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지구 주차장~추령정상까지
6km구간 고갯길 오르막길 이어져
추령 넘어 위치한 고원 복흥마을
장승촌-산림박물관 곳곳 볼거리

| 가을 산에 들어와 가을 향기에 취해 

가을 아침을 내장산 속에서 맞는 행운을 누렸습니다. 
모두 다 아직 잠들어 있는 캠핑장 한켠에서 혼자 깨어 있습니다. 따뜻한 침낭 속에서 보송보송해진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따뜻한 커피 한잔을 받쳐 들고 아침 풍경을 보는 것만큼 여유로운 시간이 또 어디 있을까요. 아침 향기가, 내장산의 아침 향기가 너무 좋습니다. 그야말로 가을 내장산의 아침 향기입니다. 콧물을 훔치며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사람들이 새 소리에 하나둘 깨기 시작합니다. 서둘러 아침을 챙겨 먹고 출발 준비를 합니다. 오늘은 그동안 벼르고 있던 내장산 일주 자전거 라이딩을 하는 날입니다. 십여 년 전에 찾은 이후로 너무 좋아 또 온다 온다 하고 시간을 못 내 찾지 못했는데 기회가 생겼습니다. 내장산의 품 안에 드는 것도 좋지만 둘레길을 자전거로 도는 것도 멋진 일입니다. 가을 내장산이니까요.
 

| 가을고개(秋嶺) 넘는 길 

간단한 간식과 물을 챙겨 페달을 밟기 시작합니다. 이른 아침이라 몸 상태를 천천히 체크 하며 갑니다. 캠핑장에서 식당과 편의시설들이 모여 있는 집단시설지구 주차장까지는 예쁜 자전거길이 나 있습니다. 나무 데크길에 떨어진 낙엽을 보며 가을이 온 것을 실감합니다. 하지만, 나무 데크길은 미끄러워 조심해야 합니다. 시설지구 주차장부터 추령 정상까지 약 6km 구간은 단 한 번의 평지나 내리막도 없는 그야말로 험준한 고갯길입니다. 

“땀좀 흘리겠는데...”
동행한 선배님이 땀을 흘리며 페달을 밟으십니다. 이 고개는 1920년대에 만들어진 고갯길로 요즘 만들어지는 고개보다는 경사도가 심하지는 않습니다. 자전거 기어 단수를 잘 조절하면 힘들지 않게 오를 수 있습니다. 
“캬아~ 저 산 좀 봐봐. 여기 풍경 멋집이네~” 
그야말로 경치가 너무 멋집니다. 아직 일러 단풍은 들지 않았지만 고개 중간에 ‘추령교’에 이르자 내장산이 본모습을 보여줍니다. 글자 그대로 ‘첩첩산중(疊疊山中)’입니다. 오토바이 라이딩을 하시는 분도 경치에 취해 멈춰 서서 망중한을 즐깁니다. 저 깊은 산중, 천혜 요새에 조선왕조 실록을 숨겼다는 사실이 이해가 갑니다. 당시 전주감영 관리들의 혜안에 동감이 드는 순간입니다. 그 옛날 그들은 어떻게 이곳이 안전한 곳인지 알았을까요. 존경심을 넘어 경외감이 드는 순간입니다. 
사진을 찍고 가슴속에 추억을 저장하고 다시 페달을 밟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올라가니 드디어 추령 정상에 닿았습니다.

 

| 복이 흥하는 마을

추령을 넘으면 다시 내리막이 나오는게 아니라 평지가 나옵니다. 우리나라에서 몇 안되는 고원(高原)마을입니다. 해발 300m가 넘는 곳에 있는 평야지대 입니다. 고개 너머에 논도 있고 밭도 있고, 산도 있고 들이 있는 마을. 마을 이름은 복흥(福興). 복이 흥하는 마을입니다. 

이제까지 가 본 곳 중에서 가장 평화로운 마을입니다. 한마디로 표현하면 신선이 살 곳 같은 곳입니다. 복흥에서 맨 먼저 만나는 것은 장승촌입니다. 다양한 모습을 한 장승이 여행객들의 발길을 멈추게 합니다. 전라북도 산림박물관도 있는데, 들어가 보고 싶었지만 일정 때문에 다음으로 미룹니다. 다른 곳 사과밭에는 수확을 다 한 것 같은데 이곳 사과는 너무 예쁘게 아직 나무에 달려 있습니다. 뉘집 뒷마당 늙은 감나무에는 주렁주렁 풍성한 감이 익었습니다. 정말 젖과 꿀이 흐르는 곳. 먹고 마실것이 부족하지 않고 풍족한. 복이 흥할 것 같은 동네입니다. 

신선이 사는 곳을 떠나면 전라남도 장성 땅으로 이어집니다. 예전에는 작고 가파른 고갯길이었는데 정말 10년이 지나면 강산이 변하네요. 길이 새로 났습니다. 도로포장이 한창인 고개를 신나게 내려오니 천년 고찰이 있는 백양사 앞이 나왔습니다. 내장사와 더불어 내장산의 남과 북을 지키는 관문으로 유명한 백양사입니다. 이곳에도 어느덧 가을이 내렸습니다. 고찰로 가는길이 모두 낙엽길입니다. 입안에서 가을시가 주렁주렁 흥얼거립니다. 


 

| 갈대 고개 넘어 샘고을로 

예전에 왔을 때는 장성 호반 둘레를 지나 백양사역이 나왔는데, 옛길을 찾을 수 없어 그냥 새로난 길로 접어 들었습니다. 도로 표지판에 전주, 정읍이란 글자를 처음 만났습니다. 
장성호반에서 바라보는 내장산. 늠름합니다. 그리고 참 험준해 보입니다. 저 산속에 들어가면 정말 속세와 다른 세상일 것 같습니다. 하늘과 맞닿은 능선 마루금이 너무 멋드러집니다. 

길은 전주와 정읍을 향해 곧게 뻗어 있습니다. 언덕도 많지 않고 일직선으로 이어 집니다. 
곧이어 갈대 고개 노령(蘆嶺)을 넘습니다. 그 옛날 교과서에서만 보던 노령산맥의 ‘노령’입니다. 노령을 넘으니 이제 다시 전라북도 땅입니다. ‘정읍시 입암면’ 산이 곧추선 바위로 둘러 싸여 있어 입암산 이라 불렸다고 합니다. 가히 신이 쌓은 성벽같이 생겼습니다. 샘고을로 들어서자 내장산이 멋지게 바라다 보이는 곳에 예쁜 찻집이 있습니다. 

“따뜻한 커피 한잔 하고 갑시다.” 
하루 종일 찬 바람을 맞으며 달렸더니 따뜻한 차가 간절했습니다. 교황님이 드셨다는 폭신한 빵과 함께 허기를 달래고 체온을 회복시켰습니다. 멋드러진 내장산의 절벽을 바라보며 마시는 커피의 맛은 정말 말로 표현 할 수 없습니다.   




| 예쁜 칼을 찬 여장군

몸이 따뜻해질 무렵 우리는 다시 페달을 밟습니다. 해가 서쪽으로 기울어집니다. 내장산 절벽이 저녁 빛을 받아 더 멋지게 보여 집니다. 그림같은 골프 리조트를 지나 고개를 넘으니 그림같은 호수가 나옵니다. 내장저수지입니다. 호수 둘레에도 멋진 자전거길이 나옵니다. 저녁 햇살이 너무 예쁩니다. 산그림자가 진 절벽의 산은 더욱더 늠름해 보입니다. 
정읍의 브랜드는 ‘단풍미인’입니다. 그런데 내장산을 자전거로 돌아본 생각으로는 그냥 예쁜 단풍미인이 아닌 것 같습니다. 온 산 둘레가 철벽같은 바위로 둘러 쌓인 천혜 요새 같이 생겼습니다. 예쁜데 그냥 예쁜게 아닌 것 같습니다. 굳이 고쳐 말한다면 ‘예쁜 칼을 지닌 멋진 여장군’ 같다고나 할까요. 그 칼로 나라를 지키고, 실록을 지킨 것 같습니다. 외적들이 감히 들어갈 수 없는 곳. 들어가면 돌아 나오지 못할 곳같이 생긴 산이 내장산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착한 백성들에게는 복이 흥하게 하고, 예쁜 단풍과 맑은 샘물을 아낌없이 주는 산이 내장산인 것 같습니다. 

호수를 돌아 다시 내장야영장에 닿았습니다. 해는 지고, 이제 집에 가야 할 시간인데 너무 아쉽습니다. 가을 고개는 고되지 않았고 멋진 경치를 보여 주었고, 복이 흥하는 마을에서는 평화란 단어를 되새기게 해 주었습니다. 갈대 고개에서는 늠름한 바위의 모습을, 산아래 드넓은 호수에서는 예쁘고 멋진 저녁 노을을 선물해 주었습니다. 
올가을 내장산에 있었다는게 너무 행복합니다. 가을에 내장산에서 내장산을 보면서 내장산의 공기를 맘껏 마실 수 있다는 게 정말 내 인생에 복이 흥할 것 같습니다. 

 

| 내장산 캠핑을 위한 추천요리 ? 갈비찜과 깻잎전

한우로 유명한 정읍에 왔는데 이 요리를 안먹으면 후회할 것 같습니다. 매장산 입구에 정읍 한우를 쉽게 구할 수 있는 상설 매장이 있고, 마트에도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무와 꽈리고추, 당근만 조금 넣었습니다, 캠핑장에서는 별다른 재료 없이 간장으로만 약하게 간을 하면됩니다. 핏물만 살짝 빼고, 채소와 양념을 간단히 버무린 다음 중간불로 한시간 정도만 익히면 풍미가 기가막힌 갈비찜이 됩니다. 정읍한우는 육질이 부드럽고 육향이 뒤어나 오래 익힐 필요도 없고, 간이나 양념을 세게 하지 않아도 맛이 훌륭합니다. 시내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 김치 약간만 포장해 달라고 해서 함께 먹으면 그 맛을 무한증폭 시킬 수 있습니다. 
깻잎전은 깻잎과 소고기 간 것, 그리고 계란 한 개만 있으면 만들 수 있는 간단하고 맛있는 요리입니다. 간은 소금으로만 고기와 계란에 살짝 하면 됩니다. 밀가루를 묻히지 않고도 맛있는 깻잎전을 만들어 먹을 수 있습니다. 가을 하늘 아래 입안에 깻잎의 향기가 퍼지면 그 감흥은 말로 표현할 수 없습니다. 고기의 양은 1인분에 200g 정도가 적당합니다. 한우의 풍미와 깻잎의 향이 궁합이 잘 맞는 가을 캠핑 요리입니다.  


 | TIP.  가을 내장산 캠핑과 자전거 라이딩을 위해 알아 두어야 할 사항들 
1. 내장야영장은 국립공원 홈페이지에서 사전에 예약해야 합니다. 
   홈페이지 : https://reservation.knps.or.kr/main.action   
   주소 : 전북 정읍시 내장동 92-2번지 / 전화 063-538-7886 
2. 캠핑 사이트의 사이즈는 5m*7m 정도로 대형 텐트도 충분히 설치할 수 있습니다. 
3. 바닥은 부드러운 마사토이고, 각 사이트 별로 나무 테이블과 의자가 비치되어 있습니다.   
4. 전기 사용이 가능하며(별도 4천원 지불) 샤워장은 있으나 온수는 나오지 않습니다.  
5. 차는 주차장에 세우고 비치 되어 있는 수레를 이용해서 짐을 나르게 되어 있습니다.   
6. 나무 데크로 되어 있는 자전거길은 미끄러울 수 있으니, 서행해야 합니다. 
7. 시설지구 주차장 ~ 추령 정상 (약 6km) 구간은 언덕길이나 아주 힘들지는 않습니다. 
8. 헬멧과 장갑을 반드시 착용하시고, 만일을 대비해서 렌턴을 챙기는게 좋습니다. 
9. 복흥 ~ 백양사 구간은 가파른 내리막입니다. 브레이크와 타이어는 미리 점검해 주세요. 
10. 얇은 바람막이 자켓 등 체온을 보호할 수 있는 여벌 옷을 반드시 챙기는게 좋습니다.
11. 최근 들어 많은 TV 프로그램에 정읍 시내에 있는 음식점들이 소개되면서 좀 유명하다 싶은 곳에는 줄도 많이 서고 좀 늦게 가면 재료가 떨어져서 못 먹는 경우가 많습니다. 방문하기 전에 반드시 전화를 걸어 확인해 보고, 맛집은 하나가 아니라 여러 곳을 미리 준비하시고 찾아 가는 게 좋습니다. 6시가 넘으면 문을 닫거나 하여 못 먹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북도 블로그기자단 '전북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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