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경악시킨 연쇄살인사건의 시작 살인자와 대화로 이끌어가는 코어 스릴러

흉악한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은 어떤 심리를 가지고 있을까?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 나오는 요즘 누구나 한번쯤 생각할 물음이다.

범죄자들은 어떤 동기로 타인의 삶을 찢어버릴까? 범죄를 통해 얻는 것은 무엇인가? 한유지의 장편소설 ‘살인자와의 대화’(신아출판사)는 범죄자의 심리를 깊게 파고들며 독자들의 궁금증에 나름의 해법을 제시한다.

세상을 경악시키는 연쇄살인사건이 터진다.

더욱이 사건의 현장에서 발견된 시신은 참혹하기 그지없다.

낚싯줄이 온 몸에 걸리고 살가죽이 벗겨지고 신체는 해체 절단되어 있다.

그야말로 피가 흥건한 고어 영화를 능가하는 살해의 현장이다.

여기에만 집중한다면 이 작품은 고어 스릴러소설로서 미덕을 충분히 구축해 독자들을 공포에 빠뜨리게 하고도 남는다.

하지만 저자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살인자 내면으로 파고 들어가 범죄 동기에 대해 치열하게 천착한다.

심플한 스토리지만 탐정을 살인자와 대화로 장의 구축하며 일반적인 스릴러 소설패턴에서 벗어난다.

오히려 저자는 독자에게 묻는다.

무엇이 살인자를 그렇게 만드는가? 어떤 트라우마가 비극의 근원인가? 하지만 살인자가 들려주는 트라우마는 독자 입장에선 실상 놀랍지도 않다.

신문을 펼치거나 인터넷 뉴스를 클릭할 때 쉽게 접할 수 있는 사건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아니, 현실의 흉포한 사건이 말초신경을 자극할 만큼 더 기괴할 수도 있다.

범인은 그 일상처럼 터지는 사건 중의 하나에 연루된 피해자나 마찬가지다.

그 간극과 반전이 책을 펼친 독자의 가슴을 도리어 먹먹하게 하는 것이다.

이 책의 진짜 미덕은 바로 여기에 있다.

일상을 위협하는 범죄에 대한 경각심과 더불어 가해자와 피해자 내면의 상처를 보듬을 수 있을 사회의 성찰을 진지하게 사색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 아이들에게 보다 좋은 세상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기를 바라는 간절함으로 이 소설을 내놓는다!” 작가의 말이 공허하게 들리지 않을 만큼 ‘살인자와의 대화’는 현대 사회의 병폐를 가장 자극적으로 해부 절단한 작품으로 여겨진다.

범죄 소설이고, 스릴러 소설이면서도 살인자의 내면을 끈질기게 붙잡은 심리 소설의 경향이 물씬 풍기고 있다.

저자 한유지는 궁금하면 알아야 하고 막히면 뚫어야 하는 성격의 소유자다.

중학교 시절 컴퓨터와 씨름을 했고, 청년기에는 수년간 미련하게 높은 산과 절벽과 싸우기도 했다.

그 덕분에 자연은 순응하고 경외해야 하는 존재임을 알았다고 한다.

그 인식의 변화를 겪고 지금은 산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즐기게 되었다며 작가는 자연에 대해 겸허해진 순간부터 삶의 방향이 바뀌었다고 힘주어 말한다.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노트와 연필로 할 수 있는 글이라는 새로운 현장으로 들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불면의 밤을 지새우면서 긴 시간 글의 현장에 있다 보니, 열 편의 장편 소설과 열 편의 단편 소설이 잉태되었다며 작가는 이제야 강함은 유함에 있음을 조금이나마 알 것 같다고 말한다.

산이 정복의 대상이 아니라 공유의 대상이듯 삶도 나눔과 소통의 길 위에 서 있음을 그는 지금 확신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길 위에서 작가는 머리 속의 수많은 이야기와 이미지를 독자들과 나누려 한다.

그 첫 번째 시도가 바로 이 작품이다.

작가 한유지에게는 세상과 소통하는 새로운 현장이 소설의 세계인 것이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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