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보이스피싱(Voice Phishing)’이라고 부르는 전화금융사기 범죄가 2006년경 세상에 처음 모습을 보인지도 벌써 13년이 훌쩍 넘어섰다.

초기에는 개인 내지 소규모 인원들이 피해자에게 전화를 걸어 국세청, 경찰, 검찰 등 국가기관 직원을 사칭해서 금전을 요구하거나 금융 관련 개인정보를 알아내는 방법으로 범행이 이뤄졌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대출 사기’, ‘인터넷 사기’ 등 그 방법과 수법이 진화하고, 사기단은 조직화, 대형화 돼 피해가 날이 갈수록 늘어가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 발맞춰 경찰은 경제·지능범죄 수사 인력을 증원하고 조직을 개편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단속을 강화하지만 사건 수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고, 범죄 조직 대부분의 본거지가 해외에 있어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해외에서 발생하는 범죄의 경우 해외 수사기관에 공조수사를 요청해야 하는데 상대 국가에서 적극적으로 협조해주지 않을 경우 수사가 사실상 진척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 대부분이 이러한 허점을 이용해 자신들의 거점을 해외에 두고, 말단 직원들만 국내에서 ‘통장모집책’, ‘인출책’ 등으로 활동한다.

국내에서 아르바이트 직원을 구하는 것처럼 하여 일반인들에게 일정 대가를 주고 그들의 계좌에 입금되는 돈을 다른 특정 계좌로 송금해달라고 하는 방법, 일반인이 돈을 인출해오면 일당을 주는 방법, 송금책 내지 인출책의 행동을 하면 신용이 올라가 대출을 해줄 수 있다고 속이는 방법 등으로 일반인을 범행에 이용한다.

이런 경우 수사기관이 신고를 받고 재빠르게 수사에 돌입한다 하더라도, 범죄조직의 말단 직원, 범죄사실도 모르고 아르바이트를 한 사람들, 또는 신용을 상승시키는 행동인줄 알고 이용된 일반인만 검거되는 것이 보통이어서, 보이스피싱 범죄조직의 주범 소탕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이러다 보니 보이스피싱 범죄뿐 아니라 중고물품 거래 사기, 대출 사기 등 인터넷 상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유형의 사기 범행의 경우에도 주범들이 해외에 본거지를 두고 일반인들을 이용해가면서 범행을 저지르는 방법을 통해 수사망을 교묘히 피해가고 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이처럼 일정 대가를 받고 통장을 대여하거나 송금책 내지 인출책의 행동을 하는 것은 ‘전자금융거래법위반’ 내지 ‘사기방조’ 혐의에 해당할 수 있어서, 애먼 사람들만 의도치 않게 범죄자로 입건 돼버리는 일이 발생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비난의 화살이 범죄 조직을 향하지 않고 조직으로부터 이용당한 일반인들을 향하게 되고, 재판 과정에서 “당신들이 계좌를 제공하지 않거나 송금책 내지 인출책으로 활동하지 않았으면 보이스피싱 범죄가 증가할 리가 있겠는가”라는 질책이 가해지면서 상당히 중한 형벌을 받게 되는 소위 ‘웃픈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갈수록 처벌의 수위가 높아지고 있어 일반인들은 이에 대한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재판이 이 같이 이뤄질 수밖에 없는 것은 보이스피싱 범죄의 전반적인 형태와 범죄조직 검거에 어려움이 있는 현실을 반영했을 때 어느 정도 일리 있어 보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 사건을 해결하고 보이스피싱 범죄를 근본적으로 단절시킬 수 있는 방안은 되지 못한다.

일선에서 변호사로 활동을 하면서 보이스피싱 범죄로 고통 받는 피해자들을 자주 마주하는데, 대부분 발을 동동 구르며 수사기관에 의지를 하다가 아무런 소득 없이 피해를 감수하며 고통을 이어가는 게 대부분이다.

또한 보이스피싱 조직에 이용돼 ‘전자금융거래법위반’ 내지 ‘사기방조’ 혐의로 재판을 받는 자들은 본인은 보이스피싱 주범을 알지 못한다고 항변하면서도 보이스피싱 주범이 된 것 마냥 과한 질책을 받는 모습이 대부분이다.

지금까지 13년이 넘는 기간 동안 보이스피싱에 대응하는 우리의 모습은 상당히 미숙했고, 범죄 조직의 진화를 따라가지 못했다.

범죄 조직의 핵심을 깨뜨리지 못하고 주변만 맴도는 꼴이다.

수사기관은 피해자들에게 “범죄자들이 차명 계좌를 이용하고, 해외에서 범행을 하다 보니 신원 확인조차 어려워 검거가 어렵습니다.”라는 답변만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피해자는 범죄 피해로 인한 고통을 누구에게 하소연할 수도 없는 상황이며, 이러한 모습을 지켜보는 범죄 조직은 비웃기라도 하듯이 범행을 반복하며 나날이 성장하고 있다.

해외 공조 수사의 어려움과 같이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데 방해가 되는 걸림돌이 있는 것은 분명하나, 정부는 수사기관의 대대적인 인력 증원, 수사 방법의 다양화, 구체화, 전담 기관 설치, 현지 인력 배치, 그리고 더 많은 국가와의 형사사법공조조약 체결 등 어떠한 방법을 써서라도 지금과 같은 ‘미숙함’ 내지 ‘무능함’을 보이지 않아야 할 것이다.

수사의 무능은 범죄 조직을 키워 국민에게 고통을 주는 꼴 밖에 되지 않는다.

한편으로 국민들도 자신이 보이스피싱 범죄에 이용당하고 의도치 않게 범행에 가담하게 될 수 있음을 충분히 인지하고, 경각심을 가져 범죄 조직의 범죄활동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을 수 있도록 협조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장웅주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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