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수필문학 문인들의 등단작 모음집
소재호-김남곤-원준희 등 132명 수필담아
첫 등단의 설렘-기대-두려움 등 회고

전북 수필문학을 이끌어 가고 있는 문인들의 ‘첫 작품’ 속에는 떨림과 설렘, 기대와 희망이 가득하다.

신아출판사는 132명 전북 문인들의 수필 등단작을 실은 ‘다시 읽고 싶은, 그 시절 뜨거웠던 그 문학 열정, 나의 등단작’을 펴냈다.

신기하게도 책을 읽고 있노라면 참으로 아름답다는 느낌이 든다.

어째서 이토록 아름다울 수 있는 건지 곱씹어 생각해보니, 아마 ‘처음’이 주는 거대한 힘 때문이 아닐까 싶다.

지역의 수필문학을 이끌어 가고 있는 작가들의 뜨거웠던 초심을 만날 수 있는 이 책에는 1984년 등단한 소재호 시인의 ‘별님에게’를 비롯해 1979년 등단한 김남곤 시인의 ‘연극 같은 인생’, 2017년 등단한 원준희 작가의 ‘솔가지 길’ 등 삶의 파편이 일상의 언어로 풀이 된 주옥 같은 글들이 실려 있다.

박귀덕 발간추진위원장은 책 발간사에서 “수필 쓰기의 첫 걸음인 등단작품 속에서 작가들의 초심을 봤습니다.설렘과 추억이 담겨 있었으며, 박속같이 소박하고 꾸밈없는 아름다움과 사물을 깊이 통찰하여 예술적 감각으로 풀어나간 필력, 의욕적으로 글을 쓰고자 하는 열정을 읽었습니다. 작가의 품격이 수필의 격조를 높인다는 것도 알았습니다.”고 말한다.

그의 말마따나 때 묻지 않은 순수한 마음으로 첫 걸음을 뗀 작가들이 쓴 글들은 아름다움이라는 정서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고, 진한 감동까지 밀려오게 하는 대단한 힘을 가지고 있음을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알 수 있다.

등단의 시기나 사회적 위치, 세월의 길고 짧음 등이 아무런 제약이 될 수 없는, 오직 진솔한 삶만이 글감이 되는 수필.

그 중에서도 가장 처음.

그 찬란한 순간이 담겨있기 때문에 더욱 값지고 귀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2002년 ‘꽃보살’로 등단한 김재희 작가는 “뭣 모르고 등단했을 때의 기분은 누구나 다 마찬가지일 것이다. 까마득히 높은 곳이어서 감히 쳐다보기도 어려운 곳이라는 생각이었는데 그곳에 가까이 다가갔다는 설렘을 과연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함께 했던 날의 기억이 새롭다. 그러다 서서히 문학 생활에 길들어지면서 이상과 현실이 다르고 게으름이 겹쳐 무기력에 빠졌던 날도 있었다.”고 말했다.

또 1998년 ‘벌거숭이 인형들’로 등단한 김추리 작가 역시 “무엇이나 처음이 있어 일상이 이루어지기에 처음이란 중요할 수 밖에 없다. 문단의 등단은 글쓰기의 온전한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기에 등단작은 문인으로 출가하기 위한 혼수라고나 할까. 등단작은 문단에 첫걸음을 뗀 우리의 작품이기에 소중하다. 
이를 계기로 수필에 처음 발을 디디던 그때를 생각하며, 새롭게 설렘을 누리면서 좀 더 나은 수필쓰기를 다짐한다”고 밝혔다.

문학이라는 한정적 카테고리를 벗어나, 어쩌면 사회 초년생, 학교 신입생 등 처음을 시작하는 이들에게는 위로와 공감을, 시간이 흘러 자신이 하는 일에 익숙해져 버린 기성세대에게는 예리한 조언을 건네는 책 ‘나의 등단작’.

작품 한 편, 한 편에 실려 있는 작가들의 뜨거운 열정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박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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