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멘탈, 묑스테, 카망베르, 고우다, 파르메잔, 체더

발음하기에 혀를 돌리기도 쉽지 않다.

죄다 치즈 앞에 붙어있는 이름들이다.

주로 생산지에서 따온 이름 외에 생긴 모양에 ‘따라 가는 입자 모양의 그라나, 벽돌모양의 브릭이라고 부르는 치즈도 있다.

수도원의 이름을 본 따 지은 프랑스의 포르 뒤 살뤼, 폴란드의 트라피스트도 있다.

평소 와인 안주로 즐겨 먹는 치즈였지만 이렇게 종류가 다양한 줄은 임실 치즈테마파크에 마련된‘치즈숙성실’을 둘러 본 뒤 알았다.

임실 치즈축제 현장에서 서로 다른 10개의 치즈를 놓고 그 중 좋아하는 3개를 고르라는 이벤트가 있었다.

블라인드 테스트(blind test)가 아닌지라 얼핏 쉬워 보였지만 3개를 고르는 내 혀는 혼란스러웠다.

 “치즈는 저온살균여부, 유지방의 함유, 발효균의 종류, 숙성과정 등에 따라 형태, 조직, 맛이 달라지기 때문에 그 종류만해도 수천 가지가 되지요”

숙성실 관계자가 설명하는 ‘치즈의 진실’ 에 귀가 솔깃했다.

치즈의 종류는 만드는 방식으로도 구분하지만 우유의 종류에 따라 양젖, 염소젖, 소젖, 물소젖 등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흔히 젖소유인 줄 알았던 임실 치즈는 지정환 신부가 산양유에서부터 시작했다고 한다.

 또 생치즈와 숙성치즈로도 나뉘는데, 숙성 치즈는 말 그대로 한 달에서 길게는 4년 정도까지 숙성시킨 치즈를 일컫는다.

물론 시간만 지나면 저절로 숙성되는 단순한 과정은 아니다.

숙성은 치즈를 일정 조건으로 보존을 유지하며 치즈 조직 그리고 풍미를 살리도록 하는 제조과정이다.

굳고 부서지기 쉬우며 풍미가 없는 상태의 제조 직후의 치즈는 숙성을 거치며 단백질분해, 지방분해 및 생화학적, 효소학적, 미생물학적인 변화가 일어나 부드러우면서도 유연한 조직과 고유의 풍미를 가지게 된다.

다소 복잡한 과정의 반응이 동시적으로 발생하면서 치즈 특유의 풍미를 만들어 내게 된다.

숙성은 습도, 온도가 조정이 되는 환경에서 저장하는 동안 이루어진다.

치즈 숙성에 적합한 습도와 온도 관리는 온전히 사람의 몫이다.

또한 소비자가 요구하는 선호도를 감안하여 숙성기간을 결정하는 것도 명품 치즈를 탄생시키기 위해 기울여야 할 대목이다.

이쯤 치즈에 대한 설명을 듣고 나니 ‘숙성’을 빼놓고 치즈의 미학을 생각할 수 없겠다.

 치즈를 한 입 베어 물어본다.

말린 밤톨처럼 단단한가 하면 녹아 내릴 듯이 부드럽다.

쫄깃쫄깃 늘어나는가 하면 쭉쭉 잘 찢어지는 재미도 있다.

염장 지른 생선처럼 짠가 하면 단맛이 응축된 맛도 있다.

마치 잘 삭힌 홍어처럼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치즈도 있다.

이런 맛들의 결정체는 바로 치즈의 ‘과정의 미학’에서 빚어낸 걸작이다.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가 그렇게 울었듯이, 잘 숙성된 치즈 한 조각을 만들기 위해 봄부터 젖소, 산양, 염소가 울었을 것이다.

젖으로부터 시작한 치즈는 혼돈의 과정을 거쳐 조화로 숙성된 과정의 미학이 담겨 있다.

어쩐지 와인과 치즈는 닮아 있더라니.

서로가 겪어 온 숙성의 과정이 비슷했음 에서 나오는 동질감 같은 것일 게다.

숙성(熟成)! 익는다는 것이다.

익는다는 것은 썩는 것을 방지할뿐더러 특유한 맛과 향기를 생성해 내는 일이다.

모든 것이 익어가는 이 가을에 나 또한 익어갈 준비가 되어있는지 치즈 한 입 베어 물고 생각해 볼 일이다.

/서향숙 방송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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