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숙 시집 '강가에 서면 나도 강이 된다' 첫 시집의 농익은 언어-탁월한 관념 돋보여

늦깍이 시인 정영숙의 첫 시집 ‘강가에 서면 나도 강이 된다’(신아출판사)가 발간됐다.

하지만 나름 시적 시전으로 시의 세계를 기웃거렸고, 꾸준히 시를 음독해왔다.

갑자기 시인의 품에 뛰어든 게 아니며, 자기만의 울안에 몇 해를 두고 씨앗을 뿌리고 푸성귀 가꾸듯 가꾸어온 결과인 것이다.

특히 인생의 노년기에 펴낸 이번 시집은 첫 결과물이라 하기 어려울 만큼 농익은 언어와 탁월한 관념이 돋보인다.

‘저 바람 속에/ 얼굴 없는 얼굴이 숨어 있네/ 기슭에 피어난 꽃잎으로 흔들려/ 새벽 이슬 풀잎 끝에 맑은 시 같이’(저 바람 속에 중에서) 시인은 중의적 표현으로 바람을 앞세운다.

바람은 시인에게 있어 전능의 신이며, 만상을 변용하는 공동선이다.

바람 속에 얼굴을 묻는 존재는 바람과 다른 개체인 듯하지만 자세히 음미해보면 결국은 하나다.

바람은 천지를 떠돌며 만 가지 경이로운 이변을 생산하고 이는 자연과 인간의 문제가 큰 틀에서 하나임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시인의 관심은 대부분 자연에서 비롯된다.

자연을 소재로 해 인간과 세상 등으로 관심사가 넓혀진다.

‘들녘으로 가리/ 네 영상이 떠오르는/ 꽃 지고 바람 부는 들녘으로 가리/ 해가 서산 뒤로 눕는/ 깊은 가을날/ (중략) 너의 목에 걸어주리/ 항상 너를 향하여/ 한 줄기 바람으로 들녘으로 건너가리’(들녘으로 가리 중에서) 시인은 들녘을 통해 본인의 소망이 실현되는 마당을 표현한다.

애수를 띤 가을 냄새가 물씬 풍기는 들녘은 이별과 재회가 함께 번갈아 진행되는 삶은 터전이다.

소재호 문학평론가는 “정영숙 시인의 시는 서정시의 분류로, 인간 이야기, 삶의 스토리 등 인간의 육성이 오롯히 담겨있다”며 “연세가 높음에도 소녀적 감성은 청순하게 굽이치고 있으며, 주변의 아름다운 풍광을 거느리고 있다”고 평했다.

시인은 “시는 나의 나비요, 가슴 속 멈추지 않는 날개짓이다. 가슴 가득한 염원을 안고 시의 길을 가련다”며 “시문학의 폭을 넓혀 준 분들에게 감사드리며 이 땅에 숨을 쉬는 모든 생명을 사랑한다”고 밝혔다.

전남 광주 출신으로 2014년 한국국보문학으로 등단했다.

전북문인협회, 전북시인협회 회원이며, 전국사랑의 감사편지쓰기 최우수상, 석정문학관 제3회 백일장을 수상했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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