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창기자의 한 장의 음반이야기
조수미 'Prayers'

아베마리아 등 기도 관련 성가곡 수록
수험생 노고-부모의 마음 노래로 표현

일주일 연기됐던 수능이 치러졌다.

이번 수능은 역사상 유례없는 홍역을 겪었다.

포항 지역에 지진이 발생하면서 갑작스레 연기된 것이다.

수능생은 물론 학부모, 관계기관 모두 혼란을 겪었으나 이내 침착한 채 연기된 수능을 차분히 준비했다.

수능은 말 그대로 학생들의 일 년 농사다.

얼마나 많은 준비를 했느냐에 따라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그 결과에 따라 대학진학이 결정되고 인생이 변할 수 있다.

우리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험대 중 하나로 어린 학생들이 감당하기엔 너무 지나치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올해 수능을 여지없이 한파가 찾아왔다.

따뜻한 날씨가 지속되더라도 수능날만 되면 날씨가 추워졌다.

‘수능한파’란 말이 생길 정도인데, 추운 날씨는 어린 자녀들을 바라보는 부모들의 마음을 더욱 안타깝게 만든다.

수능이 치러지는 각 고사장엔 자녀들을 기원하는 부모들의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시험장에는 들어갈 수 없으니 시험이 치러지는 교문 앞에서 두 손 모아 기원하는 부모의 모습은 아마 한국에서나 볼 수 있는 진귀한 풍경이다.

같은 내용일 수는 없지만 조수미의 ‘Prayers’(기도)가 떠오른다.

팝계나 크로스오버로 활동하던 조수미가 오랜 만에 들고 나온 클래식 음반이다.

물론 2001년에 발매됐으니 시간은 흘렀지만 앨범이 제시하고 있는 ‘기도’의 간절함은 아직도 여전하다.

앨범은 카치니의 ‘아베마리아’와 슈베르트의 ‘아베마리아’를 비롯해 ‘어메이징 그레이스’, 뮤지컬 ‘지지’ 중 ‘오늘밤 나를 기도해줘요’ 등 기도와 관련된 성가곡들이 수록됐다.

클래식계에 복귀한 자신의 앞날을 기도한 것인지 알 수는 없으나 오랜 만에 들어보는 조수미의 목소리는 흠잡을 데 없이 뛰어나다.

대한민국이 배출한, 몇 되지 않는 세계가 인정한 소프라노이니 그의 복귀는 환영 그 자체였지만, 사실 클래식 애호가들에겐 가슴 한 편 씁쓸함도 남아 있다.

클래식을 전공하고 클래식 보급을 위해 다양한 분야로 영역을 넓히며 활동했지만 그 활동이 다분하게 지나친 감이 있어서다.

청아한 목소리로 성가곡이나 오페라 아리아를 원했던 팬들로선 가요나 팝을 부르는 조수미가 사실 마땅치는 않았던 게 사실이다.

인정할 수밖에 없는 훌륭한 실력을 가진 소프라노지만 클래식 애호가들은 그가 클래식계에서만 모습을 보여주길 원했기 때문이다.

각설하고, 수능을 마치고 나온 자녀들을 꼭 안아주는 부모들의 마음을 비할 데는 없지만 조수미의 ‘Prayers’를 통해 수험생들의 노고와 뒷바라지에 힘쓴 부모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던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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