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은 보석은 세상에서 귀하게 대접을 받는 귀중품이다.

이들은 모두 땅 속, 즉 지하자원 출신이다.

땅속의 엄청난 밀도와 압력과 세월 속에서 독특하게 반응하여 생성된 희귀성이 강한 것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는다.

이 세상의 귀한 것들은 대부분 땅 밑에서 나온다.

땅속에는 무생물만 묻혀 있는 것은 아니다.

생물체가 살아가기 힘들어 보이지만 땅 속에는 엄청난 미생물과 함께 땅 위 못지않은 생물들이 살고 있다.

땅속 미생물 무게를 다 합치면 70억이 넘는 인류 전체 몸무게보다 수백 배 많다고 한다.

그 미생물에 의지하여 살아가는 것이 식물 뿌리다.

식물 뿌리 근처에는 유난히 미생물들이 많이 산다.

뿌리 근처의 흙 1g에는 대략 수만 종의 미생물들이 수억, 수십억 마리나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 몸 속 특히 장에서 유산균 같은 미생물은 없어서는 안될 존재다.

장 속에서 500가지나 되는 미생물들이 각각 역할을 하며 우리 몸을 지키듯이 땅 속 뿌리 주위의 미생물들은 식물의 생장 발육과 영양분 형성을 돕는다.

뿌리식물은 땅의 기운과 영양소를 듬뿍 담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세계 각국의 식품 연구가들이 뿌리식물에 주목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특히 추운 겨울철에는 따뜻한 땅의 기운을 가진 뿌리 식물이 정말 좋다.

공자도 몸을 따뜻하게 하기 위해 하루도 빼놓지 않고 먹었다는 생강, 카로틴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 피부에 좋다는 당근, 소화제인 동시에 기침에 특효인 무, 겨울철 별미이자 가난을 구해 준 구황 식물 고구마 등은 우리가 쉽게 접하는 대표적인 뿌리 식물들이다.

여기에 이들의 명성과 실속에 뒤지지 않는 뿌리 식물이 있으니 바로 ‘우엉’이다.

뿌리채소인 우엉의 변신은 무한대다.

친숙해지면 보약이 따로 없다.

잘 말려서 한 겨울 보약 차로 마시고 사선으로 잘 썰어 절편으로 만들면 우엉은 더 이상 뻣뻣한 우엉이 아니다.

또 우엉을 넣은 칼국수.

우엉과 땅콩의 조합도 입맛을 사로잡는다.

그중 제일 요리는 바로 우엉 잡채다.

한국인의 잡채 레시피에 마지막으로 우엉을 가늘게 채 설어 기름에 살짝 볶아 넣으면 잡채에 맛이 순간 캐주얼 해진다고나 할까.

우엉은 항상 균형 있는 맛이 매력이다.

땅 속은 파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묵묵히 스스로의 소임을 다하며 튼실한 생명을 키워낸다.

그 대표 주자가 식물 뿌리다.

우리 삶의 보물도 보이지 않는 자신의 마음속에 있어 그것을 드러내지 않으면 모른다.

결국 그 보물을 캐내는 일은 스스로 찾아야 하는 일임을,우엉차 한 잔을 마시며 생각해본다.

방송인 / 음식컬럼니스트 / 서 향 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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