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벨백 미술관은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한 특별전시 ‘현대 수묵 3인전’을 진행한다.

27일부터 3월 26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전북 출신으로 현대 수묵의 주축인 송수남, 김호석, 이철량 등 3인의 작가를 초대해 수묵화의 초기작과 근래 작품을 함께 만날 수 있는 기회다.

1980년대 발생했던 수묵화 운동은 한국미술 역사상 미술계 최초 집단운동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동안 관념화된 전통회화에 새로운 필요성에 대한 요구이며, 서양미술에 경도돼 한국미술의 전통가치가 훼손되는 것에 대한 자각정신이다.

이런 자각운동은 수묵화를 중심으로 수묵 본연의 가치와 표현형식을 새롭게 찾아야 한다는 것을 중심으로 1982년 ‘수묵화 4인전’을 통해 수묵화 운동의 계기가 마련됐다.

여기에 참여했던 작가들이 송수남과 그의 제자인 이철량, 김호석, 신사옥 등으로 신사옥을 제외하면 모두 전북출신이다.

한국 현대수묵을 주도했던 인물 3명이 전북출신임은 전북이 한국 현대수묵의 산실임을 알 수 있는 지점이다.

고 남천 송수남 화백은 지난 50여 년간 한국화 분야에서 다양한 실험적 시도로 전통 수묵의 현대화에 중추적 역할을 한 작가로 꼽힌다.

상업주의와 서양화의 거센 물결 속에서 한국화의 위기를 극복하고자 치열하게 고민하였고 한국인의 정체성과 방향성에 대한 질문을 던져 나가며 세계 속에 한국적 미의식과 혼을 찾는 우리 미술계의 거장으로 기억되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적인 것’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두고 현대적 화풍으로 ‘한국의 미와 정신’을 화폭에 구현해 냈다.

홍익대 교수로 몸담으며 후진 양성에 힘을 썼으며, 미술대전, 동아미술제, 중앙일보미술대전 심사 및 운영위원 등을 역임했다.

김호석 화백은 전통 초상화의 권위자로서 실제 ‘배채법’을 화면에 실현하는 극히 드믄 수묵화가다.

5살 때부터 붓을 들기 시작했고 1979년 중앙미술대전에서 ‘아파트’로 장려상을 수상한 이후 1980년대 수묵운동에 참여하며 수묵의 길을 걸어왔다.

김 화백은 전통 수묵화의 맥을 현대적으로 계승․재해석함으로서 독특한 작품세계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99년 한국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로 선정되었으며, 국내외 유명 미술관에서의 전시를 통해 그의 작품을 세계에 알렸다.

성철 스님, 법정 스님 등을 비롯한 한국 불교의 큰 스님들과 노무현 前 대통령의 영정을 작업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철량 전북대 명예교수는 형상을 그대로 드러내는 데 그치지 않고 대상의 본질에 근접하려는 화풍으로 수묵이 나아가야 할 길을 보여주며 전북 화단의 맥을 잇고 있다.

천년을 이어온 우리 그림인 수묵화의 가능성을 세련된 터치로 구현한 그의 작품을 바라보면 작가의 깊은 내면이 은은한 먹 냄새와 함께 다가오는 듯하다.

인상파 화가가 빛을 추구했다면 이철량 교수는 그 안에 오방의 색을 모두 담은‘먹’으로써 빛을 표현해 낸다.

피카소가 인정한 자코메티를 그에 견줄 수 있는 것은 작품으로 전해지는 그의 인문학적 통찰력 때문일 것이다.

작가로서 그의 다채로운 실험은 대중의 평가뿐만 아니라 작품의 완성도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어내고 있다.

누벨백미술관 최영희 관장은 “전북은 선비들의 풍류문화가 뿌리깊고 시서화가 어우러진 문인화정신을 찾을 수 있는 곳이다”며 “3.1운동 백주년을 맞아 선비정신을 바탕으로 수묵화 운동을 이끈 선구자들의 작품을 통해 전북이 한국 현대수묵의 중심으로 굳게 자리매김 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조석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