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권정현 작가의 ‘칼과 혀’(다산책방)가 출간됐다.

만주국을 배경으로 한중일의 역사적 대립과 갈등을 넘어 세 나라 간의 공존가능성을 타진한, 그리고 그것을 높은 예술적 경지로 끌어올렸다는 유례없는 극찬을 받은 ‘칼과 혀’가 심사위원 전원 만장일치로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이 소설은 1945년 일제 패망 직전의 붉은 땅 만주를 배경으로 전쟁을 두려워하는 일본 관동군 사령관 모리와 그를 암살하려는 중국인 요리사 첸, 조선인 여인 길순 세 명이 번갈아가며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첸은 체구가 작고 깡마른 중국인으로 볼썽사나운 생김새를 지니고 있지만, 천재 요리사이자 비밀 자경단원이다.

그가 독살하려는 자는 일본 관동군 사령관 모리로, 등장인물 중에서 유일하게 실존인물을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실제 야마다 오토조가 백만 관동군을 지휘하지 못하고 소련군에게 모두 항복시켜 칠십만 관동군을 포로로 잡히게 한 역사적 기록에 상상력을 더한 것이다.

작가는 “모리(야마다 오토조)는 실존인물이다. 마지막 관동군 사령관으로 역사에 기록된 그는 전쟁을 좋아하지 않는 겁쟁이였다고 한다. 역설적이게도 이런 실화가 내게는 소설적 영감을 불러일으켰다”며 “ 나는 때때로 오토조가 되어 생각했다. 나에게 백만의 관동군이 있다. 본토엔 원자폭탄이 떨어지고 황제가 항복했다. 150만 이상의 소련군이 국경을 넘어오고 그 모든 장면은 꿈처럼 아침마다 의식을 뒤흔든다. 지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아주 천천히, 부관이 가져온 아침식사를 들며 다음 할 일을 생각해보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한중일 각 나라를 대변하는 첸, 모리, 길순은 모두 ‘칼과 혀’와 밀착된 삶을 산다.

민족 간 싸움의 무기로서 ‘칼과 혀’로 서로를 해치려고 하지만, 각자 소중한 음식에 관한 추억의 상징으로서 또 다른 ‘칼과 혀’로 서로를 이해하고 위무하기도 한다.

작가는 “교양 삼아 읽었던 동아시아의 민족이산과 도시, 기억 속의 만주국, 미식 예찬, 악마의 정원에서 등 책과 신문에서 영감을 받고 참조해 이 소설을 썼음을 밝힌다”며 “수고로움 속에 한 끼의 식탁이 차려지고 누군가는 허기 속에서 허겁지겁 배를 채우는 1945년 전쟁 통의 어느 하루가 2017년 오늘날의 하루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어느 월요일 저녁의 봄 호수공원에서 누군가 맥주를 마시고 누군가 폭죽을 터뜨리고 또 벤치에 혼자 앉아 숨죽여 우는 어느 여인을 보면서 문득 깨닫는다”고 밝혔다.

권정현 작가의 예리하고 섬세한 눈은 한중일 민중 사이의 소통 가능성을 은밀하게, 그러나 위대하게 제시한다.

한국소설사에서 한중일 역사적 대립과 갈등을 넘어 세 나라 간의 공존가능성을 타진한, 그리고 그것을 높은 예술적 경지로 끌어올린 경우는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거니와, 그런 점에서 보자면 ‘칼과 혀’는 이전에는 보기 힘들었던 도발적이고 혁신적인 소설이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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