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창기자의 한 장의 음반이야기
조지 오웰 '동물농장'

러시아 사회주의의 또 다른 형태 표현

혁명은 민중을 배반했고, 권력은 부패라는 부정적 종결부호로 점찍어 놓는다.

‘동물농장’은 과거에도, 지금도, 미래의 세계에도 존재할 것이다.

새로운 세대를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민중은 여전히 멍에를 짊어진 채 밑바닥 생활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인간이 오랜 세월 다듬고 고쳐 구축한 체제와 이데올로기는 언제나 불완전한 형태의 모습으로 완성되었다.

오늘날 사회를 작동시키는 시스템은 최초 설계자의 의도와 상관없이 권력자 또는 이익집단의 유불리와 호불호에 맞게 왜곡되고 변형되었다.

‘동물농장’의 대부분 동물들은 변화의 흐름을 감지하기는 했으나 그 본질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기에 새로운 체제나 또 다른 권력에 종속된 상태로 기나긴 암흑의 터널로 진입할 수밖에 없다.

탐욕의 권력, 침묵하는 지성, 무지한 대중, 이 세 집단 중 어느 한쪽만이라도 각자의 신념을 행동에 옮긴다면 시스템의 붕괴를 막거나 그 피해를 최소로 줄일 수 있다.

100년 전 러시아에서 사회주의 이상국가를 실현하고자 했던 또 다른 형태를 우리는 지난 겨울에 경험했다.

문제는 이 다음이다.

자세가 흐트러지는 순간 중심축은 반대 진영으로 기울게 된다.

‘동물농장’은 바로 이 지점에 시선을 두고 있다.

서론이 길었다.

상기 글은 올해 열리는 소극장연극제에 참가하는 창작극회의 작품 ‘두발은 나쁘고 네발은 좋다’의 기획의도다.

작품은 농장에서 소홀한 대접을 받았던 가축들이 반란을 일으키면서 시작된다.

농장주와 관리인들은 내쫒기고 동물들 스스로 농장을 경영하게 된다.

비교적 지능이 발달한 돼지의 지도 아래 모든 동물들은 평등한 동물 공화국 건설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일요 회의와 문맹퇴치 등 학습시간을 통해 동물 모두 주인의식을 가지고 농장 운영에 참가하게 된다.

그야말로 평등의 이념에 입각한 이상적 사회가 된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이상적 사회는 오래가지 못한다.

풍차 건설을 계기로 동물들 사이에 권력 투쟁이 벌어진 것이다.

지도자 돼지는 축출되고, 남은 동물들은 설득과 조작을 통해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독재체제가 구축이 된다.

모든 일은 새로운 지도자 아래 임의로 결정된다.

새 지도자는 풍차 건설을 빙자해 동물 자유를 허물어뜨리고 위험과 반동 낙인, 내적 불만을 외적인 공포 분위기로 제압하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을 원작으로 한 이번 작품은 동물에 빗댄 인간의 풍자다.

음반 이야기를 하면서 웬 연극 타령이냐고 궁금하겠지만 이와 비슷한 내용이 담긴 음반이 소개하기 위함이다.

부조리한 현 상황을 노래를 통해 불합리한 사회에 메스를 가한 핑크 플로이드는 수많은 앨범을 제작했지만 이 중 상기 내용과 가장 비슷한 앨범이 바로 ‘Animals’다.

이 앨범은 양과 개, 돼지를 통해 인간사회의 아픈 상처를 직접적으로 건드린다.

개는 입만 벌리면 거짓말만 일삼는 정치인을 묘사하고 있으며, 돼지는 경제적 이익만 취하는데 몰두하는 기업가를 묘사했다.

개와 돼지의 권모술수적인 생활에 비해 소박하고 천진난만한 대중들은 양으로 비교된다.

다분히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에서 영감을 얻었을 것으로 추정이 되며, 겨울로 들어가는 계절을 맞아 오랜만에 소극장연극제가 열리는 공간으로 발걸음을 옮겨볼 요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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