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모임에서 누군가 물었다.

"좋아하는 스포츠가 뭐예요?", "럭비를 좋아합니다".

"럭비요?".

"네".

대부분 럭비라고 하면 고개를 갸우뚱한다.

월드컵 4강에 오른 축구나, 최절정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야구 또는 겨울 스포츠로 자리잡은 농구와 배구 등 인기 있는 스포츠는 많지만 럭비에 대한 관심은 아직까지는 상대적으로 높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럭비는 오랜 전통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생소한' 소포츠인 것 같다.

일반인들은 사실 럭비를 잘 알지 못한다.

몇 명이 하는 스포츠인지, 국내에 프로팀이 있는 지 조차 관심을 두는 이가 그다지 많지 않다.

혹자는 럭비를, 럭비가 아닌 미국의 미식축구 즉 아메리칸 풋볼로 아는 이도 있다.

겉으로만 봐도 미식축구는 온갖 보호장구를 갖춘 스포츠이지만 럭비는 '맨 몸'으로 승부를 본다는 점에서 완벽하게 차이가 난다.

럭비의 시초는 거의 200여년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다.

영국에서 축구 경기 도중 한 학생이 공을 손에 들고 달려가면서 시작됐다고 한다.

1893년에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게 정설이다.

럭비 경기의 팀원은 15명이다.

그러나 7인제도 있다.

내년 2020 도쿄올림픽은 7인제다.

지난 달 도쿄올림픽 출전권을 위한 예선전이 국내에서 열렸는데 한 마디로 드라마틱, 한 편의 감동적인 영화 그 자체였다.

지난 달 23, 25일 인천 남동아시아드 경기장에서 치러진 예선전에서 우리나라는 결승에 올라 홍콩을 꺾고 본선 진출권을 얻었다.

그러나 결승에 오르기 전 최대 위기는 바로 4강전에서 만난 중국이었다.

우리나라는 중국에 경기종료 30초 전까지 7대0으로 지고 있었고 거의 패배 직전이었다.

하지만 장성민 선수가 극적으로 동점을 이뤘고 연장전에 들어가 다시 1분 만에 득점하면서 기적적으로 승리하고 결승에 올랐다.

결승 역시 드라마였다.

우리나라는 강호 홍콩에 뒤지다가 동점을 이룬 뒤 연장전에서 재역전하고 올림픽 출전권을 따 냈다.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한국팀의 럭비 결과는 감동을 줬다.

이들의 성적표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밀어붙이는 성공스토리였다.

비가 내리는 그 날, 한국 럭비팀은 비인기 종목이라는 설움을 딛고 극적 장면을 잇따라 연출하며 내년 도쿄로 향하게 됐다.

전북은 럭비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끝까지 밀어붙이는 열정? 그건 스포츠맨이라면 당연히 하는 것일 테다.

기자가 느끼기에는 전북은 럭비에서 두 가지를 배울 필요가 있다.

첫째 럭비 선수들의 등번호는 포지션에 따른 고유번호다.

그 아무리 뛰어난 선수라 하더라도 자신의 번호를 가질 수 없다.

오로지 팀의 통합, 단합 그리고 승리를 위해 개인을 드러내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럭비에도 스타 플레이어가 있다.

하지만 그들도 자신을 드러내기보다 먼저 팀의 승리에 전력을 쏟는다.

그런 분위기가 럭비에는 강하게 배어 있다.

둘째 대표팀 선발 기준이다.

올해 일본에서 열렸던 '2019 럭비월드컵'을 보면, 국가대표 선수들 중에서 타국적을 가진 이들이 매우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축구나 올림픽과 달리 국적이 달라도 대표자격이 가능하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다.

일본의 대표팀 31명 중 16명이 외국국적이었다고 한다.

럭비에선 대표 자격을 얻는 조항이 몇 개 있지만 특히 관심을 끄는 건 해당국에 3년 이상 계속해 거주한 경우 대표자격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능력이 있으면 국적을 가리지 않고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럭비다.

오늘날과 같은 국제 경쟁 시대에, 더욱이 국내의 경쟁 시도에 비해 도세가 약하고 인구 수도 적은 전북이라면 럭비에서 이런 부분을 배울 필요가 있지 않을까.

/김일현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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