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음악 주장 바그너 대표작 4시간씩 4편 구성 4일간 공연

조석창기자의 '한장의 음반'
바그너 오페라 '니벨룽겐의 반지'

음악과 정치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전혀 상관관계가 없어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정치적 성향을 목표로 작곡된 곡은 없지만 활용여부에 따라 작곡자의 의도와 상관없이 정치적 색깔을 띠게 된다.

독일의 유명한 작곡가 바그너가 그 대표적이다.

바그너는 음악가로서 보기 드물게 음악작품 외에도 많은 예술론을 저술했다.

그가 음악을 절대음악으로 가야 함을 주장했고 그의 음악은 관악기를 앞세워 화려하고 강했다.

그의 예술론엔 음악의 절대적 경지에 도달해야 함을 강조했으며, 심지어 절대음악은 민족주의로 우회하면서 게르만족의 우수성을 내포하기도 했다.

그의 음악은 스케일이 크며 연주가 어렵고 심지어 듣기도 어렵다.

이런 그의 음악을 정치적으로 호도한 것이 바로 히틀러였다.

히틀러는 게르만족의 우수성을 바그너에서 힌트를 얻었고, 그걸 실행에 옮겼다.

수많은 유대인들이 히틀러의 서슬 아래 목숨을 잃었다.

심지어 히틀러는 대규모 연설에 등장할 때마다 바그너의 음악을 배경으로 사용했다.

바그너의 사상을 그대로 계승한 사람이 바로 자신이라는 것을 역설한 것이다.

전쟁이 끝나면 각 나라에서는 금지곡이 생긴다.

러시아를 침략한 나폴레옹이 추위를 이기지 못한 채 물러나자 차이코프스키는 ‘1812 서곡’을 만들었다.

당연히 프랑스에서는 연주되지 않는다.

마치 우리와 일본의 관계로 보면 이해가 쉽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이스라엘에서 바그너 연주는 모든 곡이 금지다.

바그너를 등에 엎은 히틀러를 다시 연상하기 싫어서다.

실제 이스라엘 출신 지휘자가 귀국 후 바그너 곡을 연주하자 객석에선 큰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결국 지휘자는 곡을 끝까지 지휘하지 못한 채 중간에 멈춰야 했다.

‘정치는 정치고, 음악은 음악일 뿐이다’는 말이 있지만 소동을 일으킨 객석의 심정을 십분 이해할 법 하다.

바그너의 가장 대표작은 오페라 ‘니벨룬겐의 반지’다.

모든 곡이 어렵지만 이 오페라는 어려움의 최정상이다.

4편으로 구성됐고, 한 평당 평균시간이 4시간 정도 되니 오페라를 다 보기 위해선 최소 16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하루에 다 보는 것은 불가능해 보통 나흘에 걸쳐 공연을 한다.

4부작으로 구성된 영화 ‘반지의 제왕’이 이 오페라에서 착안했다고 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반지를 가진 사람만이 절대 권력을 소유할 수 있어 반지를 놓고 부족간 벌이는 신화적 이야기다.

이 오페라에 나오는 곡 중 ‘발퀴레의 기행’이란 곡이 있다.

그나마 멜로디가 쉬워 가장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곡이다.

또 히틀러가 대규모 청중연설에 앞서 등장할 때 배경으로 사용했던 곡이다.

영화 ‘지옥의 묵시록’에서도 미군이 베트남군을 공격할 때 배경음악으로 사용해 더욱 익숙한 곡이다.

하지만 이 음악 안에 이런 숨겨진 이야기를 알게 되면 씁쓸한 웃음이 절로 나오는 곡이다.

 

저작권자 © 전북중앙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