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창기자의 한 장의 음반이야기
테디 윌슨 트리오 '프레즈&테디'

무라카미 하루키 에세이 '재즈의 초상'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재즈 에세이집 ‘재즈의 초상’에서 레스터 영의 연주에 큰 매력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에세이 말미에 그를 쾌남이라고 소개했다.

어떤 의미에서 그는 쾌남아였다, 무대에서 화려한 연주로, 사석에는 선량함으로.

물론 그가 재즈계의 쾌남이자 신사라 하더라도 그가 부유한 도련님에서 시작해 정계로 올랐다는 뜻은 아니다.

그는 남부 출신의 가난한 뮤지션이었으며, 여러 밴드를 전전하며 실력을 키웠다.

2차 대전에는 흑인이라는 이유로 군악대가 아닌 일반 육군대로 파병되어 지독한 고초를 겪고 영창에 갇히기도 했다.

쫓겨나듯 나온 이후로 그는 계속 술을 찾았고, 클라리넷으로 착각할만한 그의 초창기 연주도 슬픔을 머금으며 강철처럼 무거워졌다.

하지만 이 시절 그의 대표작은 역시 피아니스트 테디 윌슨과 함께한 4중주 음반 ‘프레즈와 테디 Pres & Teddy’는 그가 왜 재즈의 대통령으로 남을 수 있는지 알리는 증명자료와도 같다.

이 음반에 참여한 연주자들은 최고의 완성도를 증명하고 있다.

베니 굿맨 오케스트라 출신으로, 피아노 반주자로서 편곡자로서 최고의 명성을 누렸던 윌슨은 이전에 빌리 홀리데이와 영의 전설적인 앙상블에 도움을 주었다.

여기에 베이시 오케스트라에서 합을 맞추던 드러머 조 존스, 캔자스시티에서 활동하던 베이시스트 진 레이미가 팔을 걷고 나섰으니 이들이 그저 그런 음반을 녹음했다면 그것이 더 어색했을 것이다.

테디 윌슨 트리오의 연주는 결코 이 유쾌한 대통령을 뒤에서 몰지 않는다.

오스카 피터슨 연주에서도 가끔 보이는 격류같은 흐름이 전혀 흐르지 않는다.

윌슨의 간결한 건반 놀림과 조의 시원한 하이-햇이 넉넉한 의전석 만들어 놓으면 그 사이로 대통령 영의 투명하면서도 풍성한 테너 사운드가 스윙을 하며 지나간다.

그의 7개의 공약의 역사를 듣다 가장 마음에 드는 곡을 뽑자면, ‘Love me or Leave me'다.

피아노의 반주가 먼저 박자의 카펫을 깔고, 드럼이 뒤를 이어 의전을 준비하며, 베이스 역시 좌우로 사열한다.

그렇다고 트럼펫이 거들먹거리면서 들어오는 것은 아니다.

트럼펫의 살짝 끄는 발자국은, 연단을 향해 강렬하면서 부드러운 음으로 연설하는 것이다.

세 보좌관이 맞추는 최고의 쾌적함은, 레스터 영 대통령의 연주를 정점까지 받춰주는 것이다.

훗날 스탠 게츠, 제리 멀리건, 주트 심스 등 쿨의 계보들과 심지어 존 헨더슨을 통해 오늘날 조 로바노, 조슈아 레드먼이라는 테너 색소폰의 굵은 줄기가 형성되었지만 그는 이 모든 것이 자신과는 상관없다는 듯 무심히 사랑을 노래할 뿐이다.

그럴수록 그의 연주는 더욱 은은한 빛을 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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