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의숙 감정위원 등 참여
병풍-도자기-만화-다완
1시간 가량 무료감정평가
고미술 가치-소중함 나눠

“에이~! 저희 어머니께서 조상 대대로 전해 내려 온 물건이라고 하셨어요”

“이게 시대가 워낙 짧아서 아쉽네요. 높은 평가를 내리기가 어려워요”

감정위원의 평가가 못내 아쉬운지 한 남성이 긴 탄식을 뱉는다.

심기일전으로 다시금 가져온 물건을 감정위원에게 내밀자 이번에는 신기한 물건인 듯 감정위원의 눈도 바빠진다.

이곳 저곳 꼼꼼하게 훑는 예사롭지 않는 눈빛이 내심 좋은 평가가 내려질 거라는 기대를 불러일으킨다.

감정위원을 말없이 바라보던 남성의 얼굴에는 긴장감과 기대감이 뒤섞여있다.

“아…. 이건 육안으로만 봐서는 알 수가 없을 것 같아요. 값을 매기기가 애매하네요” 맥이 풀린 듯, 감정을 지켜보던 많은 이들이 아쉬운 탄식을 내뱉는다.

남성의 얼굴도 시무룩하다.

평가를 내린 감정위원이 에둘러 그를 다독인다.

“이게 만약 진짜라면 400년이 된 가치 있는 도자기 일 텐데 말이죠. 사실 도자기라는 게 역사를 증명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이건 조금 애매합니다. 제가 볼 때는 역사가 짧아요”

2018 전북고미술 아트페어가 지난 16일부터 전주미술관에서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19일 열린 무료감정 행사에는 집안 대대로 전해 내려온 진귀한 물건을 감정 받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로 북적였다.

이날 감정에는 KBS 1TV쇼 진품명품에 출연하는 양의숙 고가구 전문 감정위원을 비롯해 근대사 전문 김영중 위원, 도자기 전문 김경수 위원, 그림 전문 정순열 위원이 나서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감정위원의 평가가 썩 유쾌하지 않음에도 그들은 실망하기 보다는 초롱초롱한 눈으로 감정위원의 말을 경청한다.

무엇이 그들을 이곳으로 이끌었을까.

평소 예술을 사랑하고 옛 것을 꾸준하게 지켜왔다는 임규석(72)씨는 무료 감정을 받기 위해 서울에서 급하게 내려왔다고 했다.

그는 “옛날 선비들이 쓰던 은먹상과 문진 등을 감정 받기 위해서 전주를 찾았다”며 “할아버지 때부터 쓰던 물건들이 모두 진귀하다. 감정가 200만원 예상한다”고 자신했다.

무료 감정 소식을 듣고 부리나케 현장을 방문했다는 한 여성은 “별거 아니지만 우리 집안의 역사가 묻어 있는 소장품을 내놓았다”며 “찬장 깊숙이 숨겨놓았던 그릇과 장식품 등이 값으로 매겨졌을 땐 별 거 아니겠지만 그래도 얼마가 나갈지 알고 싶었다. 부디 좋은 결과가 있길 바란다”고 소망했다.

병풍, 도자기, 민화, 불상, 다완 등 갖가지 물건들에 대해 1시간 가량 감정평가를 받은 이들의 얼굴엔 희비가 교차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은 감정 결과에 개의치 않아했다.

결과보다는 고미술의 아름다움과 신기함에 흠뻑 빠진 듯,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작품을 감상하고, 감정위원과는 고미술의 가치와 소중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시공간을 초월하는 생활 속 고미술품을 한곳에서 엿볼 수 있었던 이날 행사는 평가를 넘어서 그야말로 ‘축제’의 장이었다.

/박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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