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기정 시인 첫 시집 '밤의 귀, 낮의 입술' 현실을 긍정하며 불안으로 가득찬 현실 담아

하기정 시인의 첫 시집 ‘밤의 귀, 낮의 입술’이 출간됐다.

2010년 ‘구름의 화법’ 이후 7년 만에 펴내는 이번 시집은 활달한 화법과 다채로운 상상력을 지닌 62편의 시가 수록돼 있다.

밤의 귀 낮의 입술은 4부로 구성됐다.

1부 단지, 과일이 먹고 싶은 밤에는 ‘어둠’의 시간을 가득 채우는 과즙처럼 밀도 높은 시들이 수록되어 있다.

2부 다섯 개의 선물상자를 읽다보면 보석처럼 눈부신 시적 이미지와 만나게 된다.

3부 그 여름의 감정에서는 상승하는 수은주처럼 시적 감성이 높아지는 걸 느낄 수 있다.

4부 두 개의 심장을 가진 밤에서는 한 권의 시집을 읽는 일은 시인의 심장을 통째로 훔쳐내는 일과도 같다는 걸 깨닫게 된다.

시인은 밤과 낮이란 상반된 개념을 도입해 서로 다른 세계를 조망한다.

현실을 긍정하면서 불안으로 가득 찬 우리네 인생이 시 속에 숨겨져 있다.

그 세계는 우리가 사는 세상과 꼭 닮은 곳이다.

평소에는 만날 수 없지만 우연한 기회에 엿볼 수 있다.

그 순간 우리는 또 다른 우리 속에 숨겨져 있는 실체를 목격하게 된다.

하기정의 시는 바로 그 낯선 순간을 자신만의 언어로 표현한다.

또 작가는 만날 수 없는 운명임에도 끝없는 만남을 시도한다.

만날 가능성이 거의 없는 불가능한 세계 속으로 접근하지만 그럴수록 다가오는 것은 낯선 세계다.

이를 통해 우리는 작가가 겨냥하는 시적 지점이 낯선 세계와 낯익은 세계 사이의 긴장임을 알 수 있다.

조동범 시인은 “낯익은 듯 낯설고, 낯선 듯 낯익은 풍경을 제시하며 개성적인 시적 영토를 우리 앞에 선보인다”며 “그의 시는 이런 양면적 풍경을 매개로 우리의 미의식을 자극한다.

그 어떤 익숙함에 기댄 채 낯선 이미지를 만들기도 하고, 낯선 정황을 익숙함으로 위장하기도 하며 우리의 감각을 새로운 지점으로 견인한다”고 정의했다.

안도현 시인은 “시를 읽을수록 감칠맛이 저절로 살아난다.

한 가지 신기한 것은 적절함 모호함이 시를 더욱 풍성하게 하는 미덕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고 밝혔고, 문태준 시인은 “하기정 시인의 이 시집에는 신기하고 매력적인 질문들이 그득하다.

빤한 세계, 상투적인 세계를 뒤집어 ‘낯설고 위험한 세계’가 위로 솟아오르게 한다”면며 “싱싱하고 신선하고 특별한 상상력을 지닌 시들은 세세하고도 생소한 질문들을 통해 예외와 격외의 세계에 눈을 뜨게 한다”고 평가했다.

1970년 임실에서 태어나 우석대 대학원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2007년 5.18 문학상을 수상했고, 2010년 영남일보 신춘문예에서 시 ‘구름의 화법’이 당선됐다.

제7회 작가의 눈 작품상을 수상한 바 있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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