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집결지 1950년대 형성 2004년 성매매방지법 제정이후 200개 업소에서 현재 25개로 줄어 2014년 선미촌정비 민관협 구성 민간자본 유치 현실성 떨어져 시 도시재생 점진적 개발 나서

전주시 완산구 권삼득로 43(서노송동) 일대에 길게 늘어선 유리방 모양의 홍등가가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인권·문화·예술거점공간을 만들어가기 위한 문화재생사업이 한창이다.

서노송예술촌 프로젝트는 핵심사업 가운데 하나다.

재활용품의 재탄생을 의미하는 업사이클센터도 용역이 진행 중이다.

녹지와 휴식공간 등을 갖춘 시티가든도 조성됐다.

전주시는 문화재생사업을 통해 선미촌을 왜곡된 성의 질곡에서 벗어나 지역사회와 소통하는 행복한 삶의 터전으로 만들어 낼 계획을 짜고 있다.

하지만 풀어야 할 과제도 많다.

성(性)을 사고파는 행위가 필요 악이라는 세속적 관념은 우리사회에 아직도 뿌리깊게 남아있다.

스스로 선택한 성매매 여성들의 삶을 존중해줘야 한다는 견해에도 이견이 없다.

그만큼 성매매업의 업종전환으로 갈 곳 잃은 여성들의 자활이나 지원방안은 중요하다.

성매매집결지 선미촌 변화의 핵심은 성을 터부시하지 않고 여성들의 삶을 보듬는 점진적 정비가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전주시도 점진적 정비라는 방향키를 잡고 기능전환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선미촌의 현주소와 변화상, 남은 과제를 짚어본다.
/편집자주  
 

▲60여 년 ‘홍등가’ 경과와 현주소 

미용실 혹은 카페 같은 홍등가가 길게 늘어선 선미촌. 유리방 모양의 업소들이 빼곡한 성매매집결지가 변화하고 있다.

선미촌은 ‘도심 속의 섬’ 같은 공간이다.

60여 년 세월을 지나온 이 곳은 이젠 낯설다 못해 낯부끄러운 공간이 됐다.

전주 서노송동에 선미촌이 형성된 것은 1950년대부터다.

전주역이 외곽으로 이전하고 전주시청이 이사 온 뒤에도 선미촌은 아직 남아 있다.

한해 10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아와 전국적인 관광지로 변신한 전주한옥마을로부터도 불과 1㎞ 남짓 떨어져 있다.

투명 유리창 안에서 성을 파는 여성들을 바라보는 세간의 눈초리가 이젠 따가울 정도다.

낮엔 잠들고 밤이 되면 꿈틀거리는 선미촌의 유리방 업소 뒷골목은 더욱 참혹한 공간이다.

허물어져가는 폐가, 버려진 쓰레기 더미, 보증금 없는 월셋방 한 켠에 어르들의 힘겨운 표정이 역력하다.

성을 팔고 사는 성매매업소의 자진폐업을 유도하기 위해 경찰에서도 순찰과 단속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성 산업을 없애는 것은 난제중의 난제다.

성매매집결지를 없앨 경우 나타나는 풍선효과도 우려된다.

이 때문에 선미촌 문화재생사업의 추진은 조심스럽다.

‘선미촌’은 한 때 200여개 성매매 업소에서 500여명의 여성들이 성을 팔던 곳이었다.

하지만 지난 6월말 현재 25개 업소 50명으로 그 수가 큰 폭으로 줄었다.

2004년 성매매방지법이 제정된 이후 점차 축소된 ‘선미촌’의 현재 모습이다.

성매매방지법이 제정된 이후 13년이 지난 지금도 몇몇 업소가 남아 있다.

지난 2014년 2월에는 선미촌정비 민관협의회가 만들어졌다.

여성단체, 서노송동 주민들, 도시계획 전문가, 언론사, 경찰, 시의원 등이 참여했다.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와 전주의제21이 공동사무국을 맡고 전주시 여성청소년과가 행정지원을 맡았다.

협의회 구성과 함께 협의회에 참여한 지역구 시의원에 의해 선미촌 기능전환을 위한 용역사업비를 전주시 도시과에 수립하도록 했다.

7000만원의 용역예산이 만들어졌다.

이후 협의회가 구상했던 기능전환의 다양한 아이디어로 용역의 전반적인 내용이 채워졌다.

민간자본을 유치해 일괄 개발하는 사업방식도 제시됐다.

하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결국 행정과 협의를 거쳐 선미촌 주변의 도시재생 차원의 점진적 개발방식을 채택했다.

이에 따라 시는 지난해 4월부터 폐공가와 성매매업소 매입을 추진했다.

문화재생사업의 거점공간 마련을 위해 토지 5필지 662㎡(폐공가 331㎡, 성매매업소 등 331㎡)를 확보했다.

이후 폐공가 내 설치예술 전시행사도 추진해 화제를 낳았다.

선미촌 문화재생사업의 추진방향은 점진적 정비로 귀결된다.

개발을 억제하고 주변 환경정비 등 재생사업을 추진해 점진적인 기능전환 사업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거점공간 확보를 위해 토지와 건물, 폐공가를 매입해 공공시설 입주와 공원, 주차장 등을 설치해 나가고 있다.

인도 설치, 가로등 정비, 하수도 시설 등 주변 기반시설도 정비한다.

기존 건물을 활용해 다양한 문화 볼거리와 먹거리 촌도 조성할 계획이다.

성매매업 업종전환에 따른 여성자활과 지원방안도 마련된다.

지난 4월 전주시의회는 제339회 임시회에서 서난이 의원(비례대표)이 대표 발의한 ‘전주시 성매매피해자등의 자활지원조례(안)’을 가결했다.

조례안에는 성매매피해자 등 자활을 위한 시책수립·시행, 보호와 자립을 지원하기 위한 시설의 설치·운영, 생계비와 직업훈련비 지원, 탈성매매를 위한 법률지원, 의료·주거·직업훈련 지원 등을 담고 있다.

시는 오는 2017년부터 2019년까지 2단계 사업과 3단계 정주형 예술창작공간화 작업을 거쳐 선미촌을 인권과 문화의 공간으로 탈바꿈시킬 계획이다.

선미촌에 서서히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선미촌은 지금 문화재생사업 중  

선미촌에 문화재생사업이 한창이다.

문화재생사업은 선미촌을 인권·문화·예술거점공간으로 활용하는 등 점진적 기능전환을 통해 시민예술촌과 여성인권 상징공간으로 바꾸는 프로젝트다.

시는 지난해 2017년 국가공모사업인 도시활력증진사업 공모에 선정된 서노송예술촌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국비 30억원을 확보해 시비 30억원을 보내 60억원의 사업비로 토목과 건축, 공동체 육성분야로 나눠 기본 및 실시설계를 순차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선미촌을 포함한 서노송동 일대 11만㎡에 골목경관 정비, 소방도로 및 주차장 설치, 주민커뮤니티 공간을 확보하는 사업이다.

선미촌 문화재생사업의 정점인 아트팩토리와 아트레지던시, 여행길 조성, 공동체육성사업 등도 포함돼 있다.

또한 시는 문화재생사업의 하나로 선미촌에 녹지와 휴식공간 등을 갖춘 시티가든 조성을 완료했다.

지난 4월 선미촌 내 첫 번째로 매입한 폐·공가 부지와 전주농협 앞 시유지에 총 1억5,000만원의 사업비를 들여 2개의 시티가든 조성공사를 마쳤다.

최근까지 성매매업소로 이용됐던 선미촌 내 토지 6필지와 건물 5개 동을 매입하는 등 문화재생사업을 추진해왔다.

이와 함께 2018년까지 국비 24억원 등 총 48억원을 들여 선미촌 내 성매매업소인 4층 건물에 업사이클센터를 설치하기 위해 사전타당성조사를 포함한 기본계획 용역을 수립 중이다.

업사이클은 업그레이드와 재활용을 뜻하는 ‘리사이클'의 합성어로 재활용품을 더 의미 있고 멋을 더한 가치 있는 제품으로 재생산하는 작업을 의미한다.

내년 말까지 업사이클링 제품을 생산하는 아트센터, 전시·판매장, 교육·회의장, 사무실, 카페 등을 갖춘 업사이클센터를 완료해 지역 업사이클링 산업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교두보로 활용할 계획이다.

지난 11일에는 선미촌 초입에서 ‘서노송예술촌 현장시청’ 현판식이 열렸다.

서노송예술촌 현장시청은 전주시의 여섯 번째 현장시청이다 도시재생과 서노송예술촌팀 직원 3명은 지난달부터 업사이클센터로 조성되는 선미촌 내 매입성매매업소 1층으로 일터를 옮겨 근무해왔다.

서노송예술촌 현장시청은 시민의 업무 편의와 행정지원을 위해 설치됐던 기존의 전주시 현장시청들과 달리 성매매집결지 정비를 통한 선미촌 문화재생사업과 서노송예술촌 프로젝트를 보다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운영된다.

이를 위해 시는 서노송예술촌 현장시청 사무실에 커뮤니티 공간을 마련하고 주민과 성매매업 종사자들을 선미촌 현장의 목소리를 가감 없이 들을 계획이다.

또한 시는 서노송예술촌 현장시청을 통해 ‘전주시 성매매피해자 등의 자활지원 조례’에 근거해 성매매피해자 등의 보호와 자립을 지원할 방침이다.

시는 올해 서노송예술촌 프로젝트 추진을 위한 기본 및 실시설계 용역에 착수하는 등 순차적으로 사업을 진행중이다.

모든 공정에 선미촌정비 민관협의회 등 주민들의 의견수렴을 통해 보다 나은 결과를 도출해나갈 계획이다.

또한 시는 선미촌 내에 아트팩토리와 아트레지던시와 같은 문화예술 거점을 조성하는 등 기능전환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앞서 시는 선미촌 기능전환을 위해 지난 2015년 8월 서노송예술촌TF팀을 조직했다.

지난해 10월에는 과거 성매매업소로 사용된 폐공가에서 최초의 설치미술전이 열렸다.

예술가와 시민이 함께하는 문화예술 교육프로그램인 ‘696번가 프로젝트[P+INK]’, 예술가들이 선미촌에 거주하며 예술 활동을 펼치는 ‘프로젝트 ‘안녕, 선미’ 등을 올 연말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시는 옛 성매매업소를 문화예술 거점공간으로 활용한 문화예술 행사도 꾸준히 추진해왔다.


▲문화재생사업과 풀어야 할 과제  

선미촌 문화재생사업은 민선6기 전주시장의 핵심사업의 하나다.

주요 사업은 국가공모(도시활력증진) 선정 사업인 서노송예술촌 프로젝트를 비롯해 업사이클센터 건립, 시티가든 조성사업 등이다.

이에 따라 서노송예술촌팀이라는 행정조직을 만들었고 일부 건물이나 부지매입을 위한 예산도 수립됐다.

점진적 정비의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선미촌정비 민관협의회는 선미촌을 시민 모두의 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계획을 차곡차곡 실행에 옮기고 있다.

선미촌을 지역주민들의 삶이 묻어나는 예술촌으로 만들기 위한 작업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민관거버넌스 구축을 통해 성매매집결지를 정비하는 사업방식은 여성가족부에서도 주목하고 있는 대목이다.

문제는 점진적 정비라는 배가 목표지점을 향해 항해를 계속하기 위해서는 조타수 역할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성매매업 업종전환에 따른 여성들의 자활과 지원방안은 필수적이다.

성매매 여성들이 더 이상 음습한 공간에 방치되지 않도록 사회가 나서야 한다.

이미 제정된 전주시 성매매피해자등의 자활지원조례에 따라 지원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성매매 여성들의 현장 상담소와 자활프로그램 운영은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

여기에 직업훈련, 취업·법률지원 등은 필수적인 사항이다.

성매매 여성들의 삶도 존중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민관협력의 선미촌 정비라는 문화재생사업의 결과물이 어떤 모습으로 귀결될지 주목된다.

/이신우기자 l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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