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코로나19는 우리네 삶의 패턴을 통째로 바꿔 버린 블랙홀이 되어 버렸다.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라 함부로 예측할 수는 없겠지만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어쩌면 집계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로 천문학적 액수일지도 모른다.

급기야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추경예산이라는 긴급 처방을 꺼내든 모양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모두에게 절실한 이번 코로나19 관련 전라북도 추경예산에 공연이나 전시 그리고 각종 문화행사가 취소 또는 연기되는 상황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의 프리랜서 문화예술계 종사자들에 대한 대책은 전무하다.

예술의 본향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다.

기약 없는 빙하기를 버텨내야 할 그들을 생각하면 참으로 가혹하다는 생각이 든다.

수많은 문화예술 관련 축제나 행사가 성수기와 비수기로 확연히 나뉘어지는 특성을 감한할 때 그들이 감내해야 할 고통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프리랜서들은 성수기에 최대한 벌어서 비수기를 극복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뜻이다.

특히 천재지변이나 이번 코로나19와 같은 국가적 재난의 상황에서 문화예술은 우선순위가 언제나 뒷전으로 밀려나기 일쑤다.

뿐만 아니라 국가예산 520조 시대에서도 문화예술은 건설, 교육, 국방, 복지 분야에 비해 언제나 상대적으로 초라한 예산이 배정된다.

그러다보니 문화예술은 매번 이 코딱지만한 국가예산을 가지고 자기들끼리 땅따먹기 싸움을 벌이는 게 현실이 된 지 오래다.

특히 이번 코로나19와 관련돼 문화예술이 또다시 소외됐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전북민예총을 포함한 한국민족예술단체총연합은 지난 5일 성명서를 통해 코로나19 추경에서 소외된 예술가와 예술활동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촉구했다.

이들에 따르면 최근 기획재정부는 코로나 19로 인한 경제 회생과 서민 안정을 목적으로 11조 7천여 억원의 추가경정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상세내역을 보면 감염병 방역체계 고도화(2.

3조), 소상공인 중소기업 회복(2.

4조), 민생 고용안정(3조), 지역 경제 상권 살리기(0.

8조), 그리고 대구 경북지역 특별 지원(0.

6조)이 주요 내용이다.

그러나 추경 예산 어디에도 코로나 19로 인해 위축되어 버린 예술가와 예술 활동에 대한 대책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답은 하나다.

문화예술과 관련된 예산의 파이 자체를 키워야 한다.

총선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평소에는 관심조차 없다가도 선거 때만 되면 모든 후보자가 너나 없이 문화예술의 전도사를 자처하고 있다.

슬로건도 그럴 듯 하다.

하지만 공약과 정책으로 내건 슬로건은 임기가 끝날 때 쯤이면 ‘슬로우건’으로 퇴색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아직도 배가 고파야 진정한 예술이 나온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궁금하기만 하다.

예술인치고 누구나 불편하기 짝이 없는 재능기부나 공연초대권을 한두 번쯤 요구받지 않은 사람은 아마도 없을 걸로 생각한다.

한 편의 공연과 작품이 탄생하기까지 예술인의 많은 피와 땀을 필요로 한다.

창작을 포함한 모든 예술행위에 대해 정당한 대가와 지원이 따라야 하는 이유다.

다른 분야도 매한가지겠지만 특히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에 따른 양극화가 가장 심한 분야가 문화예술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현실은 전문분야임에도 불구하고 불안정한 신분에 따른 장래의 불확실성으로 연결되어 때로는 예술가나 예술지망생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종종 작용하기도 한다.

문제는 정책에 있고 정책은 곧 정치의 영역으로 귀결된다.

이제는 의식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늦었지만 예술인들도 더 이상 정치인에게만 의지하고 메달릴 게 아니라 정치의 현장으로 당당히 진입해서 자신들의 이해와 요구를 관철시킬 때라고 생각한다.

문화예술 관련 종사자만큼 그 분야를 잘 아는 사람은 없을뿐더러 문화예술 정책 역시 다른 분야가 결코 대신할 수 없는 전문영역이기 때문이다.

모든 해답은 항상 현장에서 나온다.

코로나19가 하루 속히 마무리되어 인문학과 문화예술이 삶의 일부가 되는 사회를 꿈꾸어본다.

/고양곤 공공운수노조 전북문화예술지부장

저작권자 © 전북중앙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