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으면서 많은 사람들이 나쁜 습관을 없애기로 굳게 다짐했을 것이다.

흡연자들은 금연을, 애주가들은 금주를, 비만한 사람들은 다이어트를 다짐했을것이다.

게임에 빠진 아들과 스마트폰에 매달려 있는 딸을 둔 부모님들은 자녀들에게 게임중독, 스마트폰 중독에서 벗어날 것을 호소했을것이다.

이달은 나쁜 습관을 없애기 위한 첫 단추를 끼우는 절호의 시기일 수 있다.

하지만 나쁜 습관의 범주를 넘어선 중독은 개인과 가족의 범주를 넘어서 우리 사회 깊숙이 병리적인 현상으로 자리 잡은 듯하다. 

최근의 중독과 관련된 국책사업 보고서나 국가 통계를 보면, 우리 국민 8명 중 1명이 알코올, 마약, 도박, 인터넷등 4대 중독사회라는 것이다.

중독의 폐해는 가늠하기 힘들 정도다. 몇 년 전 정부 자료를 보면 4대 중독의 사회적 비용은 100조 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또 사회적 이슈가 되었던 흉악범죄는 중독 문제와 관련된 경우가 많았다.

더 큰 문제는 우리나라 미래를 짊어져야 할 청소년 열 명 중 한 명이 인터넷 중독이고, 청소년 음주율 또한 매년 증가추세이며, 도박 경험도도 높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청소년들의 정신적·육체적 건강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중독은 우리 사회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산물이기도 하기에, 중독에 빠진 이들은 실제로 본인이 중독에서 벗어나야 하는 대상자임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중독을 개인과 가족의 문제로 내몰기에 앞서 국가 차원에서 중독자를 적극적으로 선별하기 위한 개입체계가 갖추어져야 하겠고 중독자들에게 실질적인 치료와 재활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책임 있는 정책이 이루어져야 할 때이다.

중독을 질환으로 봐야 하는지 아니면 심리적 또는 도덕적 문제로 봐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는 무의미하다.

습관이 아닌 질병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 압도적이며, 개인이 혼자 해결할 문제가 아닌 병원에서 상담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에 반해 습관을 바꾸는 것은 중독을 치료하기만큼이나 어렵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개인이 해결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

사람마다 모습이 다르듯이 습관도 각양각색이다.

또한 우리 삶에서 무의미하게 반복하는 패턴을 변화시키는 구체적인 방법도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담배를 끊는 방법과 스마트폰을 제한해서 사용하는 방법이 다르고, 또 과식을 억누르는 방법과도 다르다.

더군다나 한 사람에게서 존재하는 습관들도 서로 다른 여러 열망에서 비롯된다.
나쁜 습관은 완전히 없어지지 않더라도 상당 기간 반복적인 행동을 하지 않고 지낼 수 있다. 

당뇨병으로 치료받고 있는 60세 남자가 밤 10시 넘어 매일 과일과 과자를 반복적으로 섭취하였다.

이로 인해 아침 공복혈당이 150mg/dL 이상씩 나왔다. 간식의 유혹은 항상 밤 10시에서 10시30분 사이에 찾아왔다. 특정한 시간이 습관의 신호였고 그다음 단계에 반복되는 행동이 나타났다.

그는 밤 10시쯤 식탁에 앉아 간식을 즐기며, 부인과 자녀들과 하루 동안 있었던 일에 대해 얘기를 나누었다.

뒤늦게 알았지만 그가 늦은 밤 간식을 즐기게 된 이유는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서가 아니라 가족과 대화를 나누며 어울리고 싶었던 것이었다.

밤 10시에 가족들과 담소를 나누는 것은 그대로 둔 채 과자를 먹는 반복행동만을 바꾸게 된 후 그의 혈당은 다시 안정되었다.

습관을 바꾸는 것은 매우 어려운 작업이다.

하지만 후회하면서 똑같은 일을 반복하던 한 가지를 더는 하지 않고 마음에서 원하던 습관이 만들어진다면 삶의 많은 부분이 저절로 바뀌게 될 것이다. 올 한 해, 한 가지라도 나쁜 습관을 고치는 데 성공하기를 기대해 본다.

/양경일 다사랑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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