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동이리역 남부시장 인근
근대건축물 30여채 남아
등록문화재 제763호 10채
대교농장사택-신신백화점
보화당한의원 건조창고 등
열녀각-3.1운동공원 볼거리
남부시장 시장통닭 먹거리

1912년 이리역(裡里驛), 1914년 동이리역(東裡里驛)이 들어서면서 이리(裡里, 익산시 옛 이름)는 도시 형태를 갖추어 갔습니다, 도시가 커진 만큼 일본인도 늘었습니다.

일본인은 이리역을 중심으로 자리 잡았고, 당시 우리나라 사람들은 동이리역을 중심으로 경제 활동을 하게 되었습니다. 동이리역 앞에 시장이 생겼고, 오일장이 서는 날이면 사람들은 시장으로 모였습니다.

지금은 옛 모습이 많이 지워졌지만 지금도 거리 곳곳에는 그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근대 건축물이 30여 채 정도가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그중 역사,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은 10채가 등록문화재 제763호로 지정되었고, 이 지역(익산시 인화동 일대)을 ‘익산 솜리 근대역사문화공간’으로 지정했습니다. 그 공간을 소개하려 합니다.     

 

# 익산 남부시장

익산 솜리 근대역사문화공간은 남부시장과 인접한 지역입니다. 그 가운데에는 3.1독립운동 기념공원이 있습니다. 1919년 여느 지방 도시의 만세운동과 마찬가지로 익산에서도 이곳 장터에서 4.4만세운동이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였던 곳이 시장이었기 때문입니다. 익산 솜리 근대역사문화공간에 있는 10채의 등록문화재는 제763-1호부터 10호까지 지정되었는데요. 제763-1호 건물이 바로 3.1독립운동 기념공원 앞에 있습니다.

 

# 익산 솜리 근대역사문화공간  

등록문화재는 제763-1호는 구 대교농장 사택입니다. 대교농장은 일제강점기 동이리역을 거점으로 경영했던 일본인 농장입니다.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여러 용도로 사용되었지만 외부 형태와 벽체 마감 상태는 원형을 잘 유지하고 있는 건물입니다. 

등록문화재는 제763-2호인 구 신신백화점 건물입니다. 1960년대 철근콘크리트조로 지은 3층 구조물로 당시 상업건축물의 특징과 형식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금도 다방으로 사용하고 있는 2층 장식을 보면 백화점 다운 면모를 느낄 수 있답니다. 당시 이 거리에 백화점이 있었다는 것은 이곳이 중심 상권이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등록문화재는 제763-3호는 평동로 근대상가주택1입니다. 이 건물은 최초 양은그릇 공장으로 건립되었으나 건물 뒤쪽에 굴뚝만 남아 있습니다. 지금은 상업시설로 이용하고 있고, 건물 앞쪽은 증축되어 상가(금풍상회)로 사용하고 있답니다. 근대에서 현대로 전환하는 시점, 과도기적 건물의 공간 구성과 다양한 건축적 요소와 재료를 볼 수 있는 건물입니다.  

구 신신백화점 사거리에서 동서로 이어진 도로를 보면 길 양쪽으로 주단 가게 간판이 보입니다. 이곳이 익산에서 유명했던 주단 거리입니다. 한참 번성했을 때는 주단 가게가 50군데 이상이었는데 지금은 절반 정도만 남아 있습니다. 한복 수요가 그만큼 줄었기 때문입니다. 규모는 감소되었지만 지금도 익산의 한복은 이곳에서 책임지고 있답니다.  

구 신신백화점 사거리에서 북쪽 도로를 따라가면 등록문화재 건물들이 줄지어 있습니다. 등록문화재는 제763-4호는 평동로 근대상가주택2입니다. 이사도라주단이 사용하고 있는 이 건물은 앞에서 보는 것보다 골목으로 들어가 보면 2층 구조를 잘 볼 수 있습니다. 2층 부분은 원형 구조가 비교적 잘 남아있어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잘 보여줍니다.    

제763-4호 건물이 있는 골목으로 들어갔다면 안으로 조금 더 들어가 보아도 좋겠습니다. 오래전에 만들어진 주택가 골목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옛 골목 풍경을 볼 수 있는 곳입니다.  

다시 골목을 나와 가던 방향으로 조금 더 가면 제763-5호에서 8호까지 네 채의 건물이 모여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세 채는 나란히 붙어 있고 다른 한 채는 길 건너편에 있답니다. 제763-5호는 평동로 근대상가주택3입니다. 1960년대 주단 거리가 번성하면서 신축한 상점 건물로 수평·수직이 강조된 타일 외장 마감재를 사용했습니다. 이 건물은 당시에 유행했던 건축 양식과 함께 상가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바로 옆에 있는 고전방 건물이 제763-6호인 평동로 근대상가주택4입니다. 철근콘크리트조 2층 상가 건물로, 입면 구성, 옥상 난간 아래의 수평 띠, 전면 돌출된 좌·우측면의 수직 벽체, 창호 주변으로 돌출된 격자형의 장식이 특징입니다. 

고전방 옆 건강환 가게로 사용하고 있는 2층 건물은 제763-7호인 평동로 근대상가주택5입니다. 외형상 3층 구조로 보이는 것은 3층 부분을 장식으로 구성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부분이 이 건물의 특징 중 하나입니다. 당시의 모더니즘 양식을 잘 반영한 건물로 평가되었습니다. 

길 건너편에는 보화당한의원이 있는데요. 옆 골목으로 들어가 건물 안쪽 주차장 방향으로 가면 붉은색 벽돌집이 보입니다. 제763-8호인 보화당한의원 구 건조 창고입니다. 한약재 건조 창고로 사용했던 건물입니다. 붉은 벽돌의 조적조 벽체와, 지붕 목조 트러스트, 환기창 등이 잘 남아 있습니다. 한약재 건조 창고라는 희소성이 있는 건물입니다.

조금 더 가면 대광마트 사거리가 나옵니다. 이곳에서 왼쪽 길로 가면 제763-9호와 10호 두 채가 마주 보고 있습니다. 

제763-9호는 구 이리금융조합 건물입니다. 1925년 건립된 것으로 금융조합 건물의 전형적인 건축 형식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금은 전면을 증축해서 상가로 사용하고 있어 건물 전체 구조를 볼 수 없는 것이 아쉽습니다.  

맞은편 신광닥트함석공사 상가 건물이 제763-10호입니다. 철근콘크리트조 2층 건물로 앞쪽은 타일, 뒤쪽은 모르타르로 마감했습니다. 1960년대 상가 건물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 주변 이야기들

등록문화재 제763호 마지막 건물을 보고 돌아서 반대 방향으로 걸어 대광마트 사거리를 지나면 왼쪽에 열녀각이 보입니다. 조선시대 성리학이 뿌리내리면서 “부녀자는 두 남편을 섬기지 않는다”라는 논리로 정절을 강요하던 시대적 산물로 보입니다.   

열녀각을 지나 가다 보면 오른쪽에 골목이 있습니다. 그 골목을 따라가면 처음 출발했던 3.1독립운동 기념공원이 나옵니다. 공원 바로 직전에 넓은 공터가 보이는데요. 대교농장 건물이 있던 곳입니다. 공터 바로 위쪽에 남아있는 건물이 등록문화재 제209호로 지정된 구 대교농장 사무실입니다. 

구 대교농장 사무실 주변에는 아직도 돌로 쌓은 축대와 흙으로 만든 담이 일부 남아 있습니다. 석축의 규모를 보면 마치 성벽을 쌓아놓은 분위기입니다. 일제강점기 한국에 들어와 대형 농장을 운영했던 일본인들은 실제 작은 성과 같은 집을 짓고 절대적인 권력을 행사했음을 간접적으로 느끼게 해주는 근대 유물입니다. 

축대를 지나 골목을 빠져나오면 왼쪽에 3.1독립운동 기념공원이 있습니다. 공원과 남부시장 사이는 작은 공원입니다. 익산 솜리 근대역사문화공간에 왔다면 남부시장 구경을 빠트리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남부시장은 현대화 사업으로 산뜻하게 정리된 상설시장입니다. 남부시장에서 가장 자랑하는 것은 시장통닭인데요. 치킨 특화거리도 만들어져 있습니다. 

 

# 익산 근대역사 문화를 만나다

익산 솜리 근대역사문화공간에는 등록문화재 제209호인 구 대교농장 사무실과 등록문화재 제763호로 새롭게 지정된 10채의 근대 건물들이 있습니다. 한때는 익산의 번화가 역할을 했던 곳이지만 시간이 정지된 느낌이 드는 지역입니다. 화려한 것들에 익숙해져 있는 눈으로 바라본다면 낯설게 보일지 모르겠지만, 역사 관점에서 본다면 어느 하나 놓치기 싫은 것들이 모여 있는 곳입니다. 100년 전 익산이 궁금하다면 익산 솜리 근대역사문화공간을 찾아보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전북도 블로그기자단 '전북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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