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창기자의 한 장의 음반이야기
너바나 'Nevermind'

흥겨움 추구한 시대에 들고온 전통 록

1960년말 미국은 그야말로 혼란의 시대였다.

월남전이 시작됐고, 마약, 히피, 현실에 대한 도피, 사회에 대한 불만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젊은 층을 필두로 저항정신이 생겨났고, 사회의 다양한 곳에서 이런 저항정신이 불거졌다.

대중음악계도 마찬가지였다.

의식 있는 아티스트들은 노랫말에 저항정신을 담아냈고, 수많은 사람들과 의식을 함께했다.

밥 딜런 등 포크 계열이 가장 활발하게 활동했고, 록밴드 역시 이에 못지 않는 활동을 보였다.

흔히 록음악을 지칭할 때 거론되는 ‘록의 정신’이 바로 이즈음에 탄생했다.

포크 계열의 음악이 잔잔한 기타 반주에 우울하고 심오한 가사로 자신들의 정체성을 대변했다면, 록음악은 가사 뿐 아니라 강렬한 사운드로 젊은이들의 마음을 분출했다.

눈이 흔들릴 정도의 강한 드럼 연주를 비롯해 디스토션이 강한 기타, 울부짖는 듯 외치는 보컬 등은 답답한 현실에 대한 저항이자 갈 곳 없는 젊은이들의 유일한 탈출구였다.

레드 제플린이나 딥 퍼플 그리고 그 뒤를 잇는 헤비메탈 록밴드가 전면에 나섰고, 이런 흐름은 디스코 열풍이 오기 전인 70년대 말까지 이어졌다.

80년대로 들어서자 미국 사회는 급격하게 변화됐다.

오일쇼크에서 벗어나 경제적 상황이 호전됐고, 당시 저항정신을 외쳤던 젊은이들은 이제 기성세대가 됐다.

새로운 젊은 세대들은 머리 아픈 고민 대신 즐거움과 오락을 원했다.

비지스나 아바 등이 새롭게 등장했고 그 정점은 마이클 잭슨이 찍었다.

여기에 우후죽순 모습을 드러내는 수많은 댄스 아티스트들의 등장은 마치 걸그룹만이 전부인 것인냥 보이는 우리의 현재 모습과 닮은 꼴이다.

록밴드가 없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들의 사운드는 부드러웠고 나약했으며 과거 선배들이 강조했던 ‘록의 정신’은 흔적조차 사라져 버렸다.

당시 ‘록은 죽었다’란 말이 나왔던 이유다.

80년말 혜성같이 나타난 밴드가 있으니 너바나다.

쾌락적이고 흥겨운 음악만 고수하던 대중음악계에 이들은 60~70년대 선배들이 선보였던 전통 록을 들고 나왔다.

이미 가벼운 음악에 익숙해진 대중들에게 이들의 선택은 모험 그 자체였다.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하는 것은 자유지만 대중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대중음악가의 결론은 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중들은 충격 속에서 오히려 이들의 등장을 반겼다.

이들이 강력하게 내뱉는 곡들에게서 과거 찬란했던 록의 정신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중들은 너바나를 가르켜 얼터너티브록 밴드라 지칭했다.

진정한 록음악을 대신할 수 있는 이른바 ‘대안음악’이란 것이다.

이들의 열풍은 한국에도 곧바로 유입됐고, 서태지와 같은 밴드들이 한국판 대안음악을 선보였다.

하지만 아쉽게도 너바나는 리더인 커트 코베인이 자살을 하면서 길지 않은 음악생활을 마무리하게 된다.

얼터너티브 록을 만들었고 얼터너티브 록을 마무리한 유일한 밴드로 역사에 남게 됐다.

커트 코베인이 자살한 지 벌써 24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이들의 음악은 유효하다.

이들의 외침, 이들의 사운드는 아직도 충실한 추종자들에 의해 재생산되고 있다.

마치 서태지를 향수하듯 이들의 음악을 계속적으로 반복하는 우리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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