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민주평화당 내홍이 깊어가는 상황에서 정동영 대표와 저녁을 했다.

정 대표는 당 소속원들이 모두 살아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고민이 깊어 보였다.

또 이 난국을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지에 대한 자신의 생각도 말해 줬다.

정 대표는 기자에게 어떻게 하면 좋을 지 잠시 묻기도 했다.

“이제는 주변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없는 것 같습니다.

정동영 대표, 유성엽 원내대표 두 분이 직접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 모든 걸 내려놓고 두 인사가 대화로 접점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물론 허심탄회하게, 시간에 구애 받지 말고, 마음 속에 있는 얘기를 그대로 다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얼마 뒤 유성엽 원내대표와 점심을 했다.

유 원내대표는 국회의원 10명으로 구성된 ‘변화와 희망의 대안정치연대’의 사실상 리더다.

유 원내대표는 “지금은 모두 기득권을 내려놓고 다시 시작해야 한다.

이대로는 안 된다.

모두가 살기 위해선 새로운 정치가 필요하고 이를 국민에게 어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원내대표에게도 비슷한 말을 전했다.

고교, 대학, 고향 선후배 사이인 두 인사가 마음을 열고 ‘화끈하게’ 대화해 보라고 말이다.

유 원내대표처럼 화끈한 정치인이 요즘 국회에는 그다지 많지 않다.

때문에 두 의원이 마음을 열고 접점을 찾아가면 해법이 보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요즘 평화당 인사들 중에도 이런 조언을 하는 이가 많다.

정동영-유성엽 두 의원이 대화를 통해 현 난국을 수습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정 대표 지근거리에서 거의 20년 측근으로 활동한 C씨는 “전북의 인재들이 다투면 손해는 결국 전북이 입게 된다. 대화로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두 의원 간에 감정이 쌓이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전북은 인구 면에서, 지리적 측면에서 또 경제규모 면에서 타 경쟁지역에 비해 매우 열세다.

그러나 김원기, 유종근, 강현욱, 강봉균, 정세균, 정동영 등 기라성 같은 지역 정치인들이 대권, 당 대표 도전 등 중앙 무대에서 활동했기 때문에 다른 분야에서의 열세를 만회할 수 있었다.

이들 중 이제 현역에서 활동하는 이는 정세균 전 국회의장, 정동영 평화당 대표 등 두 명이다.

정세균 전 의장은 민주당의 대선 후보 경선에 출마했고 정동영 대표는 여당의 대선 후보를 지냈다.

내년 국회의원 총선을 치른 뒤 오는 2022년 예정된 대선에, 정-정 두 의원이 한 번 더 도전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이 대열에 유성엽 원내대표가 새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유 원내대표 본인도 차기 대선에 대한 의지를 감추지 않는다.

더욱이 박지원 의원이 인터뷰 등을 통해 “유성엽 대권 도전” 이라고 언급하면서 호남권의 차기 주자로 부상하고 있다.

따라서 유 원내대표는 현 난국을 어떻게 풀어나가느냐에 따라 차기 주자 안착 여부가 결정된다.

유 원내대표가 강경 이미지를 가진 만큼 대화를 통해 사태를 수습한다면 ‘안정적 리더십’을 겸비한 강성 정치인으로 자리잡을 것이다.

정 대표는 과거 몽골기병론을 내세워 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질주해 왔고 유 원내대표는 제3지대 확장론을 통해 떠오르는 차기 주자로 불리고 있다.

두 인사가 이 시점에서, 한 번 더 대화를 통해 문제 해결에 나선다면 두 의원은 물론 전북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김일현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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