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섭 교수 '아픔이 길이 되려면'··· 차별
고용불안등 데이터를 통한 질병의 원인 밝혀

혐오발언, 구직자 차별, 고용불안, 참사 등 다양한 사회적 상처는 우리 몸을 병들게 한다.

책 ‘아픔이 길이 되려면’은 공중보건의사 시절부터 김승섭 교수가 걸어온 치열한 고민의 흔적들과 연구의 발자취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데이터를 통해 질병의 사회적 정치적 원인을 밝히는 사회역학을 도구 삼아 혐오, 차별, 고용불안 등 사회적 상처가 어떻게 우리 몸을 아프게 하는지 말하고 있다.

개인의 몸에 사회가 어떻게 투영되는지도 함께 이야기한다.

저자는 “사회적 환경과 완전히 단절되어 진행되는 병이란 존재할 수 없다”고 말하면서, “사회적 원인을 가진 질병은 사회적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최첨단 의료 기술의 발전으로 유전자 수준에서 병을 예측하고 치료하는 게 가능해지더라도, 사회의 변화 없이 개인은 건강해질 수 없다고 말이다.

사회역학자인 김승섭 고려대학교 보건과학대학 교수는 자신의 연구를 통해 차별 경험이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이야기한다.

취업 과정에서의 차별을 측정하기 위한 연구의 설문에서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다.

“새로운 일자리를 경험할 때 차별을 겪은 적이 있습니까?” 대답은 ‘예, 아니요, 해당사항 없음’ 3개 항목 중 선택이 가능하다.

‘해당사항 없음’은 구직 경험이 없는 응답자를 위해 만들어둔 항목이다.

이미 직장에 다니는 사람이라면, ‘예’ 혹은 ‘아니요’의 응답이 가능할 것이다.

그런데 직장인 상당수가 ‘해당사항 없음’이라고 응답했다.

어떻게 된 일일까? 김승섭 교수는 ‘해당사항 없음’이라고 대답한 사람들의 건강 상태를 조사했고, 놀라운 결과를 확인했다.

남성의 경우, ‘해당사항 없음’이라고 응답한 사람은 차별이 없었다고 응답한 사람들과 건강에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여성들의 경우 달랐다.

‘해당사항 없음’이라고 답한 여성들의 경우 차별을 받았다고 응답한 사람보다도 건강상태가 더 나쁘게 나타났다.

비슷한 또 다른 연구에서, 이번에는 다문화가정 청소년을 상대로 다음과 같이 질문했다.

“학교폭력을 경험한 뒤 어떻게 대응했습니까?” 김승섭 교수가 주목한 것은 응답자 중 “별다른 생각 없이 그냥 넘어갔다”라고 답한 학생들이었다.

이 학생들의 건강 상태를 조사했더니 이 경우에도 남녀 간에 극명한 차이가 드러났다.

이번에는 남학생들에게서 차이가 나타났다.

“별다른 생각 없이 그냥 넘어갔다”라고 대답한 남학생들의 정신 건강이 가장 나쁜 것으로 조사된 것이다.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고 넘겨버렸던 경험이 실제로는 몸을 아프게 하고 있었던 것이다.

차별이나 폭력을 겪고도, 말조차 하지 못할 때, 혹은 애써 괜찮다고 생각할 때 실은 우리 몸이 더 아프다는 것을 이 연구들은 보여준다.

저자 김승섭 교수의 표현을 빌리자면 ‘몸은 정직하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고용 불안, 차별 경험, 혐오발언 등 사회적 상처가 어떻게 우리 몸을 아프게 하는지, 사회가 개인의 몸에 어떻게 반영되는지를 사회역학의 여러 연구 사례와 함께 이야기한다.

책에는 저자가 직접 연구를 통해 수집하고 분석한 데이터를 다양한 그래프와 표로 정리해 수록했다.

기존 문헌에 있는 자료들의 경우 재가공해 실었다.

다양한 연구 사례들을 독자들이 한눈에 살펴볼 수 있게 돕는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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