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어마을 남원 보절면 용평마을
농진청 지정 농촌전통테마마을
돌담길 접시꽃-재래식화장실 등
옛 시골 풍경 그대로 남아있어
귀농농가 친환경농법 부농이뤄
용평제-용호정-보현사 볼거리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의 말이 갑자기 생각난 것이 결코 우연은 아니었습니다. 

“제 임기 중에 ‘농가소득 5,000만 원 달성’에 모든 역량을 결집해 나가야 합니다.”라는 2년 전 인터넷 기사를 읽고서, 슬며시 웃음 지었던 적이 있었던 까닭입니다. 우리 농촌 가구당 소득을 5천만 원까지 올리겠다고? 농협도 무지갯빛 꿈으로 치장되어 가는구나, 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던 게지요. 


그런데 이 추어마을, 전라북도 남원시 보절면 용평마을에서 방문한 지 3시간도 못 되어, 김 회장의 목표가 허황한 것이 아니라, 이미 달성되었거나 적어도 그의 임기 중에 그 목표가 반드시 달성될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들었기에 말입니다. 나그네는 가슴이 뛰었습니다.


처음에 추어탕을 생각했었습니다. ‘남원’ 하면 추어탕 아니겠습니까? 춘향골에 가서 광한루 들러 ‘사랑’을 재음미하고, 추어탕 한 그릇 먹고 오는 재미를 그려보지 않는 사람이 어찌 한둘이겠습니까. 그러나 내심 추어탕의 미꾸라지가 정말 국산일까, 사실은 수입 미꾸라지로 추어탕을 끓이는 게 아닐까. 그 의구심의 끝자락에 추어마을이 제 눈에 띈 것이지요.


꼬불꼬불한 길을 영리한 네비게이션 아가씨는 잘도 안내해 주었습니다. 입간판과 마을 입구 표지석, 그리고 나무터널을 지나 피안의 다리를 마악 건넜을 때, 박혜숙 마을 사무장님이 반갑게 맞아 주었습니다. 분명 성우이셨거나 아나운서였을 낭랑하고 아름다운 목소리를 갖고 계신 분이었습니다. 그리고 마을 곳곳을 몸소 안내해 주시며 용평마을에 대한 사랑과 자랑을 듬뿍 보여주었습니다.
 

# 휴식 공간으로서의 용평리 추어마을

농촌 체험 휴양마을이었습니다. 농촌진흥청 지정 ‘농촌 전통 테마마을’인 이 추어마을은 체험객들을 위한 널찍한 회관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20여 명의 대가족도 너끈하게 숙식할 수 있는 공간에서 여러 체험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었습니다.

작년 가을에는 첼리스트 김규식 연주회를 이곳에서 가졌다고 하니, 이 마을의 역량을 단번에 가늠할 수 있지 않습니까? 놀라운 것은 첼로가 생소한 악기일 텐데도 동네 분들이 그렇게 좋아하고 즐거워했다는군요. 

바닥을 안전하게 다져 아이들이 놀기에 좋은 개울이, 그늘을 늘인 정자나무와 휴양 평상(平床)이, 그리고 널찍한 마당이 회관 앞에 누워 있습니다. 체험객들 모두가 만족했고, 그래서 다시 방문하는 가족이 갈수록 늘고 있다고 합니다. 물론 그 수익은 모두 마을을 위한 풍족한 자금이 되겠지요.

 

# 전통의 향기가 가득한 마을의 풍경

주차장을 비롯한 마을의 도로는 이미 포장된 길이었습니다. 
그러나 돌담길! 그 길은 아직도 옛 정취를 그대로 안고 있습니다. 주변에서 주운 돌들로 쌓은 돌담은 조상의 손길이 하나하나에 지문처럼 찍혀져 내려왔을 것입니다. 이런 흔적이 어찌 제주에만 있겠습니까. 그 추억어린 아름다운 돌담길이 새마을 운동으로 사라진 동네가 부지기수였을 텐데, 이 마을은 잘 보존되어 있습니다. 


그것도 담쟁이가 담을 안고 돌고, 접시꽃이 대문 대신 집안의 문장(紋章)처럼 서 있는 곳. 이곳은 사람이 사는 곳이 아니라 착한 신선이 사는 태초의 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는 선인(仙人)들의 거주지였습니다.


장독대며 부엌이, 그리고 방들이 꾸미지 않은 채로 앉아 있습니다. 어느 집은 화장실이 ‘재래식 뒷간’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나그네가 낳고 자랐던 그 시골과 똑같은 가옥을 보며, 나그네를 키워주고 길러주신 할머니 할아버지의 모습이 추억의 영상으로 떠올라 울컥한 감정에 파묻히기도 했습니다. 특히 ‘둔데기 할머니’의 따뜻한 마음씨와 말씀은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 욕심 없는 사람들

추어탕에 들어가는 시레기를 다듬는 할머니, 마당의 풀을 매는 이장 아버님, 설거지하는 할머니 한분한분이 한국인의 원형을 갖고 계셨습니다. 대처에 자식들을 보냈지만, 자신은 차마 이 터전을 못 떠나고 이 ‘산꼴짝’에 살고 있지만, 그저 욕심 없는 산처럼, 나무처럼, 풀처럼 살아오고 살아가는 우리의 원형질이 추어마을 용평리 사람들의 모습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농기구도 예술적으로 정돈되어 있습니다. 다행히 서서히 다시 이 마을로 돌아오는 자식들도 생기기 시작했다니, 아, 다행이다, 정말 농촌의 미래가 새롭게 시작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부농의 꿈이 익어가는 추어마을

자식들 귀농의 시작은 권승룡 씨였습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KERI 리포터로 활동하면서 ‘4계절 즐기는 농장체험’을 하는 ‘시골농장’을 경영하고 있는 권 선생은 30여 년 전에 농촌의 미래를 확신하고 귀농하였다고 합니다. 아버지가 농장을 일구시고 아들인 자신이 가꾸고 성장시킨 농장을 지금은 딸이 내려와 마케팅을 하는, 소위 3대가 함께하는 현대의 전형적(?)인 농가입니다.

귀농할 때부터 친환경 농업에 뜻을 두고 온갖 고난을 이겨내어 지금은 남원의 부자라 해도 과장되지 않을 부농이 되어 있었습니다. 미꾸리의 치어를 길러 각 농가에 보급하는 것은 물론, 농약을 치지 않는 논농사를 지어 논에는 투구새우가 살고, 연꽃을 심어 서로 작물과 꽃이 상생하는 농법을 고안한 탁월한 안목을 지닌 농부였습니다.

시골농장은 칡소(일명 얼룩소)는 가축의 환경을 고려하여 밀식 사육을 지양하고 논에는 달팽이로 벼농사를 짓는 자연농법이 시행되고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농촌의 미래에 대한 긍정적 시각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아버지와 딸, 그리고 자신이 일군 농장에서 오는 자신감에서 오는 확신 같은 것이 그것입니다. 정부의 정책이 현실에 맞게 개선되고 나아가 적극적으로 농촌을 살리는 방향으로 시행된다면, 제2, 제3, 제4, 아니 이 나라 마을 마다마다에 권승룡 씨 같은 부자가 탄생하리라는 예감은 결코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닐 거라는 감동으로 나그네의 마음을 파고 들었습니다.

 

# 자연과 농업과 관광과 행복한 삶이 공존하는 추어마을

마지막에 마을 사무장님은 만행산 천황봉 아래의 용평제와 용호정, 그리고 보현사로 나그네를 안내해 주었습니다. 이 절경에 넋을 놓고 나그네는 발을 멈출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무장님의 말대로 마을은 하트형의 원 안에서 사랑을 피우고 있었고, 그 사랑의 따뜻한 마음의 원천을 용평제의 평화스런 호수 풍경이 펼쳐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용호산장이라 이름한 용호정에서 옛날부터 내려오는 마을의 제를 지내고 이를 보현사는 가만히 지켜보고 있는 곳.

이 용평리 추어마을에서는 한국 농가소득 5,000만 원이 곧 실현될 수 있는 현장이라는 뿌듯한 감동을 안고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꿈이 반드시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기도하면서 말입니다. 알고 보니 오늘 이 시간에 권승룡 씨의 따님이 참가하는 ‘파란농부 2기생’들이 충남 금산군 한국벤처농업대학에서 김병원 농협회장과 대담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하니, 이게 정말 우연일까요? 

후기 : 참, 추어는 미꾸라지가 아니라 미꾸리가 진짜 미꾸라지이며 맛과 향이 다르다고 합니다. 이 추어마을에서는 해마다 미꾸리를 키워 농가 보급은 물론 남원 식당에도 공급하고 있다고 합니다.

전북 남원시 보절면 용동길 28
(지번) 보절면 도룡리 99
063-634-4640 

/전북도 블로그기자단 '전북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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