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보윤 소설집 '모니카, 모니카'… 은수와
친구 모니카의 고거사건 중심 내적갈등 담아

김탁환 소설가는 황보윤 소설집 ‘모니카, 모니카(바람꽃)’를 이렇게 설명한다.

“느닷없이 시작하니, 독자도 등장인물도 어리둥절하다. 불친절하다는 비판을 살 수도 있지만 황보윤은 불거진 상황을 힘차게 밀어붙인다. 양날의 검일까. 양면에 거울이 달린 문일까. 나아가는 문장과 물러서는 문장이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잡는다” 김탁환의 말처럼 소설집에 실린 작품 속 인물들은 매우 아슬아슬하다.

그리고 꽤나 불친절하다는 인상도 풍긴다.

그럼에도 인간의 내면 심리를 파헤쳐가는 과정은 흥미롭다.

또 이러한 흥미거리가 계속해서 독자가 책을 읽어나갈 수 있는 동력으로 작용한다.

그만큼 흡입력을 가진 소설이라는 뜻이다.

“구급대원은 홀로그램을 통해 딸에게 사망 소식을 알렸다. 한 시간 뒤 딸은 인터넷으로 아버지의 연금을 수령했다. 그리고 바이오센터 사이트에 접속해서 막 기증된 신장을 빛의 속도로 예약했다. 모든 것은 우연이었다. 손자가 할아버지에게 고카페인 음료를 시켜준 것도, 딸이 아버지보다 일찍 도착하여 에너지음료를 냉장고에 넣어준 것도. 잘못이 있다면 식욕을 주체 못한 그의 인공치아에 있었다(소설 ‘완벽한 가족’. 본문 198쪽).

“소파가 된 엄마 : 엄마 말 들어야 착한 아이지. 모니카, 엄마와 아빠는 에덴에서 추방당했단다. 그러니까 탐식을 경계해야 해. 원죄를 속죄해야지. 자, 계란을 먹자. 착하지, 우리아기. (소설 ‘모니카, 모니카’, 본문 19쪽).”

먼저, 소설집의 표제작이기도 한 ‘모니카, 모니카’를 살펴보면 낯선 인물이 세상에 던지는 낯선 방식이 눈에 띈다.

화자 은수와 친구 모니카의 과거 사건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로 두 사람의 내적 갈등을 기본으로 앞은 주인공, 뒤는 은수를 나타내는 복선들이 연결되어 이야기가 된다.

주홍글씨를 연상시키는 작품은 인간심리의 양면성에 대한 고찰과 그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절대 악도 선도 지닐 수 없는 인간의 내면심리를 파헤치는 동시에 이기와 이타, 강함과 약함 그리고 비굴과 용기 사이의 경계에서 독자는 어느 편에 중점을 두는가 묻는다.

소설 ‘완벽한 가족’도 비슷하다.

물질적 가치로 인해 파괴된 가족애를 묘사한다.

에스에프나 판타지 같은 장르 소설에서 보이는 가상공간에서 일어날법한 사건들을 치밀한 복선과 군더더기 없는 문장으로 써내려 간다.

물질중심주의 사회는 어떤 인간관계나 사회적 관계망도 모두 파괴시켜 버리고 인간을 비정하고 냉혹한 존재로 만들어 갈 것이라는 경고를 한다.

‘사랑은 나눌수록 커지지만 물질은 나눌수록 작아진다’ 메시지를 앞세워 물질중심의 사회에서 물질에 좌우되는 생존의 질과 양을 늘리려면 타인을 배려할 필요도 그럴 여유도 없다는 것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사회의 틀을 유지하는 가치들 대신 이기적 생존만이 삶의 중심에서 최우선 목표가 되어가는 가상의 시대상을 냉정하고 보여준다.

황보윤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모두의 삶이 평화롭기를, 아무도 미워하지 않고, 누구도 원망하지 않고, 오직 살아 있다는 것에 감사하기를. 이런 바람들이 한 권의 책으로 묶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책에 실린 글들이 댓돌 위에 고인 햇살 같아서 누구라도 언 발을 담글 수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책 읽기와 글쓰기를 좋아한 황 작가는 논산 건양대학교 사회교육원에서 처음 소설을 배웠다.

이후 우석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2006년 동서커피문학상 대상 수상, 2009년 대전일보와 전북일보에서 신춘문예에 당선됐다.

창작집으로는 ‘로키의 거짓말’과 ‘두 번 결혼할 법’, ‘마지막 식사’ 등이 있다.

현재는 남원의 한 초등학교에 재직하고 있다.

/박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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