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우 생활 세계 반영한 작품들 주이뤄
작품 '동행' 스스로에 대한 물음 인상적

물살 사나운 강에 던져진 느리고 묵직한 돌덩이처럼 전용직의 시집 ‘산수화(황금알)’는 고요한 파문을 일으킨다.

설우의 생활 세계를 반영한 작품들이 주를 이루는 시집에는 너그럽되 느슨하지 않고, 엄격하되 가혹하지 않은 온후한 심덕의 품성들을 담고 있다.

“나는 하얀 고깔 쓰고/한 손에 합죽선 들고/외줄 타는 광대/줄은 내가 가는 삶의 여정이지/줄 타고 춤출 수 있도록/힘을 몰아주는 어릿광대/그대가 있어 줄을 탈 수 있는 거야/타다가 힘들고 지쳐/주저앉을 때/탄력을 받아/다시 나를 일으켜 세우는/긴 줄도 오랜 친구지/난 지금 어디까지 왔지/어릿광대와 악사들의 손놀림/관객들 긴장과 환호/졸망졸망 웃음꽃 절창인데(‘동행’전문).

” 작품의 후반부에서 화자는 “난 지금 어디까지 왔지”를 묻는다.

시인 스스로 자신에게 던지고 있는 이 질문은 꽤나 인상적으로 느껴진다.

작품 속 화자 혹은 시인은 자신의 삶을 ‘광대’라는 상징적 인물로 그려낸다.

‘외부에 비친 나가 아니라 내부-내면의 나’를 깊이 응시하면서 현재의 자기를 되돌아 본 화자는 이내 인간은 혼자서 살아갈 수 없음을 광대에게서 깨닫게 된다.

힘을 복 돋우는 어릿광대의 몸짓과 악사들의 손놀림이 있기에 광대는 긴장과 환호 속에서 관객들로부터 갈채와 찬사를 받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시 ‘동행’은 결국 인생의 주체가 되어 보람 있는 내 삶의 행로를 찾기 위한 전제 조건이 자기 성찰이었음을 말한다.

“아파트 베란다 모서리/난(蘭) 화분 그윽한 향으로 손짓하다/추위를 견디는 기다림/꽃잎에 눈물 맺혔다/가냘프게 흐른 그 눈물/안타깝고 사랑스러워/두 손으로 받들어 거실에 모셨다/화무십일홍/꽃향 떨어질까 조심조심//한 굽이 삶을 견디는 날개짓/그대와 나를 이어주는 향기/순백의 꽃 그 삶의 순간을 사랑한다(‘손짓’ 부분).

” 시인의 시 속에는 자연과 나무가 인간적 형상을 대변한다.

자연의 인간화는 서정시의 발전을 견인하는 불가피한 메타포로 하나의 인격을 가지게 된다.

인생살이에 비추어 시인이 나무와 자연을 관조하고, 상상한 것을 가공해 만물을 하나의 유기적 전체로서 이해하는 생태학적 상상력을 선보인다.

그렇게 연출된 인생살이의 실상을 볼 수 있도록 착각 속으로 독자를 빠트린다.

착각이지만 시인의 감수성과 직관적 감각이 더해진 가공된 이야기는 또 다시 새로운 씨앗이 되어 발아한다.

진정구 문학평론가는 “시인 전용직의 변화된 인생살이를 ‘산수화’에서 확인할 수 있다”며 “시인의 영혼의 움직임이 시집 안에서 다양한 모습과 형상으로 부조되어 있다.

예술과 문학의 미적 형상은 사물과 자연의 직접적인 속성이 아니며 인간 정신에 대한 관계를 내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북 완주군 봉동읍에서 태어나 전북대 사범대학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한 전용직 시인은 2002년 ‘월간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첫 시집으로는 ‘붓으로 마음을 세우다(2010)’가 있으며 한국문협과 전북문협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박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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