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만에 찾은 포내리, 유년의 기억 어르신들의 삶 사진으로 고이 담아

산골 보건진료소장의 눈으로 본 시골 어르신들의 다양한 풍경이 한 권의 책으로 완성됐다.

무주 포내리 보건소에 근무하는 박도순 작가의 ‘포내리 사람들Ⅱ’(윤진)가 발간됐다.

1집이 사진과 관련 글이 함께 실렸다면 2집은 순수한 사진집이다.

1집과 달리 별다른 말은 없지만 사진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촬영의 주무대인 포내리는 작가가 태어난 곳이며 현재 보건소장으로 근무하는 곳이다.

30여년만에 돌아온 고향은 엄청난 변화가 생겼다.

모든 것이 늙어버린 것이다.

주민들 대부분 노인들인데다, 과거 추억이 깃든 장소와 물건 역시 세월의 흐름을 이기지 못한 채 늙고 있다.

30년만에 찾은 고향이지만 세월에 늘린 허리, 흙과 자갈에 굽어지고 휘어진 손가락, 마디마디 성난 옹이는 송곳처럼 아픈 관절을 골라 찌르고 있었다.

어디 사람 뿐이랴. 집들은 허물어가고 어린 시절 뛰어놀던 곳은 황량한 풀밭으로 변했다.

불현듯 더 이상 사라지기 전에 기록을 남기자는 생각이 들었다.

기억 속에 남은 고향을 더 이상 잊기 전에 담고 싶었다.

지역주민을 만나고 골목 골목을 찾기 시작했다.

지금은 변해버린 고향이지만 유년의 기억을 찾아, 포내리 어르신들의 삶의 이야기를 찾아 나섰다.

당초 작가는 다른 사람들이 걸어왔던 것처럼 꽃이나 계절사진 등을 담아왔다.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자신의 작품활동에 회의감이 들었다.

‘왜 사진을 찍나’는 생각에 방황도 했다.

SNS에 올라오는 ‘좋아요’에 취한 자신을 깨닫고 잠시 휴식기를 가졌다.

포내리 보건소에 근무를 하면서 많은 환자들을 만났다.

언제부터인지 이들의 이야기가 귀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나이 드신 환자 입을 통해 어린 시절 아버지가 떠올랐고, 이들의 삶에 관심이 가게 된 것이다.

이들의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기자는 생각이 들었다.

이들의 삶과 이야기 그리고 눈물을 사진으로 담자며 순탄하지 않은 길을 스스로 택했다.

나선 길은 과거 기억 속 고향과 매우 달랐다.

또 과거 모습을 지금 찾을 수 없듯이 현재 모습도 10여년이 흐르면 사라질 것이란 판단이 들었다.

어르신들이 거주하는 집은 세월을 이기지 못한 채 허물어지기 직전이다.

이마저도 주인이 떠나면 철거로 사라질 운명이다.

작가의 눈에는 이별과 죽음, 생성과 소면이 윤회하며 존재와 부재가 존재하는 포내리가 눈에 들어왔다.

기껏 500분의 1초, 1,000분의 1초로 끊어 담은 사진이 이곳의 일상이라고 하기엔 부족하지만, 갚아야한다는 마음의 채무를 위해 셔터를 눌러갔다.

사진가로서 가져야 할 철학도 잠시 내려놓고, 이들의 삶을 통해 얻은 까닭 없는 울분도 잠시 잊었다.

그저 사람들 삶으로 한 발 더 다가가 또 다른 작은 역사를 만들기 위한 움직임이었다.

이것이 자신의 해야 할 일이고, 현실과 맞대응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변해버린 고향, 기억속의 고향. 현실과 추억 사이에서 훼손된 마을의 정체성을 찾는다면 지나친 과장일까. 작가는 “작품의 완성도를 떠나 사진을 통해 무엇을 할까 고민의 결과물이다”며 “사진 본연의 역할에 나만의 시선을 담은 소중한 결과물이다.

이 또한 작은 역사다”고 말했다.

작가 박도순은 포내리에서 태어나 자랐고 간호사가 돼 포내리로 돌아왔다.

보건소에 이십 년 넘게 만난 어르신들의 삶과 간호현장을 생생하게 담아왔다.

원광보건대와 충남대 보건대학원을 졸업하고 한국사진작가협회에서 활동 중이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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