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인문서 최초로 밀리언셀러를 기록한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가 돌아왔다.

전 국토를 박물관으로 만들며 문화유산답사 붐을 일으켰던 이번 책은 1993년 남도답사 일번지에서 시작돼 제주, 북한, 일본을 돌아 대한민국 수도 서울로 귀결짓는다.

저자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공존하는 수도 서울의 문화유산과 역사, 사람에 얽힌 이야기를 특유의 섬세하고 날카로운 통찰로 풍부하게 담아냈다.

이번 책은 서울의 옛 경계인 한양도성을 시작으로, 자문밖, 덕수궁과 그 주변, 동관왕묘, 성균관 등 조선왕조의 계획도시 서울의 구석구석을 살핀다.

조선시대 건축의 아름다움, 왕부터 노비까지 한양에 살던 20만여 명의 애환, 각 거리마다 건물마다 서린 수많은 사연 등을 그윽하게 풀어낸다.

여기서는 특히 서울의 다양한 면모를 조망하는 데 집중하여 조선 국초 수도로 건설된 서울이 600여 년 동안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살피며 베이징, 아테네, 교토 못지않은 고도(古都) 서울의 매력을 총체적으로 집약했다.

또 이번 책은 그동안 펴냈던 ‘답사기’가 한 단계 높은 경지에 올라섰다는 점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역사, 예술, 문화를 아우르는 방대한 정보를 절묘하게 엮고 쉽게 풀어내는 저자의 솜씨가 절정에 다다라 따로 공부하지 않아도 우리 역사가 한눈에 보인다.

오랜 세월 갈고 닦아 유려해진 문장은 생생한 현장감을 담고 있어 독자의 눈앞으로 문화유산을, 그에 얽힌 인물과 사연들을 소환해낸다.

지나치게 학술적이거나 비평적이지 않으면서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은, 재미와 지식의 절묘한 균형감이 돋보인다.

이미 ‘답사기’는 수준 높은 문화교양서이자 기행문학의 백미라고 할 수 있지만, ‘서울편’에서는 그간 쌓은 공력이 빛을 발하여 새로운 정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오늘날 서울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대도시로서 최고와 최하가 공존하는 모순을 품고 있다.

저자는 이처럼 복잡한 서울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것이 문화유산이라고 강조하며, 자신의 고향이기도 한 서울의 이야기를 자랑과 사랑을 담아 써냈다.

이번에 출간된 서울편은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고도(古都) 서울의 새로운 면을 보여주며 그간 안다고 생각했으나 실은 제대로 알지 못하던 서울의 내력과 매력을 깨우쳐줄 것이다.

저자는 문화재청장 재직 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방대한 정보와 내밀한 사정들을 능숙하게 버무려서 문화유산을 입체적으로 볼 수 있게끔 도와준다.

그래서 건축물을 돌아보는 천편일률적인 기행에서 나아가 그 공간의 내력, 그곳에 머물렀던 사람들의 이야기 등 좀 더 밀도 높은 답사를 안내한다.

저자의 서울 답사는 서울 전역을 구석구석 훑는 것을 목적하지 않는다.

독자들이 서울에 자부심을 지니고, 생활공간으로서 서울을 보다 깊이 이해하고 즐길 수 있도록 널리 알려졌던 지역과 배제되었던 지역을 아우른다.

서울편 셋째 권에서 인사동, 북촌, 서촌, 성북동 등 묵은 동네들을 다루고, 넷째 권에서는 한강과 북한산 이야기를 담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답사기’ 서울편이 완간되는 그날, 사람들은 비로소 세계에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수도 서울의 진면목을 알게 될 것이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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