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민속국악원 대형창극
'창극의 새변화' 전달못해
서양악기 불협-급한 전개
아쉬워··· 출연진실력 일품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첫 술에 배부르기는 힘든 것일까.

미완의 완성이란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국립민속국악원은 광복절을 맞아 지난 15일부터 17일까지 대형 창극 ‘지리산’을 마련했다.

3.1운동 100주년과 대한민국임시정부 100주년을 맞아 국악원의 위상과 역할을 위해 마련된 이번 창극은 지리산이란 거대 배경을 통해 오늘날 시대적 가치를 되새기며 우리의 과거를 통해 새로운 미래를 향한 발걸음을 제시하고자 했다.

국악원측은 공연에 앞서 ‘창극의 새로운 변화’를 강조했다.

옛 것에만 머무는 것에 대한 고민은 창극이 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계기가 됐고, 이번 작품에 다양한 시도를 통해 그 방향성을 제시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국악원만의 색깔을 내는 발걸음 중 하나로 국악원의 정체성을 다져가는 작품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작품은 이런 의도를 잘 따라가지 못한 느낌이다.

창극의 새로운 시도가 무엇인지 제대로 표현하지도 못했고 제대로 전달하지도 못한 모양새다.

뮤지컬의 냄새가 강하다는 것 외에 기존 창극과 다른 점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극을 이끌어가는 세부적 부분도 아쉬움이 컸다.

서양악기와 국악기의 협연을 통해 새로운 시도를 보였지만 보는 내내 불협화음에 빠져야 했다.

국악기 소리는 잘 들리지 않았고, 특히 시종일관 두들겨대는 드럼은 출연진들의 합창소리를 들을 수 없는데다 극에 몰입하는데 큰 방해요소로 작용했다.

‘저렇게 두드릴 필요가 있을까’란 생각이 들 정도였다.

내용 전개도 이해하기 어려웠다.

편안하게 진행됐던 1부에 비해 2부는 전개 속도가 너무 빨라 급하게 결론을 내려는 양상까지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작품은 남다른 의미를 가진다.

출연진들의 뛰어난 실력은 손색이 없을 정도며, 음악 역시 충실하게 무대를 이끌어간다.

계란으로 바위 치기 같은 무모한 도전이었지만 뒤집어 생각하면 새로운 도전만이 변화를 이끌 수 있다.

이번 작품이 당초 예상했던 결과를 얻지는 못했다 손 쳐도 이런 도전을 통해서만 창극이 가야 할 방향을 하나 둘 정립할 수 있다.

전통과 민속은 답습과 보존에 목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시대를 담아내야 한다는 국악원 측이 이야기를 빌리지 않더라도 창극의 새로운 변화를 위한 발걸음에 동의하며 좀 더 완성도 높은 작품을 기대한다.

구호만 거창하게 외치고 그에 맞는 결과물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안한 것만 못한 상황이 생기기 때문이다.

‘새로운 변화’를 목표로 삼았다면 국립단체로서 위상에 맞는 제대로 된 결과물을 보여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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