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연 시인은 모르지 않는 것을 묻는 일에 남다른 언어 감각을 발휘한다.

아는 것을 묻는 것이 아닌, 모르는 것을 묻는 일 말이다.

아는 것과 모르지 않는 것의 차이는 명백하다.

아는 것은 보편적 앎으로, 나를 포함한 세계가 모두 알고 있다.

모르지 않는 것은 개별적인 것으로, 그 주체가 유일하다.

오직 질문하는 자만이 모르지 않을 뿐, 나머지는 모르는 것이다.

지연 시인의 시적 질문이 모르지 않는 것을 바탕으로 삼고 있다면 거기에는 타자의 모름이 전제되어 있고 시인의 시는 그 모름을 앎으로 발견하는 경이의 순간을 포착한다.

2013년 ‘시산맥’ 신인상으로 등단한 시인은 시집 ‘건너와 빈칸으로(실천문학사)’에서 상상적 초월에 이른 60편의 주옥과 같은 시를 실었다.

시집 속에 실린 시편들은 묵음의 발화를 통해 타자화로 인한 자기 탄생의 계기를 능숙하게 보여준다.

특히 ‘탄생’의 후폭풍을 재치 있는 상상적 서사로 그려내는 탁월성을 갖춘 시인의 독자성은 가히 뛰어나다.

시인의 시 ‘이편의 식사’의 한 구절처럼 “죽어가는 앞모습으로 사는” 우리들에게 던지는 낯선 질문들을 가까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설득력도 준비했다.

그래서 이러한 요소들이 맞물려 시편들을 곱씹을수록 야무지고, 잔잔한 여운을 느낄 수 있도록 한다.

1971년 전북 임실에서 태어난 지연 시인은 2013년 ‘시산맥’ 신인상으로 등단했고 2016년 ‘무등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됐다.

제15회 시흥문학상을 수상했다.

/박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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