와 도로의 특성에 맞는 수종이 우선시되어야 한다.

그런 발판은 행정이 체계적인 수목관리대책을 마련해 바로잡아줘야 한다.


▲가로수 실태와 문제점, 대책

가로수 관리는 도시의 품격을 지키는 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로수는 그늘을 만들어 도시의 온도를 낮춰주고 대기오염 물질을 흡수해 맑은 공기를 만들어 낸다.

지친 몸과 마음의 스트레스를 해소해주는 쉴 수 있는 공간도 제공해준다.

또 자라나는 아이들에게는 가장 좋은 자연학습장이 돼주기도 한다.

전주시내에 식재돼 있는 가로수 수종은 모두 22종. 이 가운데 은행나무와 느티나무, 벚나무가 전체 가로수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도로 주변이 수종의 다양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에 따라 시는 향후 구도심 주요 간선도로의 은행나무(암나무) 제거에 나설 계획이다.

은행열매의 부작용을 없애기 위해서다.

관광객이 많이 찾아오는 한옥마을 주변 풍남문 일대 암나무 8그루는 지난 20일 수나무로 교체하는 작업이 시작됐다.

팔달로도 올해 예산 1억원을 확보했으며 은행나무 암나무를 수나무로 교체할 계획이다.

기린대로 태평양수영장~원대한방병원까지 소나무 식재 구간도 느티나무로 교체를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예산 부족의 문제가 뒤따르기 때문에 순차적으로 교체가 이루어질 수 밖에 없다.

전주시내 수목관리 실태도 들여다 봤다.

시가 지난해 7월 내놓은 수목 유지관리 종합지침에 따르면 심은 지 오래된 대경목(평균수고 7m 이상, 흉고직경 31~40㎝ 이상)의 가로수는 대부분의 항목에서 불량한 것으로 판정됐다.

 많은 도로 주변 가로수가 1열로 심어져 중앙분리대와 담장이 없고 보호틀과 보호덮개가 유실되거나 파손돼 있다.

일부에서는 수목의 수형과 생육을 고려하지 않고 전선과 민원처리만을 고려해 전지작업이 이루어지면서 수목의 상태가 불량한 곳도 있다.

이 같은 상황은 구도로를 중심으로 많이 나타나고 있다.

생육상태가 불량한 가로수 거리는 충경로와 팔달로, 대동길 등의 은행나무 식재 구간이다.

이곳은 식재 시기가 오래된 대경목으로 수형 유지를 위한 전정작업이 이루어지지 않아 도시미관을 해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삼천도서관길, 아리랑고개2길 등 9개 노선은 버즘나무 식재구간으로 전지와 병해충 민원이 많이 발생하는 구간이다.

수종과 공간이 일치하지 않는 가로수 거리도 있다.

대학로와 월드컵로•백제로는 은행나무 식재 구간이지만 심한 규격차이가 드러나는 거리다.

가리내길과 백제로는 버드나무와 메타세콰이어 양쪽 노선 수종이 달라 일체감이 떨어진다.

팔복동 공단길은 경관측면에서 불량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행환경이 불량한 거리도 있다.

가리내길, 진북로, 삼천도서관길, 맏내1길 등인데 식재된 메타세콰이어와 낙우송의 뿌리가 인도블럭을 들고 올라와 보도에 불량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 밖에도 가로수 보호틀이나 도로표지판 등 관리상태가 불량한 구간도 여러 곳이다.

국립산림과학원이 지난 2005년에 내놓은 '도시 숲의 생태적 가치'에 따르면 도심 속 나무심기는 기후 조절, 대기 개선, 소음 감소 등의 효과를 가져오는 것으로 파악됐다.

가로수를 포함한 도시 숲은 여름 한낮 평균기온을 3∼7도 낮추고 평균 습도를 9∼23% 높여준다고 한다.

도심의 25년생 버즘나무(플라타너스) 한 그루는 에어컨 5대를 5시간 가동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도 한다.

또한 가로수는 자동차 소음의 75%를 차단하고 나무 47그루는 경유차 한 대가 배출하는 양의 미세먼지를 흡수한다고도 알려져 있다.

그만큼 도시 숲을 이루는 가로수는 소중한 유산이다.

이 때문에 행정에서 먼저 도심 공원의 나무와 가로수에 대한 철저한 관리 계획을 세우고 추진해야 한다.

기초적 관리 외에 더 중요한 것은 도시민들과의 조화를 이루는 것이다.

/이신우기자 l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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