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창기자의 한 장의 음반이야기
베토벤 '합창 교향곡'

고대서부터 서양 음악의 끊임없는 발전
음악적 완성도를 자랑하는 교향곡 합창

인간의 목소리만큼 아름다운 소리가 있을까.

서양음악에서도 여러 악기 중 인간의 목소리를 으뜸으로 친다.

50여명의 오케스트라가 각각의 악기로 저마다의 소리를 내지만 인간의 목소리를 능가하는 악기는 없다는 게 정설이다.

가끔 악기의 특성을 설명할 때 ‘인간의 목소리와 가장 비슷한’이란 이유를 대는 것도 이런 이치에서다.

서양음악은 고대에서부터 중세, 근대, 현대에 이르기까지 끊임없는 발전을 해왔다.

악기 역시 개량과 수정을 거치면서 다양한 발전모습을 보였다.

초창기 피아노와 현대의 피아노가 같은 모습과 같은 음색이 아닌 것은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인간의 목소리는 예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다.

더 이상 손을 볼, 개량의 필요가 없는 게 인간의 목소리인 셈이다.

때문에 서양음악에서 인간의 목소리는 음악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다.

특히 중세시대엔 인간의 목소리가 하늘에 닿는다 해 성가곡이 크게 발전했다.

인간의 목소리가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장르는 오페라다.

배역을 맡은 성악가들은 자신의 목소리를 오케스트라를 넘어 관객에게 전달하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한다.

오페라에 있어서 오케스트라는 하나의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연기와 노래, 슬픔과 기쁨 등을 한 번에 소화해야 하는 성악가들이 주인공인 셈이다.

하지만 오케스트라가 주인공인 장르가 있다.

바로 교향곡이다.

수많은 작곡가들이 셀 수 없을 정도의 교향곡을 만들어냈고, 우리는 교향곡을 통해 서양음악의 정수를 맛보기도 한다.

교향곡은 당연히 오케스트라를 위한 곡이나 인간의 목소리가 개입할 여지가 없다.

지휘자의 지휘 아래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연주자들의 하모니만 감상하면 된다.

베토벤의 합창 교향곡을 만나기 전까지는 그랬다.

베토벤의 교향곡 합창은 그의 마지막 교향곡이다.

귀가 완전하게 먼 베토벤은 교향곡 9번 합창을 통해 자신의 음악적 역량을 집대성했다.

1악장부터 3악장까지는 다른 교향곡과 다름없이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이어지지만 마지막 악장은 대규모 합창단이 등장해 오케스트라와 인간의 목소리의 절묘한 화합을 이끌어낸다.

일명 ‘환희의 송가’로 불리는 이 대목은 연말이 되는 요즘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골 레퍼토리다.

최근엔 전주시립교향악단이 몇 차례 선보였고, 올해는 익산 예술의전당에서 교향곡 합창을 만날 수 있다.

수백 번 들어도 질리지 않을 정도로 음악적 완성도를 자랑하는 교향곡이 바로 합창이다.

때문에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익산 나들이를 갈등하는 것은 비단 혼자만의 고민은 아닌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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