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2시간 시행 이후 발주부터 적용을
종전 근로시간 기준 설계-공정계획
공사기간 지연 불가피 업체 피해 커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 1개월
노사합의시 1년까지 확대 강력 촉구
옥외 작업-기후적 요인 등 변수 많아

중동-동남아 고온-호우 등 기후 열악
다국적기업 협업 곤란 경쟁력 떨어져
해외 건설현장 근로시간 단축 배제를

정부 주52시간제 확대시행 보완 발표
특별연장근로제 특정상황 고려 인정
계도기간 9개월이상 최대 1년 가능성

근로기준법 개정안 국회 통과 불투명
중소기업 65.8% "주52시간 준비안돼"
계도기간 중 위반시 고소-고발 경우
고용노동부 시정기간 부여 의미 없어

건설업계가 내년부터 확대되는 주 52시간 제도 확대 시행과 관련 ‘보완 입법’을 주장하고 나섰다.

핵심은 주 52시간 적용을 법 시행 이후 발주 공사부터 적용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주 52시간 적용으로 시간이 단축되면 종전 근로시간 기준으로 작성된 설계와 공정계획에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주 52시간 제도 시행의 보완책으로 특별연장근로 확대와 충분한 계도기간 부여 방안을 내놓았지만 이마저도 논란이 일고 있다.

경제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계도기간 보다 적용유예를 제언하는 목소리가 늘어나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해 제대로 된 보완 입법이 나와줘야 한다는 것이다.

건설경기는 여전히 침체의 늪을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다.

갈수록 침체되고 있는 건설업계의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는 보완 입법의 필요성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건설업 특성 감안한 보완 입법을”  

건설업계가 주 52시간 제도 확대 시행과 관련 ‘보완 입법’을 주장하고 나선 이유는 크게 세가지다.

첫째는 주 52시간 적용을 법 시행 이후 발주 공사부터 적용해 달라는 것이다.

지난해 7월 1일부터 주 52시간 제도가 시행됐으니 그 이전 공사는 적용에서 배제시켜 줄 것과 이후 건설공사부터 적용하는 ‘특례 신설’을 바라고 있다.

여기에는 건설업계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주 52시간 적용으로 갑자기 시간이 단축되면 종전 근로시간 기준으로 작성된 설계와 공정계획에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기 때문이라는 논리다.

이와 관련 대한건설협회는 최근 근로기준법 심사를 앞두고 주 52시간 제도에 건설업의 특성을 반영해달라는 건의문을 지난달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근로시간 단축 1년이 지났고 내년부터 50인 이상 업체에 확대 적용을 앞두고 있는데도 보완대책 마련이 늦어지고 있다는 위기감에서 출발했다.

협회 관계자는 “지금이라도 지난해 7월 1일 이후 발주공사부터 주 52시간을 적용하는 특례를 신설해야 한다”며 그 이유로 “수주산업인 건설업의 특성이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었다 이전에 발주된 뒤 현재 진행중인 공사는 종전 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설계와 공정계획이 작성됐는데 갑자기 단축된 근로시간을 적용하는 것은 제도를 신뢰한 건설업체에게 부당한 피해를 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수주산업인 건설업체는 공사기간을 준수하지 않을 경우 간접비증가, 지체상금, 입찰불이익 등 막대한 피해를 보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근로시간 단축과 상관없이 공기를 맞춰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 같은 건설업계의 고충을 감안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또한 지난 2008년 주 5일제 도입 때에도 건설업은 시행일 이후 공사부터 적용하는 특례를 신설했고, 일본도 2017년 근로시간 단축 시 건설업에 5년의 유예기간을 부여한 사례가 있다며 현재 도입된 근로시간 단축에는 이 같은 보완대책이 전혀 없었다며 부당성을 설명했다.

또 하나는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의 확대다.

건설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을 현행 2주에서 1개월(취업규칙)로 해줄 것과 3개월에서 1년(노사합의)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건설업은 노동집약적 산업으로 대부분 옥외에서 작업을 해야 하고 여러 업체가 협업을 하기 때문에 근로시간에 따른 영향이 매우 크다는 이유다.

또한 미세먼지•한파•폭염 등 기후적 요인과 민원 등의 변수로 탄력적인 근로시간 조정이 절실히 필요한 업종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와 관련 협회 관계자는 “국내 공사의 경우 적정공기가 반영되어 있지 않아 만성 공기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며 “건설공사 중 70%가 계약기간 1년 이상인 상황으로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합의안인 6개월만으로는 공기 준수에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해외 건설현장은 근로시간 단축 적용에서 제외시켜 줘야 한다는 것이다.

건설업계는 해외공사의 경우 기본적으로 국내 현장보다 훨씬 돌발변수가 많고 시차•현지법•계약조건 영향 때문에 사전에 근로일과 작업시간을 확정하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이 같은 이유로 국내업체의 수주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라도 해외 건설현장은 주 52시간 적용이 제외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내 건설업체들이 다수 진출해 있는 중동•동남아 현장은 고온•호우 등 열악한 기후, 오지 현장이 많고 근무시간 차이로 다국적 기업과 협업 곤란 등 근로시간 단축으로는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다.

또한 플랜트 공사의 경우 고도의 기술력과 공기준수가 생명으로, 공기가 지연될 경우 천문학적 지체상금을 물게 되기 때문에 상당수의 해외현장에서 근로시간 단축으로 추가 비용이 투입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고 어려움을 피력했다.

특히 해외공사 수주가 감소되면 그만큼 일자리가 감소될 뿐만 아니라 경제성장률 저하, 건설기술력 약화로 이어져 한국 건설의 위상이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현재 건설업은 민간 건설시장 침체 등 해외공사 수주감소 등으로 업계마다 어려움을 겪고 있고, 건설 일자리 감소로 주로 서민계층인 건설근로자들의 고통도 심화되고 있다며 건설현장의 근로시간 단축의 연착륙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건설업 실정에 맞는 근로시간 보완입법의 조속한 처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주 52시간제’ 보완대책의 문제  

정부는 지난달 18일 내년부터 시행에 들어가는 주 52시간 제도 확대시행의 보완대책을 발표했다.

내년 1월부터 50인 이하 사업장에도 주 52시간제를 확대하면서 계도기간을 1년 내외로 부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특별연장근로제 요건 완화와 충분한 계도기간 부여를 주요 내용으로 보완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는 50인 이상 300인 미만 기업에 주 52시간제 확대 적용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정부의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 입법이 불발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다.

특별연장근로제는 특정 상황에 한해 주 52시간 이상 근무를 인정해주는 제도다.

보완대책에는 특별연장근로를 업무량 일시 증가 등과 같은 경영상의 사유에도 허용하는 등 특별연장근로 승인 요건이 완화되는 내용이 포함됐다.

그 동안 경영계는 재해와 재난이 아니더라도 사업상 필요가 인정될 때 특별연장근로를 쓸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해왔다.

이와 함께 주 52시간제를 위반해도 처벌을 하지 않는 계도기간을 충분히 부여하기로 했다.

내년 1월부터 주 52시간제 적용대상이 50인 이상 300인 미만으로 기업규모차이가 많기 때문에 기업 규모별로 계도기간을 차등화해 부여할 계획이다.

지난해 7월부터 주 52시간제를 적용한 대기업에게 계도 기간 9개월이 부여된 적이 있어 최소한 9개월 이상 최대 1년까지 부여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 같은 보완 대책은 탄력근로제 개선을 포함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의 연내 통과가 무산될 경우 정부가 행정조치로 시행할 수 있는 방안들이다.

특별연장근로 요건 완화의 경우 소관부처인 고용부가 하위법령을 개정하고 차관회의 의결을 거쳐 공포하면 되고, 계도기간 부여 역시 고용부 지침 개정만으로 가능한 사안이다.

문제는 이 같은 내용이 얼마나 실효를 거둘 수 있느냐는 것이다.

정부는 현행 3개월인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6개월로 연장하는 방식으로 기업에 숨통을 틔워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여야 이견으로 국회 통과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게다가 계도 기간의 경우 제도 시행을 잠시 늦추는 것일 뿐 근본적 처방은 아니라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계도기간이란 제도 시행 이전에 철저히 대비하라는 의미에서 내려지는 조치인데 중소기업의 경우 기간 내 대응책을 세우기 어려운 상황이다.

주 52시간 시행 1년이 넘었지만 절반 이상의 중소기업들은 여전히 마땅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이는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달 실시한 ‘주 52시간제 준비 실태조사’ 결과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응답기업 65.8%는 ‘준비가 안됐다’는 답변을 내놨다.

또 인크루트가 기업 273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주 52시간제를 미시행 중인 중소기업 중 70%는 준비가 미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 초 시행을 앞둔 시점인데도 중소기업 3곳 중 2곳에서는 주 52시간제에 대해 준비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문제도 남아있다.

주 52시간제 도입이 사실상 미뤄졌다는 해석이 나왔지만 계도기간 내 처벌 문제는 해결되지 못한 상황이다.

처벌을 피하려면 장시간 노동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인데, 해당 기업이 주 52시간제를 위반했다는 진정 사건이 접수되면 고용부는 우선 시정기간을 주게 되지만 노동자, 노조가 진정 대신 곧바로 고소•고발할 경우엔 시정기간 부여에 의미를 찾을 수 없게 된다.

고용노동부도 주 52시간제를 고의적, 반복적으로 위반하는 기업은 처벌을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결론적으로 계도기간이라 하더라도 처벌은 가능하다는 해석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해외사업에 파견하는 국내 근로자에 대해서도 예외를 인정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한경연은 “건설사 등 해외사업장에 국내 근로자를 파견하고 있는 기업의 경우 근로시간 단축으로 해외 현지사업 진행에 애로를 겪는다”며 “현지 국 또는 발주처가 주 6일 근로에 기반해 공사기간 준수 등을 요구할 경우 현지 인력을 관리 감독하는 국내 파견 근로자들은 주 52시간제를 사실상 지키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탄력ㆍ선택근로 단위기간 확대, 특별연장근로 인가사유 확대, 고소득ㆍ전문직 근로자 근로시간 규제 적용 제외 등 근로시간 유연화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한경연은 관계자는 “주요 기업들은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시장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계도기간보다 적용 유예에 대한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탄력근로시간제 단위기간 연장, 선택근로시간제 정산기간 연장, 특별 인가연장근로 사유 확대, 고소득전문직 근로자 근로시간 규제 적용 제외 등 근로시간 단축관련 보완 입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신우기자 l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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